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동산 해법 바뀐 민주당, 대선 이후 두달 새 무슨 일 있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동산 해법 바뀐 민주당, 대선 이후 두달 새 무슨 일 있었나"

[인터뷰]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종합부동산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재건축 안전진단 폐지, 용적률 500% 상향, LTV 90%까지 인상.'

누구의 선거공약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대선 선거공약처럼 보이나,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의 선거공약이다. 부동산 공약이 모두 규제 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간 민주당에서 해왔던 정책들과는 정반대다.

이는 송 후보만의 개인적인 행보는 아니다. 지난 20일 민주당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기존 6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간 다주택자들을 압박해왔던 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전과는 결이 다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이유 표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대선에서 진 이유를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찾는 민주당은 기존 부동산 정책을 거꾸로 되돌려 표심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해도, 그 원인을 둘러싼 분석은 다양하다. 단순히 '규제를 하다 실패했으니, 규제를 푼다'는 식의 해법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간 일관되게 진행해온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튼다는 건, 명분도 약하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부동산 정책은 향후 30~40년 뒤를 생각하면서 정치인들이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의 선거 공약들을 보면 근시안적인 정책만을 남발하고 있다"며 "미래를 생각한다면 용적률을 늘리는 식의 단순 공급 정책이 아닌 새로운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권 과밀화, 전국 인구수 감소, 온실 가스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부동산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사회주택협회 사무실에서 최 소장을 만났다. 최 소장은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이다.

▲ 최경호 소장. ⓒ프레시안(허환주)

“지난 두 달 사이, 주택문제의 성격이 확 달라져서 해법도 달라졌나"

프레시안 : 6월 지방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해왔던 정책과 정반대 길을 가는 모양새다. 대선에서의 패배가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거꾸로 되돌리는 듯하다. 사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 정책의 취지나 의도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경호 : 지금 지방선거에서 나오는 선거공약을 보면,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민주당에 무엇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둘째 치고, 당장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민주당은 '기본주택'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나. 그것도 지금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지금은 '누구나 집' 이야기만 하는데, 두 달 사이에 대한민국 주택문제의 성격이 확 달라져서 해법도 달라진 것인가? 이러니 신뢰를 주기 어렵다.

프레시안 : 종합부동산세 완화 정책도 발표됐다. 사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의 경우, 세입자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종부세 완화 정책은 단순히 집 가진 이들을 위한 공약인 듯싶다.

최경호 : 어떤 계층을 의식하는지가 드러난다. 종부세가 임대료에 전가되는 것이 걱정이라면 표준임대료 제도 같은 규제를 걸고 이것을 지키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정책들은 그냥 '우왕좌왕'이다.

차라리 국민의힘은 시장주의나 토지주 이익에 복무한다는 정체성이라도 있다. 반면, 민주당은 정체성도 철학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때그때 표 될 것 같은 쪽으로 가는 식이다. 여론이 적당히 있으면 세금을 올리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하다가, 뭔가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으니 갑자기 반성한다며 만사(萬事)를 거꾸로 되돌리는 식이다. 궁금한 것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민주당에 표가 올까 하는 점이다.

프레시안 : 공급도 대폭 늘리겠다고 이야기한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내에 4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호 : 문재인 정부 후반에 부동산 급등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인정하면서 공급 확대로 선회하지 않았나. 지금 민주당의 공급확대 공약은 여기서 더 나갔다. 의문이 드는 게, 공급이 부족했다는 게 수요를 못 쫓아가서라는 말인데, 이것이 인구보다는 가구 분화 등 가구수 증가 때문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서울도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다만, 가구원수가 감소하여 1인 가구 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의문은 1인 가구 수요가 늘어났고 공급이 부족했다고 하는데, 시장에서 주로 가격이 오른 집들이 여기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프레시안 :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물건들은 주로 2~3인 가구용, 20~30평대 아파트다. 가구 분화가 됐다면, 이들 아파트 수요는 줄어들면서 가격은 떨어지는 게 맞다.

최경호 :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커지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로 간 점은 있으나, 20~30평형 아파트 가격이 대표적으로 오른 이유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가구수 증가 때문인지 관련해서는 명확한 분석이 없다.

프레시안 : 나름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최경호 : 현재로서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주택공급 인허가 물량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좀 적었다. 2017~2019년 사이 인허가가 적다 보니 이후 5~6년 뒤, 양질의 신축아파트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한 사람들이 좀 사들인 부분이 일부 작용했을 수 있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지금은 가설인데,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 부분이다. 이 부분은 사람들이 별로 주목을 안 하는데, 둔촌주공아파트만 해도 재건축으로 현재 6000가구가 나와 있는 상태다. 이렇게 서울 시내 대규모 단지 몇 개만 재건축에 들어가도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어느 정도 그럴지는 좀 가늠해보려 한다.

프레시안 : 요지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전월세 가격 상승, 그리고 공급 부족이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그렇기에 현재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있는데, 원인 분석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인가.

최경호 :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면 유동성 때문인지, 규제나 인센티브가 잘못 설계되었는지, 당장은 멸실효과가 더 큰 정비사업의 딜레마 때문인지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단순하게 "공급이 부족했고 규제는 나쁜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를 푸는 방식으로 현재의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조세 정의를 강화하거나 투기를 잡는다는 입장은 '과거의 고집'으로 치부되고 있는데, 이는 애초에 과거에 채택할 때도 별 고민이나 철학이 없었다는 방증 같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개발 만능주의가 되어버렸다. 무조건 과거의 반대로 가면서 자신들의 정체성마저도 버리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성북구 길음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적률 500%? 적정밀도 고민한 결과 아니다"

프레시안 : 송영길 후보의 공약을 보면,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용적률 500%'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재개발, 재건축에서 용적률은 200~250% 정도로 알고 있다. 여기서 2배나 더 올리겠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가능한가.

최경호 : 이런 공약은 국민의힘과 차별성도 없을뿐더러, 용적률 완화 같은 경우는 국민의 힘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제한적인 단서를 달고 있다. 용적률 500%는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도 무리라고 할 정도로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 : 하나하나 이야기해보자.

최경호 : 일부 정치인들은 지하, 그리고 지상 위로 건물 올리는 것을 공짜로 여기는 듯하다. 용적률은 도시 계획상 단순히 미관 때문에 정해놓은 게 아니다. 기반 시설의 용량,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한계치 등을 고려해서 정해놓은 것이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이나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구 밀도를 고려했을 때,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300% 정도가 한계다. 아파트를 높이 지을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해서 늘어난 사람들이 이용할 제반 시설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교통 문제도 그렇다.

아무리 가구원수, 즉 가구당 인원수가 줄어도 용적률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이야기는 인구도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시내 지하철이나 출퇴근 시간대 차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인구가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해봐라.

자꾸 타워팰리스 용적률이 920%인데 어떠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는 역세권에 세 동뿐이고, 앞에 하천과 공원이 부지의 3배 넓이로 있다. 그렇게 지역 단위로 보면 용적률은 230%인 셈이다. 용적률은 바닥 면적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린 것인데, 63빌딩도 건물 바닥 면적만 보면 용적률 6300%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점' 단위에서 6300%가 가능해 보였다고 해서 여의도 전체라는 '면' 단위를 6300%로 채우자고 할 건가? 63빌딩 실제 용적률은 540% 정도다. 용적률 900%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점' 단위로나 가능한 것이다.

프레시안 : 사실 '용적률 500%'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니, 그렇게 올려서 사업성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최경호 : 그렇다. 적정밀도를 고민한 결과가 아니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가 또 고민해봐야 하는 게 그렇게 용적률을 높여서 지은 아파트의 40~50년 뒤 모습이다. 지금 재건축하는 아파트들은 1970~1980년대에 지어졌다. 이들 아파트가 2000년대부터 하나둘씩 재건축을 하고 있다. 둔촌주공의 경우 용적률 100% 이하 수준으로 지어졌는데, 이것이 재건축하면서 270%로 올랐다. 세대수는 6000세대에서 12000세대로 두 배 늘었는데, 어쨌든 용적률 300% 이하라면 기반시설도 어느정도 버틸 수 있다. 그리고 입지도 좋은 편이니 용적률을 올린만큼 그 지역에 인구도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200%대의 용적률로 올린 아파트를 다시 500%로 올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40년 뒤에는 어떻게 할 건가?'

프레시안 : 서울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에는 용적률을 높여 주택을 공급하는 게 첫 번째 일이었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때보다 더 인구가 팽창할지는 의문이다.

최경호 : 같은 3배라도, 5층에서 15층으로 늘어나는 것과 45층에서 145층으로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10층어치가 아니라 90층어치를 늘려야하니 9배의 사람이 더 늘어나야 한다. 현재 수도권 인구가 전국의 절반이 넘었다. 아무리 해외 투자가 들어오고 지방 인구가 다 와도 과거에 늘던 인구의 9배가 늘어날 수는 없다. 그러면 40년 뒤 45층짜리 아파트는 어떻게 되겠나. 흉물이 되어 훗날 공공재정으로 축소재개발을 한다면? 그럼 지금의 개발이익은 미래세대의 세금도 끌어온 것이라는 말이 된다. 용적률 300%에 가까워진 지금부터는 용적률 뻥튀기에서 벗어나는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그 반대로 2~3배로 용적률을 높이는 식은 망하는 길이다.

프레시안 : 홍콩의 경우, 용적률 1500%까지 되는 아파트들이 벌집처럼 돼 있다. 이곳은 노후화되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홍콩의 청년들이 그 낡고 노후한 아파트에서 비싼 월세를 내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듯하다.

최경호 : 사실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가 사람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주택이 된 게 2004년이 처음이었다. 1976년에 아파트 지구 제도라는 것을 만들고, 주택공사가 선도해서 아파트를 만들며, 공공 주도의 보급으로 아파트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파트는 비호감이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공공이 밀어붙인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게 공공 주도로 아파트를 올린 이유는 서울이 팽창하기 때문 아닌가.

최경호 : 그때는 그렇게 아파트를 공급해서 늘어나는 수요를 맞춰야 했지만, 지금도 그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다른 고민으로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 기후위기나 국토균형발전 같은 차원 말이다. 물론 과거처럼 밀어붙이기 방식은 어려울 것이다. '선호와 제도'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

프레시안 : 부동산 정책에서 이런 식의 공급과 수요가 이야기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임대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논의는 전무하다.

최경호 : 통상 세입자들의 지역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그들과 관련한 논의는 사실상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연합뉴스

"강남에 대항하는 또다른 생활권 필요하다"

프레시안 : 앞으로 정치인들이 부동산을 고민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천편일률적인 용적률 상향이나 공급 확대와는 다른 결의 고민과 정책이 필요할 듯싶다.

최경호 : 서울을 이야기해보겠다. 서울에 무조건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겠다는 식이 아닌 도시의 과밀화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서울은 강남으로 통한다. 수도권 아파트 광고 보면 'GTX 뚫리면 강남까지 00분!' 하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강남을 중심으로 커다란 생활권이 형성됐다. 여기에 대항하는 또 다른 도심이나 생활권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핵 수도권이 아니라 다핵 수도권을 만들고, 도심이나 생활권 중심간을 GTX로 연결하는 것이다. 2030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서 처음 3핵 도시를 상정했고, 2040계획에서는 생활권 개념이 등장했는데, 앞으로 이런 '분산발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생활권이라면 서울이면 가령 4~5개 구가 연합해 5개 정도의 생활권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각 생활권마다 도시계획이나 교통계획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데, 지금의 서울-경기 경계에 구애받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서울의 강남-강북 통근인원보다 남부 경기-강남 통근 인원이 더 많아진 지도 오래되었다. 행정구역 개편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언제까지 입을 수는 없다. 실제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조사해서, 어디를 많이 다니는지, 어디를 덜 다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덜 다니는 곳은 다른 생활권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이동수단에 문제가 있는지도 판단해서 생활권을 단위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억지로 당장 적용하기보다는, 생활권 단위 기초지자체장의 협의회를 만들어 예산이나 권한을 배정하는 식으로 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과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서울 안에서도 강남 생활권이 강화되다보니,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또다른 생활권을 만들어 집중도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는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울경특별연합'을 연상케한다.

최경호 : 그렇다. 그런데 메가시티를 만들어도 고속철도역이 도심이나 생활권 중심에 들어오지 않고 교통수단간 연결이 엉망이면 소용없을 것이다. 또 고민해볼 지점은 '그린 리모델링'이다. 지금의 정비사업은 용적률 높이는 구조여야만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지 말고 '제로 에너지 주택‘으로 가자는 이야기다. 기존 노후한 주택들은 단열 등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에, 보일러나 에어컨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를 발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건축물의 생애주기 분석차원에서 보면 건물을 지을 때보다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이 5배나 더 든다. 이를 줄이기 위해 노후한 주택을 새로 지을 때, ZEB(제로에너지빌딩)가 되도록 짓게 하는 조건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운영비가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건축비는 상당히 올라갈 듯싶다.

최경호 : 대개 20-30%쯤 더 든다고 한다. 그럼 그 이상을 공공이 지원하자는 이야기이다. 예컨대 전에 100이 들고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지을 때는 120이 든다면, 정부가 40은 무이자 대출, 20은 보조금 지급 하는 식으로 당장 드는 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벨기에의 ECOPACK 이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에너지효율화'에 드는 비용은 최대 30년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그런 식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

한편 사업절차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측면을 다뤄야 한다. 이건 정비사업동맹에는 희소식일 수도 있다. 지금 재건축, 재개발의 기준은 노후도 평가 중심인데, 여기에 에너지효율 평가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주택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나 에너지효율을 측정한 뒤, 에너지 효율이 낮으면 허물고 새 주택을 짓도록 해주자는 이야기다. 그 기준에 부합하면 설사 재건축 기준에 미달되는, 지은 지 20년이 안 되는 집이어도 과감하게 허물 수 있게 해주자. 남은 기간 쓰는 에너지보다 새로 지어서 절약하는 에너지가 더 많다면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 탄소가 많이 나오는 주택이 계속 유지된다면, 사회적으로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듯하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이전과 같이 용적률을 높여 대대적인 재개발, 재건축은 불가능할 듯싶다.

최경호 : 이제 집을 다시 짓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기 돈 주고 자기가 살 집을 짓는 것이다. 다만, '제로에너지주택'으로 갈 경우, 사회적 편익을 인정해서 정부에서 최대한 도와주는 식으로 가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정치인들은 이런 방식을 고민하지는 않는 듯하다.

최경호 : 정의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시장 후보나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그냥 용적률 올린다고만 이야기한다. 이는 결국, 후손들은 죽으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선거에서 이겨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는 듯하다.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