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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이라 지탄받는 건설노조를 위한 변론(辯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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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이라 지탄받는 건설노조를 위한 변론(辯論)

['건폭'의 진짜 얼굴] 조합원 고용 요구의 배경에 대하여

대통령의 입에서 터져 나온 '건폭'. 과연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는 손가락질과 지탄을 받아야 마땅할까? 현장에서는 오히려 건설노조 조합원이 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도적으로 쏟아지는 건설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말과 보도에 대해 당사자, 전문가, 국제노동진영의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본다. 편집자주

일반적인 노동조합은 어떤 사업장에 취업한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해당 노조는 사용자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조합원의 노동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해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토목건축, 타워크레인 등 각 직종의 노동자들은 대규모 건설현장에 단기간 고용되었다가 실업, 다시 단기간 고용을 반복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시공을 맡은 원청건설사(대부분 재벌계열사)는 토목건축, 전기 등 각 분야별로 전문건설업체에게 한차례만 도급이 가능하다. 전문건설업체가 다시 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하도급이 되어 금지된다. 원청건설사와 전문건설업체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지만, 상용직으로 고용하지 않는다. 한 현장에서 연 인원으로 치면 수천명이 일하더라도, 원청 건설사가 상용직으로 고용하는 인원은 현장소장 등 관리직 몇 명이고, 전문건설업체는 현장소장 등 관리직조차도 임시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건설노동자의 고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아래 표는 2022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 내용인데, 팀장, 반장, 기능공 등 인맥을 통한 고용이 74.9%로 나타나고 있다. 무료 직업소개소나, 노동조합을 통한 고용은 겨우 2.4%에 불과하다.

▲2022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 자료 ⓒ건설근로자공제회

인맥을 통한 고용은 대부분이 팀장(이른바 오야지)에게 전문건설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불법하도급인 셈이다. 인맥을 통한 고용은 중간소개자인 오야지 등이 고용을 빌미로 한 중간착취가 생기고 이들에게 건설업체가 공사비(인건비가 포함된 도급료)를 지급하면 임금을 떼어먹고 도망가거나, 체불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추석을 앞두고 건설현장 임금체불 몇 천억 기사는 대부분 여기서 생긴다. 인맥을 통하다 보니 건설업체 현장 관리자에게 상납이 따르게 되고 건설현장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부실공사, 중대재해사고 발생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불법하도급, 중대재해 두 개의 단어를 같이 넣고 검색하면 많은 기사가 뜰 것이다. 건설노조는 오랫동안 건설현장에서‘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건설노조가 요구하고 싸워서 바꿔낸 것이다.

법은 바뀌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건설노조가 고용요구를 단체교섭으로 하게 된 것은 바로 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근로계약 체결, 불법다단계 하도급 금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준수, 불법하도급 업체와 오야지 등의 중간착취와 임금체불 예방, 건설현장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도, 건설사도 하지 않으니, 노조가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업과 단기간의 취업을 반복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문제에 대하여 정부도, 건설사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고용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며, 노동조합이 다른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고용요구를 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현장의 사용자는 건설노조의 조합원이 채용될 경우에 통일적인 단체협약에 기초한 일정한 노동조건과 단체교섭의 요구,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노동시간, 휴게, 휴일 준수요구, 건설현장 부실시공이나 노동안전 문제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와 감시활동을 극도로 싫어할 것은 자명하다. 예를 들어 불법 하도급 금지, 노동시간 준수요구, 부실시공과 노동안전 문제 제기는 팀별로 도급형태로 계약하는 불법 하도급 관행을 통해서 장시간 노동, 공기 단축을 하려는 건설사들의 이해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각 직종별 임금조건 등 통일적 노동조건 준수요구 역시 차별적이고 낮은 처우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사의 이해에 정면으로 반한다. 노조 조합원이 아니면 근로기준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고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니, 건설사들은 건설노조 조합원을 고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조합원으로 가입하거나, 아니면 조합원임을 밝히고 단체교섭 요구나,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하면 해고당하는 일들이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자료를 보면 2021년 건설현장에서 산재사고(과로사 등 질병사망 제외)로 사망한 노동자 수가 417명이고 이 숫자는 그 해 전체 산재사고 사망 노동자수의 절반(50.4%)에 해당한다. 하루에 1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이 집으로 퇴근을 못하는 것이다. 2021년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떨어져 죽은 노동자가 351명, 물체에 맞아서 죽는 노동자가 52명, 아마 대부분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일 것이다. 노조의 산업안전문제 제기는 당연하고 중요한 활동이다.

노동법 교과서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최초로 등장한 노동조합은 숙련공이 중심이 된 직종별 노동조합(craft union).. 당시 노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였고, 거래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용자로부터 조합원을 철수시키고... 국가법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억압하려고 하였다......독일에서는 임금인상을 하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취지를 노동조합이 통고하는 것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여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었다....(김유성, 노동법 46-47면)"

200년 전 노동조합이 법으로 금지되던 시기 유럽에서 일어난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고용 문제를 가지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집회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사용자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과 지적을 한 것이 협박이 되고, 강요죄가 되고 이른바 건폭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노사의 단체교섭 과정은 서로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위협과 위력 행사의 장이다. 200년 전 유럽에서는 한 때 이를 협박죄, 강요죄로 처벌했지만, 지금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노조는 물론이고 사용자측에게도 모두 협박죄, 강요죄, 공갈죄(협박하여 재산상 이득을 얻음) 성립해야 한다. 사용자측도 교섭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파업에 들어갈 시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할 태세, 노조간부들에 대하여 해고 등 징계를 가할 수 있다는 언급이나 그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다. 또 노조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시 하는 여러 활동에 대하여 각종 혐의로 고소고발을 한다. 그것이 협박죄가 되고 강요죄가 되는 것인가. 사용자측의 압박에 노조가 후퇴하여 임금동결, 노조의 요구를 후퇴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사용자측이 재산상 이득을 취하였으므로 사용자에게 공갈죄가 성립한다는 것인가? 묻고 싶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노조법은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노조법 제2조 제4호 정의)'라고 정의하고 있다. 건설노조 역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해야 한다. 인맥 고용을 통한 불법다단계하도급 근절, 중간착취 근절, 임금체불 해소, 직접 근로계약 체결, 단기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한국 건설산업 현장의 고용구조 특성, 반실업 상태의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직종노조인 건설노조는 '조합원의 고용'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안이자, 교섭요구안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요구가 전적으로 조합원만을 고용하라는 것도 아니며, 고용의 규모와 필요한 절차, 기능과 숙련도에 대한 노조의 책임 등은 이후 노사간 단체교섭에서 논의될 문제이다.

건설노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 독일과 같이 건설업체의 상용직 고용 확대, 건설현장 적정임금 제도 도입, 또는 미국의 직종별 하이어링 홀 제도와 같이 노사가 건설 노동자들의 직업훈련과 기능을 책임지고, 조합원에 대한 고용을 책임지며 고용시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각 현장별, 건설사별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직종 차원의 통일적인 노동조건 기준을 만들어 보자는 요구도 해 왔다. 정부와 언론이 있어야 할 곳은 건폭 매도로 정치적 이익을 얻고, 자극적인 받아쓰기 기사로 클릭장사나 하는 것에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건설노조와 진지한 대화의 장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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