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외이사가 자기소개서에 탄소중립 관련 과거 업무로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서 숙소 내 에어컨 필터 청소 실천"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이력을 기술하고도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선임된 해당 사외이사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주점·모텔을 운영해 온 국민의힘 당협 전 간부 출신이었다. 사외이사 선임이 '보은성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은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A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를 공개하며 "자기소개서와 직무기술서에서 원자력이나 전력발전과 관련한 이력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지적했다.
A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면 지원동기와 경력을 묻는 문항에 "2017년부터 포항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작성했다. 또한 탄소중립과 전력산업에 대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숙박업에서도 숙소 내 에어컨 필터 청소, 미사용 플러그 뽑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직무수행계획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여, 중대재해 ZERO를 이루겠다"라고 언급하며 "운영 중인 숙박업에서 2019년 자살예방 교육과 2019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지원 사업 우수업소에 선정되었다"라고 본인의 경력을 기술했다.
이에 정 의원은 "A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나 직무기술서 어디에도 한수원의 업무와 관련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오히려 A 씨가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에는 주점‧모텔 운영 경력보다는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 포항 북구 당원협의회 디지털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지역 정치권과의 관계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A 사외이사 선임은 공공기관운영위 검증 자체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수원 비상임이사는 공모를 거쳐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가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통보한다. 운영위가 검증을 거친 후 한수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기재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게 된다. 한수원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연 300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정 의원은 "한수원 업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발전(發電)과 관련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추천되고, 이를 공공기관운영위가 걸러내지 못한 제도적 허점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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