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130억 달러 이상의 긴급 방위 자금과 인도적 지원 80억 달러를 실행하겠다며 의회 승인을 요구했지만, 무난한 승인이 이뤄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각) <AP> 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10일 의회에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지원 210억 달러와 미 연방 재난 기금 보충 120억 달러, 펜타닐 유입 억제 및 멕시코 남부 국경에서의 출입국 강화를 위한 자금 등 40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을 위한 백악관의 추가 예산 지출 요청은 2022년 쉽게 승인됐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이 있다"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전쟁에 매우 회의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면서 이 문제(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정치적 이견이 꾸준히 커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백악관이 이번 지원안에 대한 하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화당의 최우선 관심사인 국경 문제에 대한 자금 지원 증가를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전략에도 통신은 "하원의 수십 명의 공화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전쟁 노력에 더 많은 연방 달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심지어 반대하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 중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해외 개입에 대한 트럼프의 반대에 동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성명을 통해 재난 구호 프로그램을 위한 중요한 자금 지원을 신속히 통과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별도로 고려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이같은 경향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미국인의 여론 변화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올해 1월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선호하는 비율이 48%로 집계됐다며, 이는 지난해 5월 조사에서의 60%보다 12% 줄어든 수치라고 전했다.
특히 공화당원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찬성 비율이 상당히 줄어들다. 민주당원의 경우 무기 지원에 대한 찬성 비율이 71%에서 63%로 소폭 하락했지만, 공화당원의 경우 53%에서 39%로 응답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신은 미 정부 역시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실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안보팀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쫓아내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면서도 "내밀하게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우크라이나 관리들에게 확실한 끝이 없는 전쟁 비용에 대해 의회와 미국 국민의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통신은 이번 400억 달러 추가 지원 요청이 지난 5월 부채 상한선을 두고 갈등을 보였던 당시, 여야가 합의했던 금액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를 러시아는 자국에 유리한 여론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인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본인의 'X'(전 트위터) 계정에 "우크라이나에 400억 달러를 더 보낼 여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게재했다며 바이든 정부의 지원안에 대한 미국 내 반대 목소리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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