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사망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공군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등 여전히 직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들은 "전 법무실장을 직무배제 한다던 국방부 장관의 말은 거짓말이었나"라며 반발했다.
유족들은 15일 오전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장관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 사람(전 실장)을 징계하고 직무배제한다고 했지만, (전 실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법무실장의 직무를 수행하며 공군참모총장을 수행하고 있다"라며 "이래도 유가족이 국방부를 믿어야 하나, 공군은 언제까지 유가족을 우롱할 생각인가" 되물었다.
앞서 지난 8일 전 실장은 '제18회 항공우주법 세미나'에 참여했다. 공군과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행사로, 정상화 공군참모총장도 이날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 전 실장은 행사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려 "항공우주법세미나를 성황리에 마쳤다"며 "세미나를 잘 준비해준 공군본부 법무실 법제과 부서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열린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전 실장 징계 여부'를 묻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에 관여된 전 실장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당시 이 장관은 '징계 과정에서 전 실장이 직무에서 배제되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 조기에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유족들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징계 절차에 회부되어 직무 배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던 전 실장이 정복까지 입고 세미나에 참석해, 주요 내외빈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며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인가, 아니면 공군참모총장이 국방부 장관의 말을 무시한 것인가" 물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특히 "국정감사에서 '전 실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장관의 확인이 있었음에도 전 실장은 보란 듯이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라며 "이는 유가족은 물론 국민과 (국감 참여) 의원들까지 우롱하는 처사"라고 <프레시안>에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공군 성폭력·사망 사건 관련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전 실장을 징계위에 회부한 바 있지만 이는 실효적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특히 현재 준장 직위인 전 실장이 오는 12월에 만기 전역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실효적인 징계가 관건"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씨는 지난 10일에도 전 법무실장에 대한 '강등 이상의 중징계'를 국방부 종합민원실을 통해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했다.
한편 공군 성폭력·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는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실장은 지난달 24일부터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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