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4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대북 안보 문제와 한미동맹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40분에 걸쳐 펠로시 의장과 방한 의원단 의원 5명, 필립 골드버그 주미대사 등 미국 측 관계자 7명과 '전화 회담'에 가까운 긴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5.21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속한,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해 미국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김 차장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일행이 JSA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이번 방문이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기렸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면서 펠로시 의장 및 배석한 미 하원의원 등에게 "지역구에서 우리 코리안-아메리칸, 즉 한인들을 각별히 배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의 첫 여름휴가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덕담으로 대화를 시작했으며 배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방한단에 속한 하원의원들과의 1대1 현안 토론이 이어졌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특히 "한미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도덕적으로 볼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최근 워싱턴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반드시 지키고 가꾸어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앞으로도 한미 간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가꾸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간접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차장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행정부와 의회가 긴밀히 협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한국의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를 제기했으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공급망 문제를 미 의회가 어떻게 입법으로 뒷받침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국익 총체적 고려' 표현, 휴가 중에 한미동맹 강조한 것 의미…中 의식 아니다" 진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약 2주 전에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그때 '주요 동맹국을 포함해 한국 대통령을 이때쯤 방문할 계획인데 면담이 가능한가'라는 전갈이 (미 측에서) 왔다"며 "마침 그때 지방 휴가 계획을 우리가 확정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기간을 변경하면 좋겠지만 꼭 그 기간에 서울에 오셔야 된다면 힘들지 않겠느냐', 이렇게 (답변해) 2주 전에 양해가 이루어졌고, 워싱턴도 (방문 대상) 나라 순서를 바꾸는 것이 어려우니 한국 대통령을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에 대만 방문을 포함해 여러 가지 구체적인 미국, 중국 간의 현안이 이후에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우리 정상의 면담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라며 "펠로시 의장도 전화 통화에서 '우리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미국 사람들도 정확히 알고 있다. 가족이 먼저다(Family is first)'라고 몇 번씩 강조했기 때문에 면담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짧은 일정에 식사라도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데, 반나절 동안에 이미 국회에서 식사 일정이 잡혀 있고, 또 그 이후에 (펠로시 의장을) 수행한 미국 하원의원들이 전방에 한번도 간 적이 없다고 해 그 분들이 판문점과 JSA를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펠로시 의장이 '한국의 안보 현장을 동료 의원들에게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싶다'는 의지로 여러 가지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회담이 없을 거라는 것은 상대방도 알고 동아시아 순방에 나선 것"이라며 "회담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상대방도 알고 동아시아 순방에 나섰는데 그 이후에 '좀 아쉬우니까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은 프로토콜 상으로도 정상 일정을 급변경하고 반나절 남짓한 펠로시 의장의 빡빡한 스케줄에 갑작스럽게 제안하는 것도 결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난다면 원래 휴가의 방침이 깨지는 것이고, 그래서 여러 옵션들을 생각해 본 결과 통화는 좋지 않겠는가"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앞서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짐작건대 휴가 중임에도,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로라도 귀한 손님에 대해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또 굳이 스피커폰으로 배석한 6명과 일일이 구체적으로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며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보고 계시는 국민들(에게)도 우리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하는 차원에서 이런 식의 긴, 확대회담 식의 통화를 한 것이 현 시점에서의 국익을 생각한 조치가 아니었겠는가(라는 표현이다,) 이렇게 제가 해석해 드린다"고 설명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면담을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며 "2주 전에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1주일 뒤에 결정되었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논의와 발전 문제, 한중 간 이어져 온 공급망의 발전 방안을 함께 협의하고 있고, 다음주 화요일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중국에서 열린다"며 "그래서 미국만 바라보고 우리가 반도체 공급망과 인도-태평양을 얘기한다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또 일본 등 모든 외교관계가 우리의 전략과 목표에 따라서 충분히 긴밀한 입체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비공개 통화에서 대만 관련 대화가 오갔는지 묻자 "그 얘기는 상대방(미측)이 안 꺼냈고, 우리도 꺼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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