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거 시즌을 거치며 펼쳐진 양당 중심 '청년정치'는 다소 적대적인 정치문화를 결과로 남겼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이대남 전략'은 진보적 담론에 반발하는 일부 젊은 세대 남성들을 '새로운 청년의 얼굴'로 등극시켰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종의 대항담론이 형성되면서, 지난해 치러진 두 번의 선거는 양당이 '선택'한 청년계층 사이의 화합할 수 없는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이준석의 시간 이후, 공론장에 적대정치가 찾아왔다."
지난 20일 <프레시안>이 개최한 청년정치 좌담회에서 세 명의 패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반여성주의 등 혐오정서를 활용한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프레이밍"이 양당 대립체제의 선거구도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서, 청년문제를 둘러싼 "전에 없던 적대정치의 문화"가 정치 공론장에 정착했다는 진단이다. (관련기사 ☞ 청년정치의 핵심 '이준석의 시간'이 남긴 것은?)
선거 이후 이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탈락했지만, 그가 시도했던 전략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 공약 등이 그렇다. 일부 집단의 불만을 정책적 고민 없이 날 것 그대로 소환했다는 점에서 해당 공약은 "특정세대, 특정성별을 겨냥하는 포퓰리즘적 발상"(권인숙)이라 지적받았다.
젠더, 공정 이슈 등을 매개로 한 포퓰리즘적 '이대남 전략'은 지난 한 해 청년세대를 둘러싼 특수한 논쟁 양상을 만들어냈다. 세대 내부의, 화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양 집단을 설정한 채 '과연 누가 진짜 청년인가' 묻고 겨루는 싸움이다. 청년 내부의 일부 역차별론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청년 대상 캐치프레이즈로 재현되면서, 정치권 내의 청년담론은 보수·진보진영 간의 세대론 전쟁으로 또 한 번 비화됐다.
<프레시안> 청년정치 좌담회의 두 번째 편에선, 이렇게 적대적인 문화 아래 협소해진 '청년정치'의 돌파구를 탐색한다. 전편과 같이 차해영 더불어민주당 마포구의원, 김혜미 마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참석하고 <프레시안>이 사회를 맡았다.
오랜 시간 지역 기반 청년 활동가로 살아온 차 의원은 지난해 지선 당시 제도권 내 청년정치의 창구로 민주당을 택했다. 2020년부터 원외 정치를 지속해온 김 위원장은 현재 초당적 청년정치인들의 모임 정치개혁2050에 참여 중이다. 활동가이자 실무자로서 청년기본법 등 제도 형성과정에 참여해온 이 대표는 여전히 청년시민사회에 남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정치의 저변을 넓히는 방안으로 이들은 우선 청년정치의 원론에 뜻을 모았다. "청년정치란 단순히 젊은 정치인이 하는 정치가 아닌, '낡은 세계관 자체를 교체하기 위한 정치'라는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선거제 개혁 △의원정수 확대 △정당구조 변화 △참여기구의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아래는 좌담회 전문.
청년정치는 '세계관 교체'를 위한 정치 …'87체제' 이후의 민주주의를 꿈꾸다
프레시안 : 근 몇 년 간의 청년이슈를 돌이켜보면, 대체 '누가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성평등, 비정규직, 지역차별 문제 등을 둘러싼 역차별 논란 속에서 양당은 "누가 진짜 청년인가", "무엇이 진짜 청년정치인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선 그 논쟁에 편승하기 보단, '청년정치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원론부터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 청년정치가 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크게 세 가지 층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정치'가 청년정치다.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말이다. 두 번째는 현재 '정치권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는 젊은 시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대를 향한 정치적 욕망과 요구가 청년정치라는 이름으로 발현됐다고 설명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청년정치란 궁극적으로 '미래를 바꾸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즉 기후위기, 지역소멸, 저출생과 같은 다양한 미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정치가 청년정치란 이름 아래 포괄돼야 한다. 여성정치나 젠더정치라는 이름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면, 해당 개념들도 '여성이 정치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초기목표에서 시작해 의미의 확장을 겪어오지 않았나. 이제 여성정치란 다양한 정체성·의제들과 연계를 이루는 하나의 복잡한 추진체계로 자리 잡았다. 그러한 의미의 확장과 성장이야말로 지금의 청년정치가 가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청년정치에 대한 현재의 의미화 작업들이 주로 세대교체 담론에 묶여있다는 건 조금 아쉽다. 가령 생물학적으로 젊은 정치인만이 청년정치인인가? 하고 묻는다면, 무조건 그렇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생물학적으로 젊지 않아도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은 할 수 있다. 청년정치라는 이름에 담긴 다양한 의미들을, 젊은이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추진해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일도 고민해야 할 때다.
차해영 더불어민주당 마포구의원 : 사실, 개개인의 삶이라는 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청년, 중년, 노년 등의 세대 정체성을 묶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누가 진짜 노년이냐, 누가 진짜 중년이냐 묻지 않으면서 누가 진짜 청년인지는 계속 이야기한다. 어쩌면 '청년'이라는 기호 안에 너무 많은 담론들이 담기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같은 문제를 청년 정치인의 의정활동 영역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년을 정체성으로 10년을 활동해왔는데, 나도 여전히 '네가 진짜 청년 대표냐'라는 질문을 듣는다. 단순히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다. 결국 선거를 통한 정치란 '내 삶의 문제를 네가 해결해줬으면 좋겠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지 않나. 그런데 정치권에 진입한 청년 개인은 그 모든 이들의 기대, 즉 대표성을 홀로 감당하기가 힘들다.
물론 이는 청년 정치인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다만 더 중요한 건 시민사회와 정치가 단절돼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 개인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정치영역에 어떻게든 더 많이 반영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에게 대표성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하는 '참여적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기대와 정치인의 의정활동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말이다.
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지자체·행정·집행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거버넌스의 경우 지금까지 여러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관련기사 ☞ 여의도 바깥, '지역'에서 청년들이 일궈낸 정치의 균열) 중앙의회와 기초의회, 정당 등 정치영역에서의 거버넌스는 현재 부재한 상태다. 그 거버넌스·참여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의 청년정치가 지닌 과제가 아닐까 한다.
김혜미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정당 내부의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누가 더 진짜 청년에 가까운가" 묻는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정당에서 청년을 소비하는 방식을 꼽고 싶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의 가산점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보고자 한다. 공천 때마다 혈투가 벌어지는 양당을 보면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원 출마를 둘러싼 장예찬과 김용태 사이 '엄카 논쟁'이 꼭 그랬다. 청년당원들이 '내가 더 진짜 청년'이라 어필하며, 당내 입지에 있어서의 가산점을 얻어가려 수준 낮은 싸움을 벌였다. 청년이라는 '자원화된 기호'를 선점하려는 싸움에서 청년정치의 의미는 오히려 퇴색됐다. 이러한 현상이 청년정치라는 외피 아래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 분명한 문제고, 앞으로 청년 당사자들이 고민해 나가야 할 과제다.
다만, 국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젊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진단은 엄연한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당의 (청년) 가산점도 그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가산점을 통해서라도 과소대표 집단을 (정치권에) 진입시키는 것, 혹은 청년 스스로 가산점에 휘둘리지 않는 역량과 의제를 갖추는 것…. 그 사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지금 이 시대의 민주주의가 아닐까. 결국 민주주의 내 다원주의 문화의 강화가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주형 : 말씀하신 국민의힘을 포함해, 양당에서도 그렇고 소수정당에서도 그렇고 '청년' 기호를 둘러싼 내부 담론투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양한 정치인들이 '청년'을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프레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대표격이자 결과적으로 가장 성공을 거뒀던 사람이 이준석이었다. 지난해 그는 청년정치란 기호 내부에 혐오·차별·갈등의 의미를 투입하는 데 성공했고, 그를 통해 미디어에 비춰지는 '청년정치'의 의미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꿔갔다.
그렇다면 반대쪽에서도 청년정치의 이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론 그 노력이 바로 "청년정치는 미래를 위한 정치"라는 의미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운동적 관점에서 청년은 어떤 뜻이었는가 생각해보면 결국 새로운 문제, 새로운 불평등, 새로운 시민들의 이름이었다. 다시 말하면 청년운동이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87년도 세계관을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대통령들 몇 명에서 시작해, 그 계보를 잇는 친OO, 반OO 정치가 이어지는 것도 87체제의 유산 아닌가. 기후위기나 저출생 등 새로운 사회문제에 직면한 시민들이 87세계관 이후에 어떤 세계관이 등장할 것인가를 두고 벌여온 운동이 시민사회의 청년운동이었다면, 87체제의 정치 이후에 어떤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 바로 청년정치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그 '교체'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질문이 따라온다. 차해영 의원이 말씀하신 참여구조의 확립도, 김혜미 위원장이 말씀하신 다원주의 정치도, 실행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모델과 제도적 개혁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치영역 내의 세계관 교체를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치개혁의 목적은 "시민의 권한을 넓히는 것" … '줄 세우기' 정당정치 극복해야
김혜미 : 매년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개혁, 선거제 개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차 의원께서 시민사회와 정당정치 사이의 연계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나는 지금의 선거제도 자체가 시민사회의 역할을 한정 짓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는 당연히 당선 확률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으니, 지금의 양당체제 아래에선 '누가 나를 잘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결국 양당으로 수렴하지 않는가. 그에 맞춰 시민사회의 역할도 (양당의) 후보자를 검증하거나 공약을 평가하는 식의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
청년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영역의 담을 뛰어넘으려면 선거제도 개편은 정말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한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관련 이야기가 활성화됐는데, 대통령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누구는 '완수해야 하는 임무'로, 다른 누구는 '절대 반대해야하는 안'으로 소비돼선 안 된다.
물론, 반대로 대통령 말 한마디로 중대선거구제냐, 소선거구제냐 하는 단순 논의만 이어지는 상황도 답답한 측면이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의원정수를 확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개편안을 내기도 했는데, 양당은 매번 유권자 여론을 이유로 의원정수 확대 이슈를 뒤로 미뤄왔다. 모든 정치인이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제 개편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차해영 : 다만 '선거제 개편에 영향 받을 유권자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여과정이 없다면 유권자들은 '선거구제를 개편한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질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당제의 실현, 다양성의 보장 등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가치이지만, 선거제 개편 이슈 때마다 이러한 '시민과의 연결성'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게 사실이다.
비례대표제 강화안에서도 개방형이 있고 폐쇄형이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제에 따라 정당만 선택할 수도 있고 후보만 선택할 수도 있으며, 아예 1인 1표를 넘어서는 선거 방식도 해외에는 존재한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다양한 상상들을 시민들 스스로 공부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김혜미 : 물론 중요한 이야기지만,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력을 얻고, 시민적 열망을 모으면서 제도를 개혁하면 정말 좋겠지만, 일단은 개편을 하고 '바꾸니까 좋아진 점'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선거제 개혁 전에, 국민의힘 나경원 전 대표가 "알파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개혁의 어려움을 어필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껏 원내의 양당이 무엇을 해왔는지 궁금했다.
나 전 대표가 그랬듯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정치개혁을 하고자 할 땐) 여론 설득의 어려움, 기득권 포기에 대한 어려움, 당론과의 충돌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당내에도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많다. 정치개혁에 대한 초당적인 요청이 계속되는 이유다. 소수의 정치인이라도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당내에서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
차해영 : 정치개혁의 필요성 이야기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선거 제도 이야기를 유권자의 관점으로 이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엔 전국 11곳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실시됐다. 그런데 결국 거대양당의 후보만 무더기로 출마하면서 제3당의 원내 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만으론 '내 삶'이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해외에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위해 소위 '주관식 투표지'를 준다든가 하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 실험이 있어왔다. 단적인 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투표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고 그걸 유권자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일 아닐까. 앞서 언급한 '시민의 논의 참여 과정'이란 그런 과정들을 우리나라도 넓혀가자는 이야기였다.
이주형 : 정치개혁에 대해선 두 가지 얘기가 중심인 것 같다. 하나는 정당의 개혁, 정당정치를 어떻게 바꿀까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구제나 권력 구조 등 정치의 '룰'과 관련된 고민이다.
이중에서 후자, 룰과 관련된 문제는 결국 '시민의 얼굴'을 닮은 정치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과도 같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선거제 논의 때마다 항상 나오는 풍경이 있다. 각 정당 혹은 정치인들이 지금의 룰, 혹은 바뀌는 룰이 나에게 유리한가 따지는 모양새다. 선거제 개혁 논의를 망치는 핵심 요소며, 가장 먼저 깨야 할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의 정치가 과연 시민의 얼굴을 닮았는가 질문해야 한다. 시민의 요구를 충분히 담고 있는가, 그것이 정치에 반영되고 있는가 말이다. 가령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2020년 민주당은 결국 300석 중 180석의 과반을 가져갔다. 그런데 정말 180석 만큼의 시민의 의견이 그쪽에 반영됐는가. 그렇게 물어보면 물음표가 찍힐 수 있다.
바뀌는 룰이 단순히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따지는 것을 좀 넘어섰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사회 시민들의 얼굴, 그들이 바라는 것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룰을 고민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구제 개편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 의원정수 확대다.
협소한 의회는 진보정당, 청년정치인 등 다른 목소리의 정치 진입을 어렵게 하는 핵심 요소다. 청년 정치인을 예로 들면, 생물학적으로만 봐도 한국사회의 3분의 1 ~ 4분의 1 정도가 청년들일 텐데, 그 생물학적 비율만큼의 청년 정치인이 탄생하고 있는가.
막상 진입한 '소수'들이 정말 정치를 잘 할지는, 사실 모른다. 이후 시민이 직접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일단 기회는 줘야하지 않겠나. 정치에 진입하지 못해온 소수에게 기회와 시간과 자원,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줘야 한다.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이다. 정치의 개혁이든 청년정치의 구현이든, 그를 위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가 있다면 각자 소개해 달라.
차해영 : '지역'이다. 시민이 중앙정치에 이르기 전에, 사실 그 시민들을 밀도 있게 만나는 역할은 기초정치가 수행하고 있다.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반영해 기초정치를 만어 놔야, 그 다음에 큰 틀에서의 중앙정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민과 지역정치는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에, '내 삶을 반영하는 정치인'들도 지역에서 더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구제 개편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김혜미 : 항상 느끼는 일인데, 원외에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당위적이거나 거대한 이야기만을 하게 되는 것도 같다. 그게 개인적인 한계라고도 느낀다. 다만 '이런 정치'도 필요하다는 말씀만은 계속 드리고 싶다. 앞서 '여론조사 정치'라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깊이 동의한다. (관련기사 ☞ 좌담회 전편) 여론조사와는 상관없는, 원내에 진입하기도 힘든, 그러나 분명 필요한 '이런 정치'의 목소리들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
이주형 : 2024년 총선까지 '정치(선거)가 없는 시간'이 도래했다. 이 기간을 '평가와 준비의 시간'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든 정치영역의 관점에서든, 지금까지의 청년정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를 기반으로 2024년을 준비해야하지 않겠나. 청년정치의 일면이 된 '이준석과 박지현' 등 개인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고, 개인을 낳은 시스템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시스템과 연계된 시민사회 영역의 운동적 역량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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