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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더는 무기 안 보낼 것"…우방 폴란드 변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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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더는 무기 안 보낼 것"…우방 폴란드 변심, 이유는?

우크라산 농산물 수입 금지 두고 연일 공방…내달 총선 앞두고 농촌 표심 의식한 듯

농산물 수입 금지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공방을 벌이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폴자츠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더 현대적인 무기로 폴란드를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보다 자체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 뒤 정치적 지지, 군사적 지원, 난민 수용 등 모든 면에서 우크라이나를 가장 강하게 지지해 온 나라 중 하나다. 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1월 24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라별 군사적 지원 규모를 보면 폴란드는 30억 유로(약 4조2745억 원)를 지원해 미국(421억 유로), 독일(171억 유로), 영국(66억 유로), 노르웨이(37억 유로), 덴마크(35억 유로)에 이어 6번째로 지원 규모가 컸다.

또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세계 620만 명 가량의 우크라이나 난민 중 100만 명 가량이 폴란드에 난민으로 등록됐다. 독일과 함께 단일 국가로 가장 큰 규모다.

이웃 우크라이나의 가장 확고한 지지자 역할을 해 온 폴란드의 이 같은 선언 배경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사이에 둔 양국 갈등 고조가 자리한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밀, 해바라기씨유 등 주요 농산물의 세계적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수출길이 제한되자 육로를 통해 폴란드 등 인근국들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밀려 들어왔고 이로 인해 이들 국가의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며 농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출용 운송 통로로는 계속 이용하되 현지 시장엔 풀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EU가 지난 15일 시장 왜곡이 사라졌다며 이들 5개국에 허용한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하자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즉시 거부하며 수입 금지 유지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해 18일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3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러시아가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에서 이탈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쪽은 곡물 수출 통로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유엔(UN) 총회에서 "유럽 일부"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둘러싼 "정치극"을 벌이고 있고 이는 러시아를 돕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20일 폴란드 외무부는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이 발언에 대한 강한 항의를 전달하며 골이 더욱 깊어졌다.

전날 우크라이나 쪽이 폴란드와 헝가리에 대해 보복적 수입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20일 폴자츠 방송에 "이런 식으로 갈등을 확대한다면 수입 금지 품목을 추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폴란드 농부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맞불을 놨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문제는 다음 달 15일 총선을 앞둔 폴란드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다. 우파 포퓰리즘 성향의 집권 법과정의당(PiS)은 농촌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한편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처음으로 직접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이 무력화되고 있다며 관련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전 세계가 유엔의 무력함을 목격하고 있다"며 "침략자 손에 있는 거부권이 유엔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거부권이 무효화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아프리카 연합,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 유럽에선 독일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유엔 헌장을 위반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경우 일정 기간 안보리 이사국 자격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안보리 회의에서 얼굴을 맞댈 것으로 예상됐지만 <A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뒤 자리를 떴고 라브로프 장관은 그 이후에 회의장에 도착해 마주치지 않았다.

▲다음 달 15일 총선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각)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법과정의당(PiS)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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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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