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으름장을 놓으며 노동계와 정부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노조 간부들은 전국에서 삭발투쟁을 진행하는 등 대치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16개 지역본부별 거점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도부 4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을 "화물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으로 규정하며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성명서에서 "업무개시명령은 그 태생부터 오로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고 지적했다. 업무개시명령은 19년 전인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유로 이듬해인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만약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면 운행정지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2004년 업무개시명령이 도입된 이후 실제로 발동된 건 이번이 18년 만에 처음이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자 "차라리 죽으라는 명령"이라고 비관했다. 이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없이 치솟는 원가와 유가를 감당하고자 밤새 달리는 화물노동자는 '구조적 재난상황'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하루 14시간 이상씩 운전하며 버는 돈은 많이 잡아야 300만 원"이라며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달리는 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먼저 사망하고 사고난 화물노동자들이 수백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의 대안으로 안전운임제의 지속추진을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의 역할을 한다. 안전운임제는 '일몰법'으로 도입돼 올해가 지나면 소멸되는데, 이를 지속 추진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요구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전부터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비롯한 강경탄압의 명분을 쌓았다"며 "대통령실에서는 업무개시명령과 별개로 정부가 직접 주체가 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답은 미리 정해놨으니, 만약 고개를 젓는다면 생계수단을 빼앗아버리겠다는 윤석열 정부에 화물노동자는 대화의 상대도, 국민도 아닌 모양"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면서 '파업'이 아닌 '운송거부'라고 부르고 있다"며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을 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총파업의 결과가 어떻든지, 화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내 옆의 가족과 동료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 여정을 화물연대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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