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제재와 봉쇄 속, 북한 식량 생산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제재와 봉쇄 속, 북한 식량 생산은

[2022 평화통일시민강좌] ⑤ 김일한 동국대 DMZ 평화센터 연구위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2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국가보안법, 북한바로알기, 한미관계, 미중전략경쟁, 평화기행을 주제로 4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매월 세번째 토요일 오후 3시,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8월 20일 김일한 동국대 DMZ 평화센터 연구위원의 강연을 정리한 주요 내용입니다.

김정은 정권 10년: 국가발전전략의 체계화

북한의 농업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식 국가운영전략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고강도 대북제재, 코로나 19에 따른 국경봉쇄와 무역 중단, 자연재해라는 돌발상황은 집권 10년 차에 접어든 김정식 정권에 산적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국가 정상화 전략은 2012년 경제관리개선조치 시범사업 → 2014년 5.30 경제관리개선조치 발표→ 2016년 5개년 전략(7차 당 대회) → 2018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 2021년 5개년 계획(8차 당 대회) 수립이라는 로드맵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했던 '선군 전략'을 폐기하고 2021년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국가 통치방식을 선군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로 극적인 전환을 합니다. 선군시대 비정상적인 경제운영 방식을 '인민 중심'의 원칙 아래에 인민들에게 경제를 맡기고 경제관리 권한을 군대가 아닌 내각으로 넘기겠다는 것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선군' 관련 보도가 '0'건이고 노동신문 사설에 등장한 '인민대중제일주의'는 2012년 '0'건에서 2021년 '76'건에 달할 정도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북한은 군대가 전면에 나서야 했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했다고 판단하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농장책임관리제를 도입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김정은 시대 국가운영전략 목표입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 비판 강화

북한은 2016년 7차 당 대회 이후 5년 동안 실시한 여러 정책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쏟아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조치는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상 격상입니다. 그리고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내각의 권한을 강화합니다.

8차 당 대회는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를 비판하면서 중앙계획경제시스템을 복원하고 관리 주체인 내각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북한은 비(非)사회주의와 반(反)사회주의 검열과 간부대열의 정비를 통해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한 비판과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선군경제를 실시하면서 군대 내에 특수화되고 권력이 집중된 조직이 생깁니다. 북한은 생산수단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습니다. 소유권을 거래할 수 없으므로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시장이 형성될 수 없습니다. 생필품이 사고 팔리는 '시장'은 존재하지만 주식시장, 금융시장, 채권시장처럼 자본이 거래되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계획경제란 중앙의 일원화된 시스템 안에 국가가 1년 동안 생산했던 모든 부가가치를 집합시키고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 국가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에는 이 결정을 군대가 아닌 전문성이 있는 내각의 경제관료에게 맡기는 것이 경제발전에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군시대의 유산으로 특수화된 단위들이 생겨났고 8차 당 대회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당 중앙검사위원회 권한을 통합하여 중앙검열기능을 일원화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통제된 경제 권한을 내각에 넘겨줍니다.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북한의 최고권력 기관인 조선노동당은 5년에 한 번씩 당원들이 모두 모이는 당 대회를 개최하여 국가운영방안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당을 운영하기 위해서 300명의 중앙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중앙위원회는 중앙위원 약 140명과 후보위원 약 110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7기 1차 전원회의(2016년)에서는 당 중앙검사위원회 15명 중 단 한 명도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8기 1차 전원회의(2021년)를 보면 당 중앙검사위원회 15명을 전원 교체하고 모두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넣었습니다. 후보위원도 아닙니다. 중앙위원 140명 안에 다 넣었습니다.

중앙검찰소장 우상철은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 토론회에서 권력 감독기관의 책임자로는 이례적으로 "내각의 주도적 역할에 제동을 거는 일체 행위를 철저히 제어, 제압하고" , "특수의 울타리를 쳐놓고 법의 통제 밖에서 사회주의경제관리질서를 난폭하게 위반하는 단위들에 대한 법적감시를 공격적으로, 연속적으로 드세게 진행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내각책임제 강화

김정은 시대에는 내각총리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내각총리를 맡은 박봉주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었습니다. 조선노동당은 300명의 중앙위 중에서 15명을 정치국 위원으로 둡니다. 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입니다. 300명의 중앙위원 중 가장 핵심들입니다.

그 15명이 언제나 모여서 회의를 할 수 없으니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둡니다. 내각총리가 2013년부터는 정치국 위원이었다가 2016년부터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됩니다.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또한 김정일 시대에는 내각총리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는 방식으로 경제시찰을 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내각총리가 독자적으로 경제현장을 시찰하는 '현지료해'를 합니다.

북한에는 우리로 치면 '장관급'에 해당하는 내각상이 50명 정도 됩니다. 2021년 12월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내각상 10명이 후보위원에서 중앙위원으로 승진해 기존 중앙위원 중 내각상이 23명에서 33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17명 정도가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들어갑니다. 결국 내각상 50명이 모두 당중앙위원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앙위원 300명의 규모는 바뀌지 않습니다. 내각상과 당중앙검사위원회가 중앙위원으로 들어가면서 결국 군 출신은 밀려나게 되고 대신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국가기구 정상화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제시하였습니다. 8차 당 대회 이후 약 15년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자신들의 기조를 한번 밀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산업분야에서 각종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한을 15년으로 삼은 것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여부, 남북관계 개선여부에 크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앞으로 15년 정도는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가 만연한 경제체제를 일원화하고, "경제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정비"함으로써 자립경제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치와 협치의 국가 거버넌스 개혁

제8차 당 대회 이후 국가정상화 기조의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수직적 통치' 강화와 부문별 역할분담을 통한 '수평적 협치'로 요약됩니다. 내각 권한 강화를 통한 당과 내각의 협치, 지방자립체계 강화를 통한 중앙과 지방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평양의 대규모 살림집 건설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살림집 건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중앙-지방간 협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농장책임제 강화를 통한 계획과 시장의 협치를 추구합니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계획 생산량이 달성되면 나머지 생산량은 단위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으로 생산의욕을 고취하고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물건이 사고 팔리는 시장을 인정하고 잉여생산물을 생산단위에서 시장을 통해 자율적으로 거래하여 이윤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으로 계획영역에 대한 중앙통제 강화와 계획 외 영역에 대한 자율성의 현실적인 확대라는 투트랙 접근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 ⓒ로동신문

김정은 시대 농업정책

김정은 체제 10년 동안 농업분야 만큼 정책적 관심과 성과를 거둔 분야도 드물 것입니다. 2012년 농장책임제와 분조 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합니다. 계획 생산량을 국가에 납품하고 나면 나머지 초과 생산량은 농장에서 알아서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국가가 빌려준 200평에서 300평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개인 텃밭을 법적으로 보장해주었습니다.

또한 2013년 11개 농업개발구를 지정해서 경제특구처럼 개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후 유엔제재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농장법도 수차례 개정하고 2019년 말 기존의 농업관련 정책을 망라한 식량증산정책의 종합판인 '농업발전 5대요소'를 채택합니다. 그 후 2020년 간석지건설 5개년 계획, 2021년 치산치수전망계획을 발표합니다.

이런 정책은 농지를 늘리거나 보호하는 정책으로 그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정책들을 체계화시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힘입니다. 이런 정책은 내각의 힘을 강화해 전문성을 가진 관료들이 세웠습니다.

10년 간 꾸준했던 농업정책의 결과

농업발전 5대 요소의 첫번째는 육종, 품종개량 및 연구, 영농기술을 높이는 영농과학기술입니다. 두번째는 비료, 농약 등의 농자재 보급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비료 없이 농업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세번째로는 농지를 넓히는 것이고요, 네번째는 저수확지의 효과적인 영농기술을 개발하는 것, 다섯째로는 증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수해가 잦은 북한은 김정은 집권 초반부터 나무심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0년째 열심히 심고 있습니다. 수해를 막기 위한 나무심기는 2021년 더 체계적으로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치산치수전망계획'으로 이어집니다.

농업정책의 첫번째 성과는 식량증산입니다.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수준 돌파", 2019년 "최고수확년도 돌파", 2020년에는 "올곡식생산계획 넘쳐 수행"했다고 발표합니다. 2021년 8차 당 대회에 북한은 거의 모든 사업 부분이 생산계획에 미달했지만, (최근 5년 동안) 농업부문만큼은 알곡 생산량을 전례 없이 높이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10년 동안 앞에서 언급한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국가적으로 자원을 투입한 결과 실제로 식량 증산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북한에 물난리가 제법 났습니다. 6월 장마가 길었는데 그때 김정은 위원장이 혼자서 SUV를 운전해서 시골마을로 현지지도를 갔던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차에 흙탕물이 튀고 바지도 흙탕물에 푹푹 빠졌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남측 언론들은 북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하게 되리라 추측했지만 지난 10년간의 북한의 농업정책을 추적하고 북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정도 물난리 가지고 식량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부분적으로 그 지역에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국가를 위협할 정도의 식량난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남측의 많은 북한 연구자들이 2020년 6월에 수해가 났으니 다음해 1~2월에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당시 북한 시장에서 팔린 쌀가격을 보면 상승하지 않고 안정적이었습니다. 식량난이 발생하고 아사자가 나올 정도면 시장에서 쌀가격이 폭등했어야 했습니다.

식량 자급률이 높아야 선진국

우리는 선진국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GDP가 높은 나라로 생각합니다. 대표적 선진국인 미국은 식량 자급률이 140%가 넘습니다. 나머지 40%는 수출합니다. 많은 사람이 선진국이라 인정하지는 않지만, 중국은 식량자급률이 100%가 넘습니다.

중국은 식량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식량이 조금 남을 것 같으면 쿼터제를 정해 수출합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우크라이나도 식량 자급률이 100%가 넘습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3%입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는 면적대비 인구가 많으며 국토 대부분이 산입니다. 농사짓기에 좋은 비옥한 땅도 아닙니다.

GDP가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라 식량자급률이 높아야 선진국입니다. 인류가 식량난에서 벗어난 것은 1900년대 들어서입니다. 독일에서 화학비료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되자 인류가 식량난에서 벗어나고 그때부터 인구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지구촌 인구 80억 명까지 온 것입니다. 이전에는 인구가 15억 명이었습니다. 100년 만에 인구가 65억 명이 늘었습니다.

핵심은 식량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자마자 농업에 왜 그토록 열중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2021년에 발표한 VNR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는 식량생산을 2019년 665만 톤, 2020년엔 552만 톤으로 발표했습니다. 북한 인구를 2500만으로 계산하면 식량자급률이 75% 정도 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북한은 코로나 이후 국경을 봉쇄했고 식량수입 또한 중단했습니다. 소위 북한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식량생산이 감소하고 수입마저 끊겼다면 고난의 행군을 겪어 보았던 북한의 인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수입마저 끊은 북한에 식량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식량생산이 증가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지료해 17회'가 보여주는 비료생산의 절박함

북한에는 질소비료 공장이 딱 두 개 있습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입니다. 이 두 군데 공장에서는 질소비료만 생산합니다.

비료는 질소, 인, 칼륨이 있습니다. 인비료는 알을 굵게 키우고 칼륨비료는 가지를 튼튼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질소가 없으면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질소비료는 '비료의 왕'으로 불립니다. 북한은 해마다 질소비료공장을 증설하고 고치는 작업을 하여 조금씩 질소비료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1일 북한은 순천인비료 공장을 준공합니다. 그전까지는 인비료 공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산관련 보도가 1건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천인비료공장을 짓기 위해 북의 지도부가 어떤 관심을 쏟았냐는 것입니다. 2017년 7월 공장 착공식 이후, 2018년부터 2020년 말까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와 내각총리 등 지도부의 현지료해가 17차례 집중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단일 생산현장중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황해제철연합기업소로 11회였습니다.

한편 북한의 지도부는 인광석 생산지인 풍년, 증산, 영유, 신계 광산 등 고난의 헹군 시기 침수된 광산을 복구하고 원료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이들 광산을 8차례 방문합니다. 공장건설현장을 포함하면 인비료 현장방문이 총 25회가 됩니다. 농업분야가 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이 비료공장 하나가 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런 노력이 모여 더디지만 식량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75%는 자급하고 있고 나머지는 채소, 고기, 과일 등으로 채우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개인 텃밭과 기관, 공장, 기업소의 부업지 생산량 생산량도 부족한 식량생산량을 대체했습니다.

2022년 6월 1일 노동신문 기사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공사 기간 5년 3개월 만에 탄산소다생상공정 개건현대화 공정을 끝내고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탄산소다는 인비료를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초 성분입니다. 2020년 12월 강원도에서 동시에 준공한 안변린비료공장과 문천탄산소다공장은 인비료 생산을 위해 소금에서 탄산소다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확립하고 생산을 정상화했다는 북한의 보도가 있습니다.

평안남도 안주시에 소재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2020년 5월 준공했지만 생산정상화 과정이 더딘 순천린비료공장과 인접해있습니다. 남흥의 탄산소다공정과 순천의 린비료공장과의 연계 생산이 가능한 체계가 구축되었다는 것입니다. 더디지만 비료생산을 위한 큰 과제 하나를 풀어낸 것입니다.

북한의 '농촌발전 10년 계획'

농촌살림집 건설도 본격적으로 실시합니다. 아마도 올해 연말이 되면 평양 1만 세대, 함경북도 검덕지구에 5천 세대, 나머지 농촌지역에 약 5천에서 7천 세대 등 2만여 세대 이상이 지어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농촌발전 10개년 계획을 위한 정책 설계 및 추진체계가 구체화되면서 <시군발전법>, <시‧군 건설 세멘트 보장법>을 제정하여 시‧군 건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시멘트 생산과 공급을 법제화했습니다. 또한 농촌발전계획 추진과정에서 지방당 책임비서에게 상벌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2021년 12월 말에 소집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회의 주요 의제로 '사회주의농촌문제의 옳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을 선정하고 2021년 1월 8차 당 대회 이후 1년간 산발적으로 제시한 사업들을 종합하여 앞으로 10년 동안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비로소 '농촌발전 10개년 계획'이 완성된 것입니다. 국가적 지원과 농촌의 자발적인 추진력에 박차를 가하고 농업, (지방)공업, (살림집)건설, 국토관리(치산치수), 교육, 보건 등 6대 사업분야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회의에서 협동농장의 미상환 국가대부금을 전액 면제하는 특혜조치를 선포했습니다. 대부금 면제조치는 농촌의 핵심 단위이자 주체인 협동농장이 식량증산과 지방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부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2021년 5월 11일 영광의 땅 평원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곳이 1952년 김일성 주석이 찾아 농민들과 함께 포전에 풍년 씨앗을 뿌린 곳이라면서 "뜻깊은 날을 맞으며 첫 모를 내는 일꾼(간부)들과 농장원들의 얼굴마다에는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를 다수확 성과로 빛낼 굳은 결의가 비껴 있었다"라고 전했다. ⓒ로동신문

북한이 '밀농사'를 강조하는 이유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회의 시정연설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에서 농촌발전사업 추진과 함께 주목할 만한 식량정책을 제안했는데 첫번째로 농작물 구조를 벼, 옥수수에서 '벼농사와 밀, 보리농사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밀증산 정책은 최근 북한 인민들의 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책당국자, 혹은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의 밀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세운 정책입니다.

북한 시장의 밀가루 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북한농업동향을 살펴보면 2018년까지 밀가루 국수와 강냉이 국수의 가격이 비슷합니다. 북한은 원래 밀수입을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요, 유엔제재와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막혀버리자 밀가루국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2018년 0.41달러에서 2022년 1.64달러(1kg)로 4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인민들의 밀가루에 대한 수요는 느는데 시장에서 공급이 받쳐주지를 못하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입니다. 제재와 코로나로 당장 무역을 늘리기 어려우니 북한은 생산량을 늘리기로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밀생산량을 늘릴 것을 직접 지시합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해는 밀재배면적이 2배로 확대되었습니다.

밀가루국수 가격 상승의 원인을 식량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북한농업동향에 따르면 강냉이국수 가격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식량부족이 있었다면 강냉이 국수 가격도 폭등했어야 합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유제품 증산정책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유아 성장에 필수적인 '젖생산량을 현재의 3배 이상' 증산하고 '젖가공기술 발전과 젖제품(요거트, 분유 등)의 질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 10년 동안 초지일관 밀어붙인 농업정책

북한 당국이 정책을 세우면 그 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하며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생산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생산에 매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계획된 생산량 이외에는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약속이 계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생산자는 여러 노력을 통해 생산량을 늘릴 것입니다.

또한 국가 단위에서는 비료공장 건설과 같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할 수 없는 대규모 댐공사 사업, 간석지 사업을 책임져야 합니다. 이런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그 정책에 따라 식량 증산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 10년 동안 농업 분야를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정책에서 후퇴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초지일관 밀어붙이고 있으며 한 번도 쉬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시장과 계획경제의 협치를 추구하고 경제 분야에서 내각 우선 혹은 중앙계획경제시스템을 복원하고 농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10년 동안 지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식량 증산은 매우 더디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체계화되고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결과는 한방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북한의 농업 분야는 그들이 목표한 것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