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은 러시아군에 휴식을 제공할 뿐이라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모두 되찾기 전에는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 후에도 지정학적 확장 정책을 추구한 옛 소련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보는 러시아 군에게 일시적 휴식을 준 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런 '휴전 거부' 입장이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하며 휴전을 했다. 민스크 협정은 '즉각 휴전과 러시아 병력 철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돈바스 재건'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친러시아 세력이 집결해 잦은 분쟁이 생겼고 결국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를 커다란 '이빨 고래'에 비유하며 "고래는 2~3년 이내에 2개 지역을 더 점령한 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100% 확신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단뱀'에 비유하며 "그는 비단뱀처럼 입을 열어 토끼를 삼키려 했다"며 "우리(우크라이나)는 토끼가 아니었고, 우리를 삼킬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오히려 입이 찢어질 위헙에 처해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지난 3월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평화협상이 결렬된 것이 우크라이나 때문이라는 푸틴의 주장에 대해 "완벽한 헛소리"라고 반박했다. 푸틴은 앞서 지난 20일 이란을 방문했을 때 튀르키예의 중재로 진행됐던 평화협상이 중단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합의를 지키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세 때문이라면서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면서 협상을 제안하면 누가 대화에 나서겠는가"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어떻게든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며 그러나 "푸틴은 지난 3년간 내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모든 영토를 수복한 뒤에야 협상을 해야한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가 그것들을 빨리할수록 인명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거듭 영토 양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곡물 수출 합의 바로 다음날 오데사항 미사일 공격
젤렌스키의 인터뷰는 러시아에 대한 강한 불신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불신을 부채질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러시아는 23일 합의 하루 만에 이를 깨고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터키)와 지난 22일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최종 서명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불가능해지고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자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 바로 다음날 러시아는 곡물 수출항 중 한 곳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러시아는 공격 직후에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다가 다음날인 24일 시인했다. 러시아 국방부 이고리 코나센고프 대변인은 "해상 발사 고정밀 장거리 미사일로 오데사항 선박수리 공장 도크에 있던 우크라이나 군함과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대함미사일 '하푼' 저장고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이므로 합의를 깬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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