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녹색평론> 182호가 나왔다. 격월간에서 계간지로 다시 출발했다. 지난 2021년 11월 창간 30년 만에 휴간에 들어간 지 1년 반 만이다.
격월간이 계간이 되는 만큼 인문 잡지가 설자리는 더 좁아졌다. 녹색평론은 그러나 창간 당시의 의지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길을 택했다. 김정현 발행 및 편집인이 복간호에 밝힌대로 "1년 남짓한 휴간기간은 안정된 잡지발행을 위한 환경을 갖추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으나 "미흡한 모습이 부끄러워도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한 발짝이라도 떼어놓기로 결정"한 결과가 이번호에 담겼다.
김정현 편집인은 아울러 "생태적 지반이 취약해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세상살이는 갈수록 험악"해져 "근본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지만 "<녹색평론>은 타협하지 않고 인간성을 옹호하는 작업을 힘닿는 데까지"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복간호가 다루는 주제는 예전과 변함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신냉전 구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윤석열 정부 환경정책 평가 등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책에 담겼다.
특히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학 명예교수가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의적 기후위기 대응 분위기에 비판적으로 접근한 글이 눈에 띈다.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배터리의 필수 부품에 리튬이나 코발트가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코발트가 풍부한 콩고와 같은 나라에서 채굴이 일어난다. 즉 "선진국 나라가 아닌 바로 '거기'에서 또다른 환경파괴가 시작된다."
이를 하이데 교수는 '파괴의 외부화'로 지칭했다. 노동의 아웃소싱이 활발히 일어났던 과거를 떠올리면, 환경파괴의 아웃소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정의롭지 않다. 이에 하이데 교수는 (아마도 이 같은 글을 읽을 대부분이 선진국의 지식인이라고 가정해) 독자에게 묻는다. "정말 우리는 이 전반적 상황과 관련해 그 어떤 책임도 없는 것일까?" "우리 자신이 바로 그 (파괴의 외부화를 일으키는) 자본주의 한복판"에 있다고 지적한 하이데 교수는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글은 성급한 해답을 내리려 하기보다, 지금 중요한 건 더 많은 질문 아니냐고 강조한다. 더 정확히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폭력기구들이 과연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는 질문이 필자로부터 나온다. 과연 <녹색평론>이 돌아왔음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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