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방위산업부로, 농식품부는 농림산업부로, 건설교통부는 규제 기관이 아닌 건설교통산업부로, 문화체육부 역시 문화산업부로, 이렇게 산업 증진과 수출 촉진을 위해 우리 모두 다 같이 뛴다는 자세로 일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7일 용산 청사에서 TV생중계로 공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각 부처 장차관 13명이 참석했다. 검찰발 사정 정국과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 등 경색된 여야 대치와 거리를 두는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에 집중해 내각을 이끄는 모양새를 강조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경제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계획을 수립해서 실천을 할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비공개로 해 오던 회의를 언론에 공개했다"고 취지를 밝히며 "진정성 있게, 솔직하게 하면 될 것"이라며 장관들을 독려했다.
복합 위기를 맞은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계획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려 소통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 때에도 "쇼를 연출하거나 이런 것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강조했다.
수출 동력 확보를 위한 5가지 세부 주제로 80분 간 진행된 회의는 화기애애했다. 윤 대통령과 장관들은 "인천 앞바다에 물이 들어와도 코뿌(컵)가 없으면 못 마신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디지털 교과서가 되면 학생들이 책가방 안 들고 다니는 건가?"(윤 대통령) 등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다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경제 위기에 관해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추경호 장관)면서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진단이나 처방보다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규제 완화, 원전·방산 수출, 항공우주 바이오 분야 투자 등 윤 대통령이 기존에 강조했던 분야들에 대해 관련 부처 장관들이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성격이 주를 이뤘다.
회의에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밝힌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이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해 우려가 크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이슈"라며 "최근 금리도 오르고 정책 요건이 변해서 과감하게 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는 투기 지역에도 LTV를 50%까지 허용하겠다"고 했다. 또한 "15억 원이 넘는 주담대(주택담보대출)도 허용하겠다"면서 "규제 완화를 할 건 하고 안정을 위해 지원할 것은 국토부와 협의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가 70%, 규제 지역은 20~50%가 적용되고, 투기과열 지구에서 15억 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선 주담대가 금지돼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코딩 교육이라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키울 수 있는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을 많이 시켜야한다"며 "수업 시간 배정도 바꾸고 교사도 투입해야 하는데 아마 교사들 단체에선 호의적이지 않다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한다. 어찌됐든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과기부와 교육부가 해야하지 않나"라는 주문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수학, 물리, 화학이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종이와 연필을 들고 문제를 푸는 형식이 아니라 실험도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한 실험으로 대체해 나간다니 교육과정에 획기적인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보 교육 시간도 초등학교, 중학교는 2배 이상 늘리고 고등학교는 교과를 하나 신설해 충분히 가르치도록 전환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장관들이 대거 집결한 행사였으나, 국민의힘 내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장관들이 경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과 기업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전략인데, 그게 없었다"며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인구개혁 등 어렵지만 꼭 해야 할 개혁과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 얘기가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의 핵심을 피하지 않고 국민 앞에 솔직하게 어려움을 얘기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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