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를 이어간 가운데 참여 교사들은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현장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육 정책 및 법 개정을 서두를 것과 함께 국회가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까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전북에서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한 12년 경력의 소담이 교사의 연설이 집회에 참가한 많은 교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소담이 교사는 자신을 12년차 초등교사라고 소개하며 "그동안 군중 속의 한 점으로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에 함께 답을 하고 싶어 용기를 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소 교사는 이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순간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물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선생님은 대체 무엇을 했느냐?, 학교는 대체 무엇을 했느냐?'라는 질문이었다"면서 "여과 없이 쏟아내는 감정을 받아내길 반복하면서 애써 괜찮은 척, 아프지 않다며 스스로를 속여 왔는데 그 결과는 누구보다 빛날 수 있었던 선생님이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참담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소 교사는 "무슨 일만 생기면 교사에게 대체 뭘 했냐며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 당신들은 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대체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2009년 교육과정의 5학년 도덕교과서에는 ‘책임을 다하는 삶’이라는 단원이 있는데 이 단원에서 책임의 종류를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 내가 할 행동에 대한 책임, 내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책임’ 세 가지로 구분해 가르친다"면서 "교사들은 이 세가지의 책임을 온 삶으로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 교사는 "이제는 우리가 다시 묻고 싶다"며 "오용되는 법을 만들고도 이를 바로 잡아 달라는 외침과 진상 규명에는 귀를 닫은 채 그저 너희의 책임을 다하라며 떠넘기고 있는 것은 누구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소 교사는 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물었던 그들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소담이 교사의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전북에서 온 12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그동안 군중 속의 한 점으로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에 함께 답을 하고 싶어 용기를 내봤습니다.
오늘 저는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합니다. 그 누구보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다 자부하는 여기에 모인 수많은 선생님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무수히 우리에게 던져졌던 그 질문을 다시 내뱉어보고자 합니다.
아마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선생님께서 대체 무엇을 했느냐?”라는 질문을 듣지 않아 본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질문으로는 '학교는 대체'가 있겠네요.
교육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자리에는 올라본 적도 없고 그 비슷한 권한을 가져본 적도 없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순간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물음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참 다양한데 그들이 바라는 대답은 정해져 있는 듯합니다.
여과 없이 쏟아내는 감정을 받아내길 반복하면서 애써 괜찮은 척, 아프지 않다며 스스로를 속여 왔습니다. 그 결과 저는 누구보다 빛날 수 있었던 선생님이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참담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나의 책임이니 응당 내가 감당함이 옳다 생각하며 애써 덮었던 상처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는 서이초 선생님에게, 호원초 선생님들에게, 수많은 곳에서 괴로워하셨을 이름 모를 선생님들에게 또다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 또한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누군가는 교사에게 소리치며 혹은 냉담하게 “선생님은 도대체 뭘 했느냐” 며 묻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무엇을 안했습니까?
저희가 학교폭력이 무엇인지 이런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지 가르치지 않았나요? 교사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놀리고 때리라고 가르쳤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는 교사의 노력이 어째서 가해 학생에게는 낙인을 찍는 걸로, 피해학생에게는 가해 학생을 감싸주려는 부당한 일로 비춰져야만 하는 걸까요? 대체 이 과정에서 저희가 무엇을 하지 않은겁니까?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다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또 다시 질문을 받아야만 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무엇을 안했습니까? 출발하기 전 학교에서 수없이 반복했을, 아이들도 줄줄이 외우고 있을 안전교육이 부족했던 걸까요?
식중독이나 교통사고 시설안전에서 날씨에 이르기까지(이제 버스까지요)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책임이 아닌 것이 있긴 합니까?
우리 사회에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너나없이 ‘학교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앞다투어 ‘학교에서 이런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안전, 인성, 진로, 민주시민, 인권, 다문화, 통일, 독도, 경제, 환경교육에 이제는 마약에 도박까지.
쏟아지는 각종 지침과 요구, 무한한 책임의 굴레에서 선생님들은 그래도 내가 맡은 아이들의 일이다 하며 묵묵히 감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무슨 일만 생기면 교사에게 대체 뭘 했냐며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 당신들은 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가 하나의 점으로 모여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함께 울부짖는 이 순간까지 정말 무엇을 하셨습니까?
2009교육과정의 5학년 도덕에는 ‘책임을 다하는 삶’이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이 단원에서 우리는 책임의 종류를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 내가 할 행동에 대한 책임, 내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책임’ 세 가지로 구분하여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이 세가지의 책임을 온 삶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그 무게에 삶을 내던지고 나서야, 모두가 교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 질문 하나를 되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교사들에게 누가 ‘무엇을 했느냐’ 라며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
선생님!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해왔습니다. 또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도 처벌받지 않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역할임에도 이를 외면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은 누구입니까?
오용되는 법을 만들고도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외침에 귀를 닫은 채 그저 너희의 책임을 다하라며 떠넘기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이제 우리가 묻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셨습니까?
당신들은 정녕 스스로의 책임을 다 하고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요구합니다.
교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주십시오.
현장의 간절함을 담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입법 취지와 관계없이 무기로 휘둘러지고 있는 아동학대 관련법을 즉시 개정해 주십시오.
우리가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맞는 최소한의 책임을 짊어지길 촉구합니다.
7월 18일의 가슴 아픈 사건을 포함하여 유난히도 아팠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제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그렇게 간절히 외쳤던 요구 그 무엇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바뀐 것 없는 현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학생들의 곁에서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이 자리에서 함께 외치며 기꺼이 책임의 짐을 짊어진 이 자리의 모든 분들게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살아낸 삶이 우리가 걸어온 자취가 곧 우리 스스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책임을 물었던 그들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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