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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하반기 기조는 경기 진작 위한 금융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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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석열 정부 하반기 기조는 경기 진작 위한 금융 완화?

가계부채 위험 더 커질 우려… "재정정책 쓸 때"

"물가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한다." "수출‧투자 촉진 및 내수·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활력 제고'에 매진하겠다."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 모두발언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주로 예고된 구체적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이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그려진다.

내용은 명확히 제시했다. 하반기 경기 활성화에 진력하겠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둔 마당이라 정부로서는 하반기 우상향하는 경제 곡선을 어떻게든 그려내야 한다. 이제 궁금증은 두 가지로 수렴된다. 어떻게 경기를 끌어올릴 것인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가.

시장 직접 통제로 물가 다잡고

정부는 이미 상반기 물가와의 전쟁에서 '어떻게'의 예고편을 보여줬다. 기업체에 직접 상품 가격 하향 조정을 명령했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 수준을 넘은 물가 강제 조정이다. 다른 정부였다면 정부가 기업 팔을 비튼다는 비판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쏟아졌을 일이지만 큰 잡음 없이 넘어갔다. 실제 과자와 라면값이 떨어지는 성과가 나왔다.

물가를 억누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은행 대출금리에도 직접 개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카드사를 직접 방문하며 '상생금융'을 요청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와중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마법같은 일이 그후 일어났다. 줄어들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이후 카드사도 방문 중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요동치는 물가를 억누를 때와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대출금리를 누를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진작을 위해서도 인위적인 부양 정책을 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대기업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다. 추 부총리의 모두 발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과학기술·첨단산업 육성과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개혁, 규제혁신 등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 및 생산성 향상 노력도 배가해 나가겠다."

이는 곧 기업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노동계의 요구를 확실히 억눌러주겠다는 선언이다.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이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늘려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개선되는 수출실적을 바탕으로 하반기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사실상 중국에 등을 돌린 현 정부가 중국을 대체할 새 시장 개척을 위해 외교적 노력도 함께 기울일 것이다.

실제 그간 심각한 적자 기조이던 무역수지가 하반기 들면서 반등하리라는 전망은 이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6월부터 무역수지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돈 풀어 내수 활성화하고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또 하나 선택할 수 있는 건 원화 가치 평가절하다. 외환시장에 적절히 개입해 원화 가치를 낮게 유지한다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오를 수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당연히 있다. 국내 물가 상승세가 더 자극받는다. 그 대응책은 정부가 이미 보여줬다.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물가를 억누른다.

추 부총리는 하반기 들어 내수 경기도 반등하리라고 봤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소비자심리가 반등하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되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난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소비는 무엇으로 살릴 수 있을까. 역시 현 정부의 지금 행보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돈을 더 풀면 된다. 돈값을 떨어뜨리면 상품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기준금리는 정부가 아닌 한국은행이 조절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은행을 직접 방문하면 기준금리와 관계없이 시중금리가 내려감을 확인해 줬다.

이미 부동산 경기 대응을 위해서 관련 규제를 모조리 풀어놓기도 했다. 즉 하반기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대출을 더 늘리는 정책방향을 고심할 수 있다. 대출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한다면 경제 지표가 반등하리라는 기대가 나올 수 있다.


기조는 이미 확인됐다. 25일 <연합뉴스>는 5대 은행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678조2162억 원으로 5월 말(677조6122억 원)보다 6040억 원 불어났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0조1596억 원)이 22일까지 4834억 원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무색하게 대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인플레와 전쟁 아직 안 끝났는데

현 정부가 결코 취하지 않으려는 정책은 있다. 재정 확장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에 관해서는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서 강경한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재정적자 축소, 추경 자제가 현 정부의 기본 자세다.

정부 투자 자제-금리 완화 유도-환율 절상 유도-기업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다. 바로 일본이 지금 그러한 정책으로 살아나는 경기를 만끽하고 있다. 바로 옆에 성공사례가 있으니 현 정부로서도 이런 그림을 기대할 수 있다.

부작용이 문제다. 섣부른 경기부양은 기준금리 완화 기대감을 키운다. 한은이 시장의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경기부양으로 인해 물가 인상 압력도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훗날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인위적으로 억누른 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때 더 큰 반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외부 물가 인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못 버티는 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 인하 유도는 더 큰 문제다. 전 세계 경제가 지금도 인플레를 잡지 못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타 고피너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회의에서 아직 세계 인플레이션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며 강경한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아예 고용을 비롯한 경제 충격을 무릅쓰고라도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 대열에 유럽과 영국, 호주 등이 들어섰다. 이들 국가는 다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진작을 위해 이와 정반대 행보를 나홀로 할 수 있을까.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아직 완전히 잡히지도 않은 물가의 추가 폭발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이탈 역시 걱정해야 할 대목이다. 경기 진작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한은이 대외 조건을 마냥 무시하고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게 문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주요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자국 경제를 넘어섰다. 이 비율이 100%가 넘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의 수출 실적이 정말 좋아지리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이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실제 무역협회는 올해 하반기 무역 실적이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연단위로 보면 29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7.7% 감소한 6309억 달러, 수입은 9.7% 줄어든 660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수입 실적이 모두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구조다.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에도 가계대출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678조2162억 원으로 5월 말(677조6122억 원)보다 6040억 원 불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0조1596억 원)이 22일까지 4834억 원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무색하게 대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연합뉴스

재정은 계속 긴축하고?

해법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때이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건 위험하다는 평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재정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감세정책을 추진한다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결국 금융완화밖에 없는데 거시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세계와 정반대 행보를 취한다면 외환시장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놓고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일본과 한국 상황은 다르다고도 하 교수는 지적했다. "일본은 원래 한국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낮고 세계에 뿌려놓은 자산이 많아 외환시장 안정성 면에서도 한국보다 좋"다는 이유다.

하 교수는 결국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빚을 내 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케인지언식 방법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계가 빚을 내게 하는 대신 정부가 빚을 져서 투자에 나서라는 뜻이다.

하 교수는 "거시적으로 보면 국가부채가 늘어날 때 기업과 가계의 문제를 수습하면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필요할 때는 국가부채를 늘려 경제주체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교과서적인 방법을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에 수렴하는 경제성장을 유지할 경우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정부의 이자 부담은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였다.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정부의 조달 비용은 0.2%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면 정부가 적은 비용으로 재정을 풀고, 이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가면 그때 세금을 많이 걷어서 재정을 건전화"하는 정공법을 따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실제 내놓을 정책 내용은 다음주 중 확인될 것이다. 정부는 경제학 교과서를 따를까, 아니면 무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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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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