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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지만 '교사'라 하지 못하는,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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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지만 '교사'라 하지 못하는,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인터뷰]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만든 황다은·박홍열 감독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도토리마을방과후' 교사들이 주인공이다. 영화를 만든 박홍열·황다은 감독은 이 방과후에 두 명의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 방과후를 졸업한 아이를 둔 부모인 기자는 오는 11일 이 영화가 극장을 통해 개봉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냉큼 인터뷰를 청했다.

아이를 키우는 마을, 어른들도 성장한다

"맞벌이 부부니까 하교 후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필요해 이사온 성미산 마을"에서 8년이 넘게 도토리마을방과후를 통해 공동육아에 참여하다 보니까 "어른인 내 자신이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박홍열 감독은 말한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 살면서 어른이 지나갈 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서로서로 잘 아니까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이렇게 기쁘게 불러주는 일들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제가 종교는 없지만 기도처럼 느껴지더라구요."

황다은 감독은 여느 부부처럼 육아를 친정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족 내 또 다른 여성의 노고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구조 안에서 육아를 고민하다가 성미산 마을에 오게 됐다고 말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듯 마을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안전함과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크면 나중에 이런 공동체 안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를 해요. 안전함을 느끼는 거 같아요."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를 만든 황다은(왼쪽), 박홍열 감독. 부부인 두 사람은 두 아이를 마을방과후에 보낸 학부모이기도 하다. ⓒ박홍열·황다은 제공

이 영화는 마을공동체와 방과후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쩌면 당사자들도 외면해왔던 문제에 대해 돌아보며 질문을 던진다. 누가, 누구를 돌보며, 그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대체로 여성의 몫이며,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그림자 노동'으로 여겨져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않은 마을방과후 교사들의 노동도 저평가 받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도토리마을방과후는 방학 때에 준하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긴급돌봄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면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했는데, 그게 이렇게 길어질 지는 누구도 몰랐죠. 사실 선생님들 중에는 자녀가 있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히려 근무가 더 연장이 됐습니다. 이렇게 돌봄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시스템 밖에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하지 못해 백신도 교사들이 직접 전화를 200통 넘게 해서 겨우 접종 받을 수 있었어요." (황다은)

"선생님들은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직업난에 교사라고 표시도 못하고, 여러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분들의 수고에 우리가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분들 덕분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알게 됐습니다. 이분들을 사회적으로 호명을 하고, 이분들의 존재를 들여야보고, 처우 개선이 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우리가 좀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습니다."(박홍열)

사회적으로 저평가 받는 '돌봄 노동자'들…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이처럼 이 영화는 '교사'이지만 '교사'라 인정받지 못하는 방과후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영화에 담긴 문제 의식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우리가 크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돌봄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분명히 돌봄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이런 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고, 또 돌봄 노동자가 아니더라고 자신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곳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20대들이 특히 공감을 많이 해줬습니다." (황다은)

"이 영화에 회의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의도한 바가 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교사들이 정말 아이들 한명, 한명에 대해 굉장히 길고 진지하게 회의를 하더라구요. 그렇게 긴 회의를 거쳐야 다음날 아이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즐겁게 놀 수 있었습니다. 그걸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에 회의 장면을 많이 담았습니다."(박홍열)

이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교사가 방과후를 그만 뒀다는 사실은 녹록치 않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사회적 지원 없이 부모들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적 안정이 큰 과제이다. 교사와 부모도 같은 조합원으로, 부모 조합원은 교사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대한 미안함, 교사 조합원은 조합비 상승에 대한 미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 감독은 매해 반복되는 이 문제를 풀 방법은 초등 돌봄이라는 공적 과제를 책임지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기관에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돌봄의 형태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초등돌봄이 '우리동네 키움센터'로 일원화될 수는 없습니다. 키움센터 선생님들 대상으로도 이 영화를 공동체 상영을 많이 했는데 이 분들도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이 영화를 그저 '그건 너희 문제 아냐'라는 식이 아니라 소수성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다양한 돌봄의 형태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보여졌으면 합니다."

▲도토리마을방과후 1학년들의 하교 풍경. 학기 초엔 방과후 교사가 아이들의 하교를 도와 방과후까지 인솔한다. ⓒ박홍열·황다은 제공

영화 배급과 홍보도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11일부터 CGV·롯데시네마 등에서 상영

박홍열·황다은 두 감독은 극장 상영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자체 배급과 홍보 전 과정을 직접 발로 뛰고 있고, 여기에 방과후 부모들과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소액 후원인 텀블벅 펀딩으로 목표액의 200%를 훌쩍 넘은 2160만원(283명 참여)을 모았다. 또 자체 배급이라 '을'인 배급사가 극장에 희망 상영일을 통보하는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마케닝을 하는데도 목표했던 것을 훌쩍 넘어 오는 11일부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40개 개봉관에서 상영이 결정됐다. 

마지막으로 '돌봄'에 대한 매우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두 감독이 전했다. 이 영화를 통해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0.81로 '아이를 환대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제가 방과후에 카메라를 들고 찍으러 가면 아이들이 카메라를 챙겨주더라구요. 촬영하느라 차가 오는 걸 모르면 알려주면서 차 조심하라고 하고, 풀숲에 들어가서 찍고 있으면 벌레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우리가 아이들을 무조건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어른들을 돌봅니다."(박홍열)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포스터. ⓒ박홍열·황다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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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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