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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베팅'은 감싸더니 이번 중국 '베팅'은 유감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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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베팅'은 감싸더니 이번 중국 '베팅'은 유감표명?

외교부 "싱하이밍, 비상식적이고 도발적 언행"…10년 전 바이든 유사한 발언에는 "중국 겨냥 아냐" 해명

정부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10년 전 미국 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이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협박 뉘앙스를 보였을 때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를 변명해주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9일 외교부는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오늘 오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하여, 어제 (8일)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의 만찬 계기 싱 대사의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장 차관은 주한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 차관은 싱 대사의 금번 언행은 상호존중에 입각하여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으로서, 오히려 한중우호의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것임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장 차관은 싱 대사에게 금번 언행과 관련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며,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8일 싱하이밍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달라며 "한국이 외부 요소(미국)의 방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이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싱 대사의 이 발언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슷한 발언을 미국의 정부 관료가, 그것도 대사 정도가 아닌 부통령이 한 것에 대해 한국의 보수 정부는 미국의 대사를 초치하거나 항의를 한 바 없다. 이에 미국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는 정부가 중국에게만 이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2월 6일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 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다"며 미국이 편에 서라는 뜻을 밝혔다.

야당 대표도 아닌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실상의 협박을 담은 발언을 했지만, 당시 정부는 이에 대한 항의는커녕, 오히려 이 발언이 오역이 있었다고 감추기 급급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말이고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미국의 사실상 최고위 당국자가 대통령에게 한 공개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감싸주고, 중국의 한 외교 당국자가 야당 대표에게 한 발언은 초치까지 하는 이중기준을 두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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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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