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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갈라치고, '보수'까지 둘로 쪼갠 尹정부…보수 '역사 내전' 방아쇠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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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갈라치고, '보수'까지 둘로 쪼갠 尹정부…보수 '역사 내전' 방아쇠 당겨

48년 건국 논란 이어 독립운동가 폄훼에 '보수 인사' 일제히 비판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독립군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 철거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국방부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국가보훈부가 '1948년 건국 논란', '이승만 기념관 논란'에 불을 지핀데 이어, 이번엔 국방부의 독립운동가 폄훼 논란으로 보수 진영 내부의 '역사 갈등'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27일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 장관이 홍범도 장관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귀하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흉상 철거 대상이 된 독립 영웅들의 공적을 일일이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홍범도 장군에 대해 "왜군과 37회나 전투를 벌이면서 공적을 세웠고 연해주에서의 무장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다. 그 후에도 봉오동, 청산리 대첩에 무훈을 세웠고 자유시 참변도 당했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2년 10월 정부에서 건국훈장 2등급(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조부인 이회영 선생에 대해 "이 선생의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육군사관학교 전통으로 잇는 작업에 대해 설명을 생략하겠다"며 "나 개인의 사정을 귀하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직격했다. 이 회장은 흉상 철거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임을 충고하는 바"라고 했다.

이 회장과 그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현 정부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론'을 강조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이철우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철거 이유가 홍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야권 세력을 비판했다.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 대회'에서는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하면 그 새는 떨어지게 돼 있다"며 "(보수, 진보가)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야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야당과 함께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 등으로 남아 있는 '오른쪽 날개'마저 절반으로 쪼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좌진 장군의 후손과 이회영 선생의 후손 등이 현역 보수 정치인이고 보수 정부의 광복회장을 지내고 있기 때문에, 보수 진영 내부에서의 '역사 논쟁'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래 이종찬 광복회장의 서한 전문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나라의 국방을 위해 노력하는 귀하에게 인사를 먼저 보냅니다.

최근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독립전쟁의 영웅들의 흉상을 제거하기로 귀하가 방침을 결정한데 대하여 몇 가지 충고를 드립니다.

1. 당초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을 모시고자 할 때, 그 뜻은 국군의 역사가 해방 이후 일본군 잔재들이 모여서 편성한 것으로 한다면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게 되었었습니다. 더 높은 숭고한 우리 국군의 역사로 승화시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독립전쟁의 역사를 우리의 것으로 받들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역사관을 후세에 무지한 자들이 쉽게 지울 수는 없습니다.

2. 내가 알고 있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1951년 10월 진해에서 육군사관학교가 4년제로 재 개교될 때,

교장을 누구로 선임할 것이냐 문제를 놓고 당시 참모총장 이종찬 장군이 고민했습니다.

소장, 중장급 여러 장군의 명단과 이력서를 작성하여 이승만 대통령에게 추천하고자 진해관저로 찾아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분들의 명단을 보지도 않고 한마디 했습니다.

"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장군이 있지?"

"네, 안춘생 장군이 있습니다."

"광복군으로 독립운동 한 사람 아냐?"

"네, 맞습니다.”

"그 사람 교장 시켜."

"안장군은 아직 육군 준장입니다. 교장은 소장 아니면 중장 직위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나 육사교육이 성공하려면 안중근 의사처럼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런 의사 한 사람만이라도 배출하면 그 교육은 성공한 거야. 그러니깐 그 뜻에 따라 그 사람 별 하나라도 시켜!"

"예! 각하의 높은 뜻대로 명하겠습니다."

참모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명을 따랐습니다.

4년제 육군사관학교 정규과정 초대교장은 안춘생 준장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종질로 1912년 태어나 중국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항일 투쟁을 해온 분입니다.

덕장으로 알려진 그는 육사의 교훈을 지인용(智仁勇)으로 정했습니다. [* 노태우대통령 회고록 1053쪽]

3. 흉상으로 모신 다섯 분은 우리 독립전쟁의 영웅들입니다.

귀하가 표현한 대로 "국난극복의 역사로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분들"이 아닙니다.

먼저 지청천 장군, 그분은 일본 육사를 졸업했지만 일본군을 위해 복무하지 않고 탈출하여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자청했습니다.

그 후 항일전선에서 꾸준히 전투를 벌여온 역전의 용사이며 1940년도 광복군을 편성할 때 최고사령관으로 역임하신 독립전쟁의 영웅이십니다.

4. 김좌진 장군은 내가 소개할 필요도 없이 우리 역사상 일본 정규군과 전투를 벌인 청산리 대첩의 영웅이십니다.

더욱이 그 분은 만주일대 민족주의 우파 독립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계실 때, 공산분자의 손에 암살당하신 분입니다.

5. 이범석 장군은 운남강무학교 출신으로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활약하셨고, 청산리 대첩에서 신흥학교 출신 장병들을 인솔하여

김좌진 사령관에게 합류하여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1940년대에는 미군 OSS와 합동작전으로 국내 진공작전을 세우고 훈련을

시키다가 해방이 너무 일찍 찾아와 뜻을 이루지 못한 광복군 참모장이며 2지대장이셨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초대 국무총리요, 국방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국군을 창설하는데 큰 공적을 세운 분입니다.

(귀하가 국방부장관이라 하면서 초대 국방부장관을 멸시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입니다)

6. 홍범도 장군에 대하여 귀하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홍범도는 머슴으로 불행한 소년시절을 보냅니다. 평양감영 나팔수로, 소년승려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면서 제재소 노동자로 일하다 의병으로 참여했습니다.

왜군과 37회나 전투를 벌이면서 공적을 세웠고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서의 무장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편의상 소련 공산당에 가담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봉오동 청산리 대첩에 무훈을 세웠고, 자유시 참변도 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립군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것도 사실입니다.

1922년에 코민테른의 극동민족대회에 참여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쫓겨나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2년 10월 정부에서 건국훈장 2등급(대통령장)을 수여받았습니다.

내가 홍범도장군기념사업을 처음 시작하였으며 유해봉환을 도모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장군 유해를 모셔가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봉환사업을 방해했고 모셔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 2021년 카자흐스탄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유해봉환이 성사되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습니다.

솔직히 북한이 공산주의 나라입니까? 왕조국가입니다.

7. 우당 이회영선생의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육군사관학교 전통으로 잇는 작업에 대하여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나 개인의 사정을 귀하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 귀하가 생각한대로 귀찮은 존재로 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 필요 없으면 흉상을 파손하여 없애주기를 부탁합니다.

8.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하여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랍니다.

왜 위인들의 흉상이 당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남아서 부담을 주어야만 합니까?

9.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이나 그런 류의 장군의 흉상으로 대치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백선엽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쌓은 공훈은 평가절하하지 않고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교육적인 입장에서 보면 그분은 당초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애국적인 차원에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했습니다.

운 좋게 민족해방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기회를 틈 타 슬쩍 행로를 바꾸고 무공도 세웠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철거한다는 여기 다섯 분의 영웅은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라 찾기 위하여 생명을 걸고 시작하였습니다. 두 가지 종류의 길이며, 급수 자체가 다릅니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입장을 재삼 강조합니다.

나라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신 분들은 홀대하면서 운 좋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귀하가 반역사적인 결정을 한다면 나와 우리 광복회는 그대로 좌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임을 충고하는 바입니다.

귀하의 최종 결정을 기다립니다.

2023년 대한민국 105년 8월 27일 광복회장 이 종 찬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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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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