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디커플링'은 주요 이슈가 되어왔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가 미중 디커플링이 가져올 손익을 따져보고 있다. '디커플링(decoupling)', 즉 '관계 끊기'를 주도하는 입장인 미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면, 수동적인 입장인 중국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디커플링은 계속 된다
미국의 기업은 정부의 전략적 입장과 달리 미중 간 디커플링에 회의적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시간, 돈, 사람 등 전력을 다해 중국 시장을 잡으려고 공을 들였는데, 그것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는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의 핵심기업들이 글로벌 산업사슬에서 상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 지지를 했다는 점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하면, 디커플링은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했던 자구책이 결국은 중국 내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여 외국 기업을 밀어내는 역할을 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정치적 이유든 경제적 이유든 미국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기술 디커플링'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금융 디커플링'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커플링이 선언된 초기에는 디커플링이 현실화되면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큰 손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CNBC>는 2021년 2월 18일 1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베이징의 경고를 보도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선언했다는 점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잠깐 반등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계속해서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국은 재정부양책을 통해 연명해왔지만,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40년 동안 최악의 경기침체라고 불리는 미국의 현재의 경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내 기업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조치와 전략적 지향은 집권여당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전면적' 디커플링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며 미중 간의 '디커플링' 노선에서는 한발 후퇴했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 노선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노골적인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중국, '쌍순환' 정책을 통해 반격하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반' 디커플링으로의 노선 전환이 내심 반가운 눈치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동맹국들과의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중국의 주변국들을 '반도체 연맹'에 끌어들인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전반적 디커플링에서 부분적 디커플링으로의 전환을 표명했다고는 보지만, 사실은 무역, 기술, 정치, 안보,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중국은 디커플링이 결국은 미국에게 더 큰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중국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점을 숨길 수 없다.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공은 2020년 4월에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처음으로 '쌍순환' 정책을 제기하였다.
국내와 국외를 모두 공략한 신발전구도인 쌍순환 정책은 중국 국내 시장의 내수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국제노동분업과 국제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궁여지책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쌍순환정책을 쇄국정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쌍순환정책이란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계속한다는 정책으로,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외기업들에게는 중국이 국내시장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비쳐졌다. 중국이 2015년 '메이드인 중국 2025'라는 정책을 내놓았던 때부터 '자급자족'을 향한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말이다.
후버연구소에서 내놓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는 중국의 쌍순환 정책이 중국과 세계를 단절시켜 수직적으로 생산을 통합시키고 경제적 자립을 이룩하려는 것인데, 독일‧일본‧한국 그리고 미국과 같이 중국에 기술을 수출하던 국가들에게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시작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들에 대한 대항집단을 '리커플링'하려는 의도로 읽혀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경제민주동맹'과 '기술민주동맹' 등을 통해 미국중심의 '리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공생이냐, 공멸이냐 선택에 달려 있다
미중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대응 논리가 있다. 결국은 모두가 자국중심적인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결국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한다. 미국은 중국의 제도적 결함과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비판하지만, 정작 미국의 제도적 우위가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코로나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반박한다. 그러므로 미중갈등은 사실 패권의 위기이고, 패권국과 도전국 간의 갈등인 것이라고 말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아시아연구소 키쇼어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 석좌교수의 주장처럼 미국은 세계적 주도권을 상실하고, 중국이 그 리더십을 대체할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세계적 주도권을 누가 잡는가가 아니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이다. 지금은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화위기, 식량위기, 기후위기, 환경위기 등은 어느 나라, 어느 누구나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위기로 가까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공생이냐, 공멸이냐는 두 가지 선택에서 우리는 '공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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