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강아지 허가 번식장에서 모견 제왕절개 등 잔혹한 방식의 동물학대행위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구조에 참여한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복되는 개공장 사태를 막기위해 공장식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방식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카라 등 20여개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1일 경기도 동물보호팀과 협력해 화성시 강아지 번식장에서 1426마리의 피학대동물들을 구조했다.
해당 번식장 업체는 지자체 허가 하에 운영되고 있었지만 허가등록두수를 4배 초과한 1400여 마리의 동물들을 반입, '뜬장' 등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무리한 번식을 시키며 모견들을 학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및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당 업체가 △새끼 강아지들을 얻기 위해 모견을 대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빈번히 행했거나 △관리불능 상태에 빠진 모견들을 불법 안락사시키는 등의 동물학대 행위를 지속해왔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에선 "문구용 커터칼로 모견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내는 등 잔인한 수법" 등이 확인돼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카라 측은 해당 업소가 업장 내 모든 공간을 사육실로 활용하고, 케이지를 3단까지 쌓아올려 뜬장을 만드는 등 "거의 모든 개들이 다른 개체와 분리되어 쉴 곳 하나 없이 오직 생산에만 집중돼 운영됐다"라며 "개들은 너무 작고 약해 구조 활동 중에도 기도폐색, 저혈당증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업체가 이처럼 불법적인 방식으로 번식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카라는 번식장 내 개들은 "미니시츄, 미니 말티스, 극소형 푸들과 포메라니언 등 초소형 티컵 유행견종들로 종모견 또는 수출용"이었다며 이들 개들은 "마리당 300~400만 원에, 김포소재 경매장으로는 60여만 원대에 팔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생산업을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생산업자들이 영업상의 이익을 위해 동물학대를 동반한 대량생산 방식을 암암리에 유지하고 있다.
'동물보호의 기본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 제3조엔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고,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동물학대 영업자의 동물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도 어렵다. 동물학대로 규정되는 '사육·관리 의무 위반' 조항 또한 반려목적 사육에만 적용되어 번식장이나 펫숍 등 업체는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 7월에는 전북 군산에서, 지난 5월에는 전북 진안에서도 불법 번식장이 적발돼 수십여 마리 개들이 구조됐다. 포메라니안, 푸들 등 소비자 선호 품종을 교배시켰다는 점도 이번과 같았다.
현장에서 동물들을 공동구조한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생명이며 가족인 반려동물의 공장식 대량생산과 경매방식의 판매를 얼마든지 허용하는 현행 영업자 관리 규정 자체가 문제"라며 "현행법에 의한 동물 관리 및 복지에 점검 단속 강화가 시급함은 물론 생산업 사육 마릿수 상한제 도입, 경매업 퇴출 등 대량생산 대량판매를 제어할 수 있는 펫숍과 경매장 판매 금지 등 큰 틀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특히 "관할 관청인 화성시에서 현행법에 따른 관리감독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숍인 숍' 개념의 편법 영업에 의한 사상 초유의 1400여 마리 번식장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것은 화성시가 만든 인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법 내에 지자체의 관리·단속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물단체들로부터 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이다. 화성시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자체 단속이 아닌 번식장 관계자의 내부고발로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물단체들은 번식장에서 경매장, 펫숍으로 이어지는 동물의 '생산-유통-판매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카라 측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유통업 중심의 판매 시스템은 중간 마진을 뜯기게 되는 생산자가 더욱 많은 수의 동물 번식과 자견 판매로 영업상 이익을 보전하고자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며 "동물 생산 판매 구조를 과감하게 조정하고 지금 당장 경매업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 등 해외국가에선 번식장 운영을 금지하고 동물보호소 및 전문 브리더를 통한 입양만을 허용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또한 번식장에서 구조한 동물들을 여주 반려동물센터 '반려마루'로 이송한 직후 "이제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라며 입양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 △반려동물 생산·판매 구조 전환 △보호소 위장 변칙영업 근절 △영업장 사육 동물 학대 처벌 및 관리 강화 △불법영업 집중 단속 및 교육·상담 강화 등 4대 전략과 이를 위한 13개 세부 추진 과제를 밝힌 상태다.
한편 구호된 동물 중 일부는 경기도 화성 소재 아이엠팩토리에서 보호 장소를 제공함에 따라 일정 기간 계류하며 가족을 찾게 된다. 경기도는 특별사법경찰단을 구성, 추가 수사를 거쳐 해당 사업장에 대해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동물단체들은 "경기도가 직접 나서서 (피학대동물) 687마리를 구조한 것은 지자체로서는 국내 최초"라며 경기도 측 조치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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