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연루 의혹이 있는 원로 소설가 오정희 씨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 대해 문화계가 반발했다.
문화예술계 연대모임 '블랙리스트 이후'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13일 오후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데 앞장 선 혐의를 가지고 있다"라며 "(홍보대사 위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오 작가는 '중국인 거리', '유년의 뜰' 등 작품을 남겨 국내 여성문학의 원류로 평가받는 원로 문인이다. 앞서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4일부터 개최되는 도서전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 명단에 오 작가를 비롯해 김인숙, 편헤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 작가 등을 선정했다.
문제는 오 작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관한 가담 및 방조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정부 당시 제5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한 오 작가는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에서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의 심사과정에서 일어난 '블랙리스트' 배제 사건에 가담했거나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준비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오 작가의 '도서전 얼굴' 위촉 관련 문화계 입장문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실행자였다"라며 "2023년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문학‧도서출판의 상징이자 얼굴이 동료와 후배 작가들을 검열하고 배제하는데 앞장 선 국가범죄의 실행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오 작가는) 심지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심의위원들과 배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검열 행위에 적극적으로 실행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라며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대한민국 문학과 도서출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의 홍보대사로, 대한민국 법원과 정부는 물론 자신들 스스로가 공언했던 국가범죄의 실행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 작가는 지난 2018년에도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에 위촉된 바 있는데, 당시에도 블랙리스트 가담·방조 의혹에 휩싸이면서 위원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단체는 그러나 해당 사태 이후로도 오 작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어떠한 성찰적 태도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해 침묵으로 동조‧옹호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검열하고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옹호하는 가해 조직으로 우리 사회에 영원히 남을 것인가"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이 "반성과 사과가 없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행사"가 됐다고 지적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 및 공개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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