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과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51일간의 파업을 끝내며 파업을 지지해 준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사내하청 노사의 임금인상 타결만으로는 조선소 내 다단계 하청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은 다시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에, 정부에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28일 서울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투쟁은 끝났지만 하청노동자 저임금 문제와 날로 심각해지는 조선업 인력난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0.3평의 좁은 철감옥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실상을 만천하에 알렸으며, 노조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극악한 탄압을 확인시켜줬다"며 "많은 국민의 소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거제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극적인 타결로 일단락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 협상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가로,세로 1m인 쇠창살에 자신의 몸을 가두고 용접을 하는 등 '끝장 투쟁'에 나선 바 있다. 공권력 투입과 정부의 대응 등이 논란이 되고 국민적 관심이 모인 끝에 지난 22일 노사는 임금 4.5%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로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이 지목됐지만 그 배경에는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구조가 있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1차 하청과 기간제로 운영되는 하청, 그리고 물량팀이라고 불리우는 초단기 하청 등이 상시화되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하청업체 노사의 협상만으로는 뿌리깊은 조선업 내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속노조는 이번 사태로 드러난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 착취 구조 개선을 위해 TF를 꾸려 본격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TF의 논의 내용을 조선업뿐 아니라 다른 전 산업으로도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이번 교섭 타결로 옥쇄투쟁은 마무리됐지만,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는 아직 현장에 그대로 존재하고 방치돼 있다"며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스럽지만,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고 공론화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표면적으로 이번 투쟁은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소에 만연한 차별을 철폐하자는 요구였다"며 "이번 투쟁으로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된 만큼 이제 조선소 하청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지회장은 이번 파업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태도에 "충격적이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공권력 투입'이 거론된 것을 두고 김 지회장은 "노조의 요구를 절대 들어주지 말라는 시그널이 되어서, 우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느꼈다"고 했다.
협상의 막판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과제로 남게 됐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사실상 22개 하청업체는 민사적 책임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제는 원청인 대우조선"이라며 "TF 구성 합의 사항에는 민사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어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 부위원장은 "국회에서도 이미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바로 민·형사상 면책에 관한 사항"이라며 "노동자들의 노동3권, 특히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손해배상 소송 금지법 제정에 모든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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