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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한결같이 노동자를 '완전'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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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한결같이 노동자를 '완전' 무시한다"

[우리는 싸운다 – 쿠팡을 바꾸기 위한 쿠팡물류센터노동자 투쟁이야기] ⑤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 부분회장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물류센터에는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마땅한 휴게시간도, 휴게공간도 없이 로켓배송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등에는 날마다 소금꽃이 한가마니씩 피어납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죽어간 노동자만 2020년 이래 10명.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쿠팡에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쿠팡은 묵묵부답. 그리고 돌아온 것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간부들에 대한 잇다른 해고였습니다. 결국 쿠팡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본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폭염에 맞선 '에어컨 설치투쟁'을 하기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7월 23일, 본사로비 농성을 시작한지 딱 한달만에 우리는 그곳에서조차 쫓겨났다.

쿠팡이 해주지 않겠다면 우리가 직접 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도보행진과 에어컨 설치투쟁이 끝나던 날이었다. 쿠팡은 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안을 합의안이라고 작성해서 노동조합에 주더니 그걸 받지 않으면 농성장을 빼겠다고 협박했었다. 그건 받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안이었다. 그래서 받을수 없다고 하자, 우리가 투쟁을 마치고 본사로 돌아갔을 때 문을 걸어잠그고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그리고 안에 있던 노동조합의 선전물품과 개인물품등에 손을댔다. 다음날 몇몇 인터넷 언론에는 노동조합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문이 돌았다. 쿠팡의 행동에는 정말이지 한결같은 점이 있다.

6월 23일, 우리는 본사 로비 농성을 시작했다. 그 힘들다는 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책임과 권한있는 진짜 대표자를 만나서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 동안 우리 노동조합은 열 다섯 차례를 거친 교섭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쿠팡은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단 한 번도 사측안을 내놓은 적도 없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신청마저 거부해서 교섭이 결렬되었다. 현장 관리자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시켜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권한이 없다며 회피했다. 그렇게 열심히 끈질기게 요구하는데도 그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집단적 괴롭힘으로 보복했다.

그나마 권한이 있다는 매니저를 찾아가 냉난방 설비 및 휴게시간 운영에 노동자들의 결정권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보는 앞에서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만했다. 결국 쿠팡은 앞장서서 회사와 맞서 싸웠던 노동조합 간부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본사농성이 시작된 6월 23일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은 정성용 분회장은 계약만료 통지서를 보란 듯이 갈갈이 찢고나왔다. 이 모든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쿠팡본사를 틀어막은 자물쇠. 우리의 요구를 듣지 않기 위해 눈과 귀를 틀어막은 쿠팡같다. ⓒ

교섭도 되지 않고, 현장의 요구도 전혀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본사에 주저앉아 대표자의 면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쿠팡을 움직이기 위해 우리는 본사 로비에 주저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본사 허락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길래 찾아왔습니다! 엄성환, 정종철, 무뇨스 제프리 로렌스(쿠팡풀필먼트대표 3인) 나와라!"

"근태 완벽한 우리 조합원 왜 잘렸습니까? 센터에서는 걸핏하면 본사 핑계대던데 본사 지침인가요? 설명 들으러 왔습니다!"

두어 시간 뒤 우리는 하나 둘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누워서 바라본 쿠팡 본사 로비의 천장은 까마득히 높았다. 천장에 달린 예쁜 조형물 사이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왔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물류센터 천장도 저만한 높이인데 왜 에어컨이 없을까? 우리도 본사 직원들과 같은 쿠팡의 노동자인데 노동 환경이 왜 이렇게 다를까? 물류센터는 왜 에어컨을 설치하는게 사치스러운 공간이어야 하는걸까? 세미 정장 차림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나도 내가 이 쿠팡 본사에 드러누워 있는게 이상했지만 사실 제일 이상한 건 쿠팡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면 목소리를 낸 사람에게 ‘분란자’ 낙인을 찍는다. 각종 불이익을 줘서 현장에서 내쫓아버리고, 종국에는 문제를 덮어버린다. 역시나 로비 농성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쿠팡은 먼저 농성을 시작한 10인을 경찰 고소했다. 쿠팡이 노조 간부를 해고한 것도 모자라 경찰 고소까지 했기 때문에 우리의 농성에 사회적 연대가 따라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쿠팡은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언론과 용역을 동원했다. 농성장의 전기를 끊고, 몸에 소형 카메라를 찬 용역들을 파견해 24시간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농성 인원은 밤낮없는 감시에 극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기 시작했다. 에어컨과 휴게시간이 필요했던 우리는 순식간에 ‘불법 점거’, ‘거짓 주장’, ‘폭력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은 누구인가? 기간제 노동자 보호법을 어기고 상습적으로 계약직 해고를 한 쿠팡이다. 거짓된 주장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누구인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응원하는 시민이 사다준 캔커피를 캔맥주라고 거짓 호도한 쿠팡이다. (관련기사 : 캔커피 먹는 노조에 "대낮 술판"이라 쓴 <한경>…<조선>도 동참)

그리고 진짜 폭력을 행사한 것은 누구인가? 수많은 노동자들을 30도가 넘어가는 폭염 속에 방치한 쿠팡이다. 한겨울에는 매서운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핫팩 하나로 버티게 하는 쿠팡이다. 병든 현장을 고치기는커녕 노동조합 활동을 뿌리 뽑으려고 조합원들만 골라서 해고하는 쿠팡이다. 농성장 출입을 통제해서 사회적 연대로부터 농성 인원을 고립시키는 쿠팡이다. 농성장을 용역들을 동원해 침탈하고 로비에서 내쫓아 버리는 쿠팡이다.

우리 노동조합과 관련된 언론 기사는 ‘거짓 주장’, ‘불법 점거’ 따위의 말들로 뒤덮여있다. 몇 페이지씩이나 거짓 보도로 도배된 걸 보면 기분이 참담하지만, 한편으로는 쿠팡의 두려움을 느낀다. 쿠팡이 뿌리는 카드뉴스에는 현장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휴게실의 에어컨 사진을 몇 십장 이어붙여 올리지만 현장의 에어컨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30도가 넘어가는 현장 온도계 또한 마찬가지다.

휴게시간 없는 고강도 노동 현장에서, 캡틴이 왜 마감을 못 맞추냐며 현장에서 노트북을 집어던지고, 토트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는 사실도 철저하게 은폐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속일 수는 없고 노동조합은 현장과 함께할 것이다. ‘폭력 시위’의 진실은 쿠팡의 폭력에 대한 우리의 저항이다. 이 진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본사건물 앞에 천막농성장을 만들었다. 농성장에서 그리고 센터 현장에서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 쿠팡이 거짓말을 멈추고 노동자를 존중할때까지, 쿠팡물류센터가 물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되는 날까지.

▲20일 오전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쿠팡 물류센터 내 냉방기기 설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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