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방향 어긋난 미국의 '디리스킹', 여기에 '베팅'한 윤석열 정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방향 어긋난 미국의 '디리스킹', 여기에 '베팅'한 윤석열 정부

[기고] 반도체 중국 견제? 진짜 문제는 희토류

<위험 구간>. 작년 이맘때 출간된 책이다. 향후 10년을 말한다. 저자인 미국 국제정치학자 할 브랜즈와 마이클 베클리는 책에서 '중국 정점론(peak China)'을 주장하며 이 기간에 있을 미·중 충돌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의 국력은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고 불안한 중국은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공세적으로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이루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안해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1세기 지정학을 규정할 게임체인저는 기술이며 미국은 반도체 등의 수출 통제를 통해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최대로 벌릴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 유지를 위해 상대적 국력 격차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공격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거론한 주장과 자못 대조를 이룬다.

기실 작년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48%였다. 중국의 점유율은 그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2021년 70%에 이르렀다. 반도체 설계와 장비를 통해 창출된 각각의 총이윤 가운데 49%와 42%는 미국이 챙겼고 중국은 약 5%와 1%만 차지했을 뿐이다.

물론 반도체 칩 제조에 있어 중국은 이미 2010년대 중반경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지금 양국의 격차는 거의 두 배다. 그러나, 미국과 그 4개 동맹·파트너인 한국, 대만, 일본, 유럽의 생산을 합치면 글로벌 총생산의 약 4분의 3이 되고 이것은 중국의 3.5배에 가깝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에 대한 미국의 불안은 과도해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위험은 대중(對中) 자원 경쟁에 있다. 브랜즈와 베클리가 중국이 정점을 지나 쇠락하고 있다는 징후로 자원 고갈을 지적했으나, 반만 맞는 말이다. 중국이 화석연료와 곡물에 있어 세계 최대 수입국인 것은 맞다.

그러나 '4차 산업의 쌀' 또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 터빈, 정밀 무기 등에 쓰이는 희토류 생산에 있어 중국은 세계 1위다. 작년 글로벌 희토류 생산에 있어 중국의 비중은 70%, 미국의 5배였다.

분리와 정련을 포함한 가공, 합금을 통한 영구자석 제조에 있어서는 그 비중이 90%로 늘어난다. 이들 공정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업체는 전무하다. 2018~21년 희토류와 그 합금 수입에 있어 미국의 대중 의존율은 평균 74%나 되었다.

바이든은 2021년 초 취임 후 곧 행정명령을 통해 핵심광물 등의 공급에 있어 미국이 처한 위험과 그 회복 방안을 100일 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가 기한에 맞춰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미 자체 희토류 생산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보고서는 '2011년 30개 국가에서 진행된 275개 희토류 개발 사업 중 10년이 지난 2021년 실제 생산에 진입한 사업은 단 4개(1.5%)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보고서가 발간되고 1년 후 미국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현재 최근 가입한 인도를 포함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창립 회원이고 중국은 배제 대상국이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약 34%이고 러시아와 합치면 절반이 된다.

반면 미국의 매장량은 2%도 안 되며 캐나다, 호주, 인도와 합쳐야 비로소 10분의 1이 넘는다. 미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의 통계다. 미국은 소위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장기적으로 자신의 희토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까. 참고로 미국의 희토류 소비는 작년 팬데믹을 벗어나며 그 전 해와 비교해 50% 이상 증가했다.

올 4월 설리번은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포괄적으로 단절하는 '디커플링' 대신 국가안보와 직결된 특정 영역에서 중국발 위험을 피하는 '디리스킹'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마당에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을 치겠다는 맞춤형 디커플링 정책이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중국의 위험은 부풀려져 있고 중국을 울타리 밖에 둔 희토류 블록이 초래할 위험은 간과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에 '베팅'하고 있다.

▲ 지난 2021년 11월 16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