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건립 약속을 외면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최근에 권선지구(수원아이파크시티) 내 '타운 2·3·4단지(A2·A3·A4)' 주택용지 분양에 나서자 입주민들은 또 다시 절규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HDC현산이 과거 분양 당시 각종 생활기반시설을 약속한 자리에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데다, 남은 부지도 분양을 통해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2006년 12월 권선지구 도시개발구역(222-1번지 일원, 98만7493㎡)으로 지정된 HDC현산의 수원아이파크시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HDC현산은 당시 이 부지를 7200억원에 매입해 국내 최초 민간주도 도시개발 방식으로 조성에 나섰다. 이후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현재 7000여세대 2만여명이 넘게 거주하는 수원 최대 아파트 단지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21일 이곳에서 만난 몇몇 입주민들은 "이곳(아이파크시티)은 생활편의시설은 없고 집만 빼곡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립된 섬과 같다"고 말했다.
□"생활편의시설 들어설 자리에 오피스텔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20년 10월말 HDC현산은 주민설명회를 열고 지구 내 4곳(D1, F1~F2, C8)의 용도변경 계획을 지자체인 경기 수원시에 알렸다. D1은 1만2101㎡, F1은 8976㎡, F2는 1만12㎡, C8은 8365㎡ 규모다.
상업복합용지인 D1은 '공동주택'으로, 판매시설용지인 F1~F2는 '오피스텔'로, 기존 8층 이하인 아파트용지 C8은 '층수완화(14층)'로의 변경이다. 이후 수원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는 11월 HDC현산 측이 제시한 권선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수용' 했다.
첫째는 교통 및 소음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시설부지인 Q1 부지에 235억원 상당의 '학교복합화시설'을 HDC현산 측으로부터 공공기여 형태로 제공 받는다는 것이다.
학교복합화시설은 당초 수원시가 시가 국·도비 등을 지원받아 건립하기로 했던 건축물이다. 시는 HDC현산의 용도변경을 받아들이면서 235억원 상당의 학교복합화시설 예산 확보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 가운데 주민들은 F1~F2 부지에 주목했다. 이곳은 HDC현산이 테마쇼핑몰과 복합상업시설 등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기반시설을 짓기로 한 곳이지만 수익성 등을 이유로 빈 땅으로 방치돼 왔다. 그곳은 지금 오피스텔 분양을 마치고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 보다 더 앞서 당초 근린생활시설용지로 계획된 E1, E2 부지에는 아파트 8,9단지가 2017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민들은 이곳에 5층 규모의 상가가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는 아파트 아랫층에 2층 규모로 들어와 있다.
택지지구 내 근린생활시설용지로 지정된 E1·E2, F1·F2, G1·G2 가운데 G1·G2을 제외하고 모두 집이 들어섰다.
□주민들 '분노' 재점화 시킨 A2·A3·A4단지 용지 분양
HDC현산은 오는 26일까지 A2·A3·A4단지 161개 필지에 대한 분양에 나선다. A1 구역은 HDC현산이 자체적으로 고급형 단독주택을 조성하고, 남은 2~4단지는 개별 분양 방식을 통해 단독·점포겸용 주택용지로 분양한다.
2~4단지는 대지면적 4만2162㎡에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93필지, 일반 단독주택용지 68필지 등 총 161개필지로 구성돼 있다. 공급예정금액은 각각 523억원(A2)과 497억원(A3), 465억원(A4)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2~4단지 용지 분양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이유는 생활편의 기반시설을 외면한 HDC현산이 '땅팔기'에만 급급한데다 이미 이곳이 2012년도에 용도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초 HDC현산은 해당부지를 '블록형 주택'을 짓기로 했지만, 블록형주택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부동산 불황으로 분양에 어려움이 예상돼 2012년 용도변경을 통해 수원시로부터 '단독형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받아냈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입주민들이 아무리 사기분양이라고 외쳐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 "싫으면 떠나는 수 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한탄했다.
□HDC현산 "친환경 스트리트형 상업시설 조성"
HDC현산은 F1·F2 부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에 생태하천을 따라 어우러진 친환경 스트리트형 상업시설을 조성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F1·F2부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11, 12단지는 지하 4층~지상 13층 총 8개 동으로 구성되는데, 이곳의 지하 1층~지상 2층에 약 1만1000평 규모의 상업시설도 함께 조성한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11, 12단지에 상업시설이 갖춰지면 단지를 관통하는 하천과 연계해 수원아이파크시티 모든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오피스텔 2개동에 저층부에 들어되는 상업시설이 수원아이파크시티에 거주하는 모든 입주민들의 편의생활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모든 상가의 분양이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HDC현산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사업환경이 바뀌었고, 사업추진 과정에 따라서 유휴부지를 방치하기 보다는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을 연계한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표시광고법 소송 결과는?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는 현재 HDC현산을 상대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는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 관계자는 "HDC현산은 도시를 분양·개발한다고 분양공고를 내고서는 수익이 나오지 않자 수 차례 용도변경을 했다"며 "용도변경으로 인한 가구 수 증가로 교통문제, 환경문제, 교육문제가 제기됨에도 뚜렷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을 위한 개발이 아닌 특정기업의 수익창출 개발에 대해 손을 들어준 수원시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전한다"며 "수원시를 상대로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와 민원 제기 등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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