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소환 시기를 두고 줄다리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금주 중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비회기 기간에 자신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도록 검찰에 요구하고 있으나, 검찰은 조사 시점을 늦춰 9월 정기국회에 청구할 심산으로 보인다.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23일 이 대표에게 오는 3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은 지 엿새만에 날아온 출석 요구서로, 검찰은 이 사건에선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이 대표는 "다음 주는 당무 등으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며 24일 출석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조사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더러운 언론플레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의 24일 출석을 거부하고 30일 조사를 고집하는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며 "비회기 영장 청구를 끝내 거부하고, 정기국회에서 민주당 방탄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시커먼 속내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조사와 관련한 더러운 언론플레이는 기어이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마수를 드러낸 것"이라며 "특정 언론에 다음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흘려놓고, 이제 와서 조사 준비가 안 되어 내일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넘게 수사하고,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강행한 검찰이 조사 준비가 안 되었다는 변명은 말도 안 되는 코미디"라며 "검찰은 영장 청구 시점을 저울질하며 민주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구실 찾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년 동안 수사했다면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하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면서 "어떻게 공소장에 한 달 반 만에 돈을 준 사람 또 받은 사람, 받은 장소, 날짜, 그 경위가 다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런 터무니없는 얘기들을 가지고 정말 소설을 쓰고 있는데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고 정치 공작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소환 조사 일정과 관련해선 "다음주는 일정상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검찰의 요구대로 이 대표가 검찰에 오는 30일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면,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 시점은 사실상 9월로 미뤄지게 된다. 검찰이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백현동 특혜 의혹 사건과 병합해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민주당은 줄곧 8월 중 구속 영장을 청구해달라고 요구해오고 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결로 인한 내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민주당은 비회기 25일 8월 임시국회를 종료하고 다음주 비회기 기간을 둬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여당은 이같은 민주당 움직임에 대해 "정치공작적 계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심각한 범죄 혐의로 조사받는 것이지, 나들이 소풍 가는 게 아니"라며 "수험생이 정해진 수능일이 아니라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날에 혼자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장 청구를 언제로 하라거나 하는 정치공작적 계산에 골몰하는 건 자신이 당당하지 못해서 도피수단을 찾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난 5월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기 맘대로 출석 쇼를 한 송영길 모습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소환조사 일시를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평범한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민주당 대표들은 마치 당연한 특권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말 당당하면 언제 어디서든 두려움 없이 조사에 임할 수 있는 법이다. 무엇이 두렵나"라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해 "황제 출석과 쇼핑 출석하는 '특권 호소인'"이라고 맹비난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경기도 스마트팜 조성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북측이 요구한 '이재명 방북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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