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일주일 만에 인근 해역에서 검출 한계치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정부를 향해 일본 정부에 대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천막 단식 농성장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해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일주일만에 인근 해역에서 검출 한계치인 리터당 10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일본 시민단체가 기시다 총리와 도교전략 사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핵 오염수 핵종은 삼중수소만이 아니다. ALPS(알프스) 방사성물질 62종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제거되지 않은 핵종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단순히 삼중수소 수치만 놓고 안전하다고 주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 수산물 수입 세계 1위인 중국도 도쿄전력 데이터에 의심을 제기했다"며 "핵 오염수가 바다로 방출된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인근 국가와 일본 국민들조차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는데 가장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당한 우려에도 국민을 싸워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 정부는 오염수를 창씨개명해서 처리수라고 부르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당당하게 핵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일본의 부당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제소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 국권을 위임하며 대통령과 정부에 바라는 바"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해 오염수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저는 확신한다. 3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30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야만적인 핵 오염수 해양 투기는 어느 시점에선가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우리 세계인들이 일본에 이 행위가 얼마나 야만적인 행위인지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 국민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만든 인류에 유해한 핵 쓰레기를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세계인의 바다에 내다 버린 것에 대해 세계인들의 비난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입장 갖고 지금이라도 즉각 해양 투기를 중단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야당 대표로서 책무는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
이날로 단식 5일차를 맞은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 앞서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만 믿고 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단식 5일째를 맞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단식할 때가 아니'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책무는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싸워야지, 단식하면 되겠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맞는 말이다. 그 책무는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의 더 큰 책무는 국민이 겪는 절망감에 공감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이재명을 찾으려면 저 위가 아니라 바로 옆을 봐달라"며 "때로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오직 국민만 믿고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도 이 대표의 단식을 폄하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야당 수장 모습을 보기보다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관종의 DNA만 엿보일 뿐"이라며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조사 소식에 뜬금포 단식을 천명하더니 국회를 극단 성향 유튜버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식한다고 하는데 실제 단식인지 단식쇼인지도 의문"이라며 "최후 수단이라며 단식까지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줄어드는 집회 규모에 당황한 탓인지 시선을 해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세 살 아이 투정 부리듯 ‘땡깡 단식’을 하더라도, 국민은 이런 괴담에 더 이상 속지 않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없어지지 않는다"며 "헛심 쓰지 말고, 민생 현안 챙기기에 협조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 단식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왔다. 5선 중진의 비(非)이재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들의 여론이 썩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며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의 강성 열성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동조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주장도 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은 좀 냉담하다"며 "이것이 이제 이재명 대표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반감, 이런 것들까지 작용해서 별로 이렇게 그런 점에서는 또 국민 여론의 뒷받침도 잘 못 받고 있지 않은가 이런 걱정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생각해서 또 민생을 생각해서 정기국회가 지금 회기 중에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그 공익과 대의명분에 쫓아서 스스로 단식을 멈추는 것이 저는 좀 지혜롭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4일 조사 무산…민주 "다음주 요청 있음 소환 응할 것" vs 검찰 "단식으로 조사 지장, 일반 절차 따르라"
한편 이날로 예정됐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는 검찰 측과 이 대표 측 일정 조율 실패로 무산됐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에 소환 요청이 있으면 가겠다고 했는데, 검찰이 거부하는 바람에 오늘 조사는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주는 아시다시피 국회 일정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예고한 바대로 다음주에 소환 요청이 있으면 응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이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일정상 오전만 출석해 1차로 조사받고, 나머지 조사는 추후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은 그러나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방검찰청은 이날 공지를 통해 "검찰은 국회 일정이 없는 날짜를 택하여 사전에 미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출석을 요청하였으나, 끝내 2회 연속 불출석한 결과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어, 현재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및 국회 일정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향후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일반적인 피의자 출석과 조사에 관한 절차에 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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