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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밋빛 미래의 그림자… '일자리 예습' 준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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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밋빛 미래의 그림자… '일자리 예습' 준비해야 할 때

[복지국가SOCIETY] 디지털 경제와 노동의 미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산업과 노동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팬더믹의 영향으로 그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경제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하였다. 지난 8월에는 반도체 핵심인력 15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책과제의 제시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낙관론과 희망론이 넘치고 있으나, 그 변화가 가져올 파장과 영향에 대한 경계나 대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확산과 ICT 산업의 성장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진보와 세계적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최근 5년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부문 부가가치 생산량은 각각 41.7%, 27.5% 증가하였다. 한국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생산량이 각각 23.2%, 83.0% 증가하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통신부문에서 유선전화 보급률의 변화는 거의 없는 반면, 모바일 및 인터넷 보급률은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무선전화 가입자 수의 증가 속도는 놀라운데, 2001년 인구 100명당 15.5명에서 2018년 107.0명으로 7배나 성장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유선전화 보급률이 10%에서 90%로 높아지는데 70년이 소요된 사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놀라운 속도다.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와 확산으로 작업장에서 산업용 로봇과 정보통신기술의 사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에서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분야를 넘어서 판매 및 서비스의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2001년에서 2017년 사이에 5배나 증가했다. 정보통신기술의 사용도 1995년에서 2015년 사이에 2.5배에서 6배까지 증가했다.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CDEP)는 2020년 OECD 디지털 경제를 전망하면서, 국가들과 국가 내 연결성의 강화를 위한 공공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s)과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에 기반하여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 공장/카/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적용 분야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례로, IDC社는 정보통신기술을 전통적 기술(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통신)과 신기술(사물인터넷, 로봇공학, AI 및 AR/VR 등)로 구분하면서, 신기술에 대한 지출이 향후에 더욱 증가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ICT 산업의 성장 전망 속에는 희망과 낙관론이 넘쳐난다. 그러나 밝음(明)이 있으면 어둠(暗)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노동의 양적 변화 전망 : 노동 없는 미래?

IT산업 부문이 성장하면서 관련 고용도 늘어났다. EU는 최근 5년간 ICT 제조업과 ICT 서비스업 부문에서 고용이 각각 13.9%와 22.8%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도 ICT 서비스업 부문 고용이 14.2% 증가했다. 그러나 ICT 제조업 부문의 최근 5년간 고용량은 오히려 2.1% 감소하였다. 고용의 증가폭도 부가가치 생산의 변화량에 크게 미치지 못해 ICT 제조업에서 고용탄성치가 낮아지고 있다. 이는 IT산업도 '고용 없는 성장'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력 15만 명 양성이 현실화할 경우 노동력이 과잉 공급될 우려가 없지 않다.

한편으로, 성장하는 ICT산업의 이면에는 디지털 경제의 암울한 측면인 노동의 주변화, 외부화, 다양화라는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고안한 온라인 노동지수(online labour index)는 온라인 일자리의 증가 추세를 지표화한 것인데, 2016년 5월을 100으로 했을 때 온라인 노동이 지속 증가해 2021년 5월에는 192에 이른다. 이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긱(gig) 노동 또는 프리랜서화가 강해짐을 뜻한다. IT노동의 프리랜서화가 심화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의 다양화, 불안정화 정도가 심화함을 보여준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 고용 및 사회 전망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노동에서 수행되는 업무 유형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플랫폼 노동을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 노동(crowd labor)이나 긱 노동(gig labor)에는 소프트웨어 업무와 함께 창작, 사무, 저작, 판매, 전문서비스 등 여러 직종이 포괄되어 있으며,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가장 컸다. 즉, 종전에는 정규 고용된 일자리인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가 점차 플랫폼 노동화하는 정도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ICT 서비스업의 핵심 업무의 하나인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 업무의 노동 불안정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비관적인 측면은 AI와 로봇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과 작업 활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들이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인가? 자동화에 따른 직업군의 위험에 관한 연구들은 현재 직업군의 약 절반가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OECD 보고서는 현존 직업의 14%를 자동화의 고위험군으로, 직업의 32%는 중위험군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각각 10.4%, 32.8%로 추정된다.

2000개의 개별 작업 활동을 구조화하고 분석한 또 다른 연구(M. Chui, J. Manyika and M. Miremadi)에 따르면,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여 작업 활동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 702개 직업(occupation)의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한 Frey와 Osborne의 연구에 따르면, 47%의 직업들이 높은 자동화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겠지만, 기존 직업 중 상당한 직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Freepik

노동의 질적 변화 : 노동의 디지털화

디지털 경제는 노동의 디지털화를 초래한다. 디지털화의 영향은 스마트공장과 공유경제와 결부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산하면서 직무와 근로/고용형태의 변화를 초래한다. 그 결과 노동의 유연화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유연 근무시간제와 유연한 근무 장소, 낮은 위계질서, 팀제 등이 정착하면서 노동 프로세스가 유연화할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는 노동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를 흐린다는 점에서 장점(자율성 증대)과 단점(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와 전통적 보호망에서 벗어난 노동형태의 확산)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노동의 숙련도 변화도 이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인간 육체를 대신했다면, 디지털 경제, 더 나아가 디지털 사회에서는 기술이 지능을 대체하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노동의 디지털화로 인해 '구상(Conception)과 실행(Execution)의 분리'가 가속화하면서 고학력·고숙련 인력의 증대와 중급 숙련자의 감소가 발생하고, 저숙련 단순 업무가 증가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더불어, 노동의 디지털화가 미치는 영향은 직업의 소멸/대체보다는 업무 성격의 변화에서 더 두드러지리라는 기술중립적 판단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일자리가 정형화된 업무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업무가 정형화되어 있더라도 기술과 보완적인 다른 업무들이 있다면 그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신기술이 정형화된 업무(routine task)를 대체하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컨대, 교사의 업무 중 지식전달 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나 상담·관리·조언 업무는 대체되기 어려우므로 교사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보다는 기술 영역을 보완하는 업무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회계 보조, 세무 보조, 법률 보조업무는 청소 업무보다 훨씬 더 정형화되어 있어 자동화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고등교육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후서비스(after service) 등 대인관계가 필요한 일자리는 노동의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허재준 외 2002, Acemoglu & Autor, 2010).

낙관론을 넘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의 양적 변화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으나,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ICT 기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IT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확대를 암시하지만, 인간의 노동에 미칠 영향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낙관론을 넘어 경계와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제도적 정비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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