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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총선 전략, 혹시 '정치혐오'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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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석열의 총선 전략, 혹시 '정치혐오' 조장?

[박해성의 여의대교] 때아닌 '공산전체주의' 이념 전쟁, 노림수는 어쩌면…

여러분은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십니까?

제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2024년 총선은 209일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왜 벌써 투표에 관한 질문이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 투표율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던 초반기에는 투표율이 70~80%에 달했습니다. 그러다 처음 60%대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는 1996년 제15대 총선입니다. 4년 후인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5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껏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총선은 2008년인데요, 직전 국회의원 선거보다 14.5%P가 하락한 46.1%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71.9%의 투표율을 보인 제14대 총선 이후 현재까지 가장 높은 투표율은 얼마일까요? 66.2%. 지난 2020년 총선 때 투표율입니다.

2008년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후 44일 만에 치러졌습니다. 소위 대세론이 지속되던 시점이었죠. 대선 결과에 실망한 민주·진보 진영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총 299석 중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의 과반을 차지했죠. 제1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27%인 81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최근 일곱 번의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국회의원 선거일은 2020년 4월 15일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3년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는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습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가 모든 국가와 대륙으로 확산하며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내던 시기였거든요.

대통령 임기 중반기의 총선은 정부 평가 또는 정권심판의 성격으로 치러지게 마련이라, 일반적으로 집권 세력에 불리한 선거환경이 조성됩니다. 그러나 지난 총선은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을 180석의 거대정당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내년 선거를 전망해 볼까요? 2008년이나 2020년 때처럼 대세론, 국가적 위기 극복과 같은 ‘바람(전국)’이 불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한쪽 진영이 선거를 포기해버린다거나 중도·무당층이 대거 참여하는 선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죠.

금태섭·양향자 신당이나 여야 내부 분열로 인한 제3지대 창당이 일부에서 거론되기도 하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확고한 양당 중심 정치 체제에서 신생 정당은 프랑스 마크롱의 앙마르슈라든지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처럼 대중의 지지가 높은 대선후보급 인물이 주도해야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2024년 총선은 여야가 1대 1로 맞붙게 되는 환경이겠군요. 이런 경우의 선거는 대개 ‘국정 안정(지원) vs. 정권 견제(심판)’의 구도로 치러져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야당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로 볼 때 내년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여당이 꺼내 들 카드가 이른바 ‘야당 심판론’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야당 심판 vs. 정권 심판’의 여야 동시 심판론이 제기되겠죠. 야당 심판이라니, 여권이 정말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거 구도를 고려하고 있을까요? 그렇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9월 8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전체적으로 긍정(잘하고 있다) 33%, 부정(잘못하고 있다) 58%였습니다. 여권이 ‘국정 안정’을 내세우기에는 국정 지지도가 너무 낮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할 명분이 약한 겁니다.

중도·무당층의 표심도 무섭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 본인이 생각하는 이념성향은 보수 33%, 중도 37%, 진보 30%의 비율로 분포합니다. 무당층은 28% 수준입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도·무당층의 평가는 어떨까요? 중도에서는 긍정 26%, 부정 64%이었고, 무당층의 평가는 긍정 22%, 부정 59%로 나타났습니다(위 한국갤럽 조사). 이들이 투표장에 나온다면 윤석열 정부를 견제 또는 심판하기 위해서이고, 그렇다면 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여권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겠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 집권 세력은 ‘검찰 등 국가 기관을 동원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사법리스크를 키우고 → 여야의 충돌이 극한으로 치달아 → 전반적으로 정치혐오·실망·외면의 정서가 확산하면 → 2030 세대/중도·무당층은 투표를 포기하고 → 보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해내는 선거로 여소야대를 저지한다.’ 이런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위 시나리오에는 전제가 하나 있죠? 보수 핵심 지지층의 결집입니다. 그런데 보수층의 태도가 여권의 입장에서는 영 불안합니다. 작년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직무 평가(한국갤럽, 2022.5.13.)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는 73%가 ‘잘하고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집권 1년 5개월이 되어가는 현재 시점에서 보수층의 의견은 긍정 57%, 부정 37%입니다. 6:4 정도의 비율로 평가가 갈리는 겁니다(위 한국갤럽 조사).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큰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반복해서 사용하는 걸 보며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 국방부의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이 알려지며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을 두고 난데없는 이념 논쟁까지 불붙었습니다. 민생과 아무 상관 없는 이 소모적인 정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죠.

대통령이 해묵은 '공산주의'란 단어까지 등장시킨 건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보수층을 결집해내지 않으면 ‘야당 심판’이라는 여권의 전략이 먹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2023년을 살아가는 보수 성향 시민들도 색깔론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저는 한 번 유심히 지켜볼 예정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로 몰아세운 군사정권이나, 정치적 반대 집단을 공산주의로 매도한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과 다를 바 없는 이런 낡은 정치 행태가 지금도 통하는지 말이죠.

더불어민주당은 중도·무당층이 정치를 외면해버리지 않도록 사람들의 삶과 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더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집권 세력이 조장하는 극한의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시민들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도 야당에 선뜻 표를 주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상대와의 싸움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크게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중도·무당층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지금 정당과 상당수 정치인이 대단히 실망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선거를 외면해버린다면, 우리는 잘못을 지적하고 경고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이게 바로 정부·여당의 노림수이기도 하고요. 차선(次善) 또는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도 고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니 참 씁쓸하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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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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