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 방류가 안전에 있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 중 일부가 이같은 결정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인터뷰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종합 보고서에 대해 의견 불일치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우리 보고서는 과학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 중 누구도 그에게 직접적으로 우려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면서, 이견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들었는지에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이견을 낸 전문가가 누구인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난 6일 중국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측 전문가로 참여한 리우 썬린 중국원자능과학연구원이 "IAEA의 '성급한' 보고서에 실망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은 제한적이며 참고용으로만 사용되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중국 측 전문가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통신은 리우 연구원에게 이 사안에 대해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의 보고서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며, 일본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 계획을 지지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이 계획이 기준과 일치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 일본 편도, 중국 편도, 한국 편도 아니다. 기준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7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 내 야당 및 의견이 있는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IAEA는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통신은 IAEA의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일부 일본 정부 관료들은 40여 년 동안 오염수를 배출하면 일본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구매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핵 발전소 오염수 배출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IAEA 등의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7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측 보고서 발표 계기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된 일본 측의 오염수 처리계획을 검토한 결과, 일본의 계획은 방사성 물질의 총 농도가 해양 배출기준을 충족하며, 삼중수소의 경우는 더 낮은 수준의 목표치를 달성함으로써 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오염수 배출이 국내 해역에 미칠 영향과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유입해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대략 4∼5년에서 길면 10년에 이르고 삼중수소 등 방사능 영향은 국내 해역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미만"이라며 "과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오염수 처리 핵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흡착재가 적정 시기에 교체되고 안정화하면서 2019년 중반 이후 핵종별로 배출기준 이내로 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ALPS가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해수로 충분히 희석해 농도가 배출 목표치인 리터당 1500 베크렐(Bq)에 적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방출 전 'K4 탱크'를 통한 농도 분석도 이뤄지기 때문에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단계별 장치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본 당국에 권고 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현지 시찰을 다녀왔던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ALPS의 '크로스플로우 필터'에서 여러 번 고장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 사항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유 위원장은 ALPS 출구에서 측정하지 않고 있는 'Fe-55', 'Se-79', 'U-234', 'U-238', 'Np-237' 등 5개 핵종에 대해 연 1회 입·출구 농도 측정 시 함께 측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 핵종의 농도는 K4 탱크에서만 측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 위원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있는데, 오염수 방출이 시작될 경우 배출량을 그거로 한 방사선영향평가를 다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함께 내놨다.
방 실장은 "이와 같은 검토 의견은 도쿄전력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준수됐다는 전제에서 검토된 것"이라며 "향후 일본이 최종적인 방류 계획을 어떤 내용으로 확정하는지 확인하고 그 계획의 적절성과 이행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 보고서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모임인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IAEA 최종보고서의 문제에도 드러났듯이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제시한 자료 외에 우리의 안전 관점을 갖고 검증하고 평가한 내용이 거의 없다"며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보여준 것 외에 어떤 검증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공동행동은 "우리 정부는 오염수 해양투기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포함해 평가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오염수의 다른 처리 방식에 대한 결론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2021년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해양처분 대안이 장기 저장, 지층 주입과 같은 다른 대안보다 더 나은지 여부를 검토할 것인가'라고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원자력규제위가 여러 검토를 통해 해양방출이 가장 확실히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답을 했다"며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에 대한 어떤 평가와 검토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정부는 시찰단까지 보냈지만, ALPS 성능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도쿄전력이 제시한 일부 결과만 가지고 전체 오염수의 정화 작업과정에서 성능을 충족할 것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동행동은 "오염수 탱크마다 성분과 농도가 다르고, 폐로 과정을 비롯해 앞으로도 발생할 오염수 등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는 도쿄전력이 잘 할 것이라는 선의에 의존하는 검토결과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해역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이들은 "이 역시 도쿄전력의 계획과 자료에만 근거한 섣부른 결론"이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거짓말과 은폐를 반복해온 도쿄전력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우리 바다 그리고 인류 공동의 자산인 태평양을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로 이미 기준을 초과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킨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무책임하게 다시 바다를 더럽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는 정부가 우리의 바다와 안전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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