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 한 달에 6일도 쉬지 못하는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을 멈추라고 청년들이 나섰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대부분이 2030청년노동자로 알려지자, 또래 청년제빵노동자의 눈물이 담긴 빵을 먹지 않겠다고 불매에 동참했다.
파리바게뜨는 오늘날 노동문제의 종합백화점이다. 본사노동자와 파견업체 노동자의 임금차별과 승진차별, 하루 한 시간도 쉬지 못하고 휴가와 연차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쉼 없는 일터, 심지어 ‘민주노총 제로’가 회사의 목표인 반노동기업이 바로 파리바게뜨와 SPC그룹이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 논리 아래 차별과 착취가 정당화되는 시대. 정직한 땀의 대가를 부당하게 빼앗겨본 경험이 어떤 청년인들 없을까. 이미 빼앗김이 일상이 된 청년과 파리바게뜨 노동자가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며 안부를 보낸다. 7월 4일부터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집단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SPC제품 불매로 연대한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바라며, 매주 편지와 답장을 함께 실어 전한다.
- 보내는이: 나은경(파리바게뜨지회 서울분화장, 집단단식 23일 진행)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나은경이 청년 이채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채환님
저는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나은경이라고해요.
옆에서 쓰고있는것만 보다 이렇게 편지를 써보는것이 참 오랫만인지라 어색하기도 하고,어찌 써야할지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저는 어제 꿀잠에서 퇴소해 기자회견장소인 서울역으로 갔다 한달만에 집에 왔어요.
병원에서는 면회가 되지않아 집단단식을 시작하고 가족들을 병원로비에서 잠깐 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지라,꼭 한달만에 가족이 있는 집에 온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직 혼자 남아 3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있는 최유경수석부지회장을 생각하면 행복해하는것도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제 체력이 안되서 버티지 못하고 홀로 남겨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편집자주 : 최유경님은 8월 12일(단식 40일차) 사회적 합의의 주체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정감사,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어제 서울역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오체투지까지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죄스러운 마음이 너무 큽니다.
기자회견을 할때도,오체투지를 하며 오고계시는 분들을 보면서도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너무 많은 분들이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이 날씨에, 그것도 가장 더운 그 시간에 머리와 두 팔,두 다리를 펄펄 끓는 아스팔트 바닥에다 몇시간동안 절을 하고계신 모습은 제 평생 잊지못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채환님 sns에 들어갔다 무릎이 멍투성이가 되었다는 글을 보게되서 마음이 편치가 않네요.
지금은 좀 괜찮아 지셨는지,혹여 더 아픈곳이 생기진 않으셨는지 걱정도 되고요.
사실 채환님께 여쭤보고 싶은것들이 많았어요.
채환님은 무슨일을 하시는지,저희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힘든 오체투지를 함께 하실 생각을 하셨는지도,그리고 하고 난 후에는 어떠셨는지도요.
연대라는것이 어찌보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라는걸 제가 노동조합을 하게되면서 느끼고 알아가는 중이라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어요.
부끄럽지만 저의 20대는 정말 철없이 친구들과 노는것에만 바빴었거든요.
하루빨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저희가 행복하게 만든 맛있는 빵과 케이크를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바래봅니다.
채환님이 저희의 투쟁에 관심가져주시고, 또 저희의 투쟁이 혼잣말로 끝나지 않게 연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좋은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 싶어요!
2022년8월5일 밤에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 나은경 드림
보내는 이: 이채환
오체투지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채환이 나은경에게
파리바게트 제빵기사 나은경님께.
안녕하세요, 나은경님…! 저는 가톨릭대학교에 재학중인 평범한 대학생이자 대학 언론인인 이채환이라고 합니다.
폭우로 나라 곳곳에서 재난과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난이 제일 낮고 취약한 곳부터 일상을 파괴하고 있네요. 나은경님과 제빵기사님들께서 계신 곳은 부디 별 탈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또 단식 후 건강회복은 좀 어떠신지도 여쭙고 싶어요. 아무쪼록 무탈하시고 고통과 슬픔보다 웃음과 행복이 많으시길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저는 시위 직후 진이 전부 빠져서 시위에 함께한 애인과 완전히 뻗어 이틀을 꿀잠을 자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평소처럼 시원한 마루 바닥에 누워 자려고 무릎을 바닥에 대는데, 아, 정말 '억'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시위 다음날에는 온 몸에 근육통이 생겼는데, 작은 움직임에도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 되자 다른 오체투지 참가자분들이 많이 걱정됐습니다. 심지어 이번 오체투지에 장시간 단식 후 회복중이시던 파리바게트 지회장님도 함께하셨던 거로 압니다. 부디 건강 문제없이 잘 회복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체투지… 정말 살면서 처음 해본 고통스러운 시위였습니다. 같이 오체투지하신 한 분께서는 제게 '이런 시위 살면서 처음해본다' 고, 하지만 '다시는 이런 시위 다시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시고는 이내 묵묵하게 손을 모아 합장한 채 북소리에 맞춰서 걸어나가시더군요. 정말 더운 날이었습니다. 엎드릴 때마다 다리와 팔과 폐가 불판의 열기로 익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스팔트가 불판이라는 비유는 과장이 없음을 그 날 바닥에 온 몸을 붙이고 정부에, SPC에, 국민에 호소했던 시위자들은 절절히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위하면서 느낀 고단함조차 제빵노동자분들의 고통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죠.
그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고 노동자들이 자신을 딱 당연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만큼이라도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데에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들을 써야한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저의 직업을 물어봐주셨죠. 첫 머리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일 뿐입니다. :> 저의 여느 동기들처럼 밥 차려먹기 바쁜 대학 일상 중에 학교 정문 앞 파리바게트에서 빵 한아름과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대충 내려 식사를 간신히 해결하곤 했던 흔하고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하지만 달고 부드러운 빵이 사람 피와 눈물을 먹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더 일찍 알았다면 저는 차마 그렇게 쉽게 빵집을 드나들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상황도 모르고 빵을 사먹었던 저를 돌이키자면 꼭 바늘들이 박힌 빵을 먹은 것 같아 목구멍이 따갑고 빡빡해집니다. 대기업의 폭력이라는 가시가 잔뜩 박힌 빵… 파리바게트는 제게 그런 곳이 되었네요.
어느날인가, 트위터에서 파리바게트 노동자 분들의 투쟁을 보게 되었습니다. 희미하게 기억이 나요.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불매로 연대해야지, 금방 해결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단식 투쟁이 이렇게까지 장기화 될 줄 몰랐는데, 기어이 50여일이 되자 '사람이 정말 이렇게 유래없이 길게 단식을 해가며 호소하는 데 분명 해결이 될 거다, SPC도 '그래도' 같은 사람인데 인간적으로 당연히 해결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정말 안일했습니다. 그렇게 얼마 후 다시 단식투쟁이 이어진다는 소식을 저의 트위터 계정으로 타임라인을 보다가 또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
나날이 업로드되는 단식투쟁의 소식은 정말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였습니다. 사람이 지금 이렇게까지 자기 곡기를 끊고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힘없이 누워있는데, 회사라는 곳은 노동자들더러 회사로 돌아오라고 압박을 하고, 노동자들의 작고 하나뿐인 보루인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뒷공작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일하고 먹고 살기 위한 모든 것을 다 헤쳐놓는 짓을 보며 정나미가 죄다 떨어졌습니다. 제가 아는 달고 아름다운 세상은 SPC 노동자분들의 투쟁기를 지켜보며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사람 죽겠구나 싶어 가슴이 콱 조이는 감정을 느끼던 찰나에 오체투지 관련 웹자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내부 공지용이였다고 하지만, 저도 보게 된 이상 당장 참여하겠다고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저의 죄책감과 안일했던 저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오체투지'가 어떤 시위 방식인지, 얼마나 힘들까 상상해보다가 곧 주저하기 자체를 관뒀습니다. 그런 걸 따지고 재는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였어요. 사람이 죽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저렇게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시는 모습이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제발 앞으로는 이렇게까지 무서운 감정을 느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디, 부디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빵기사님들이 정당한 대가, 휴식, 모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 이상을 누리시며 맛있는 제과와 제빵을 만들어주시는 때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빵기사님들의 눈물과 고통이 담긴 빵이 아니라, 웃음과 뿌듯함이 담긴 빵을 한껏 베어물어보고 싶습니다.
저의 무릎에 든 멍은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SPC는 더 제빵노동자들의 가슴에 깊은 멍을 남기네요. SPC가 날조된 내용의 악질적인 공문을 뿌리는 짓거리에 정말 있는 정 없는 정이 다 사라집니다. 하루가 갈수록 이렇게까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너무나 괴물같습니다.
시민들은 이 모든 외침들이 절대 혼잣말이 되게 두지 않을겁니다. 트위터로 끊임없이 리트윗하고, 인스타그램으로 리그램을 하고, 뉴스를 통해서도 지켜보겠습니다. 모든 땀과 눈물이 보상받을 때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제빵기사님들과 다른 노동자분들께서 반드시 행복해지시기를 기다리며, SPC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부디 건강해주세요.
2022년 8월10일, 연대하는 수많은 시민 중 한 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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