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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ESG, 정부와 시장의 실패가 불러온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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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ESG, 정부와 시장의 실패가 불러온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기고] 자본주의 4.0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11년 9월 17일 미국 뉴욕 맨하탄(Manhattan)의 한 공원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와 함께 특별한 시위가 일어났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하는 월가의 증권거래소 한복판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도 연봉 수백억을 챙겨가는 CEO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월가 점령의 시위는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등을 거쳐 미국 주요 도시를 돌고 돌아 유럽과 아시아까지 그 함성이 이어졌다. CEO 급여체계, 양극화,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 청년실업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기였다. 월가의 시위는 대한민국에도 값진 교훈을 남겼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시점에 저널리스트인 아나톨 칼레츠키(A. Kaletsky)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현재까지 자본주의 핵심 운영 시스템과 관련된 네 번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 4.0 시대에 정부와 시장의 주도권 다툼의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은 어떤 대안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자본주의 1.0은 1776년부터 대공황 직후인 1932년까지의 기간으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상징하는 자유방임 자본주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개개인이 열심히 살면 그것은 곧 사회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간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굳이 시장에 직접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1930년대 초에 발생한 세계 경제 대공황은 이러한 자본주의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은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잘 굴러갈 것이라는 주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기존 자본주의 1.0 시대에서 시장이 자본과 노동만의 관계라면 자본주의 2.0 시대에는 자본, 노동 이외에 정부가 중요한 경제 주체로 인식되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및 공공투자 등을 실시하고 시장의 완전고용을 추구하면서 불황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고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보다 강력해진 노동운동으로 인한 높은 임금인상 요구와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위해 지속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다 보니 심각한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면서 세계는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지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함께 등장한 자본주의 3.0 시대에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 대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게 된다. 영국 대처(M. Thatcher) 수상, 미국 레이건(R. Reagan)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시장 근본주의적 경제정책 시대이다. 정부의 개입 없이도 시장의 메커니즘은 잘 운영된다는 경제 고전학파들이 다시 머리를 들게 된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경제사상을 기반으로 한 그 학파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세계화를 들고 나왔다. 이 시대의 경제 방향을 이끈 대표적인 학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자주 인용했던 시장경제주의자인 프리드먼(M. Friedman)이었다. 경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정부는 일정량의 통화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소극적 역할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 정부, 규제 축소, 민영화, 저금리, 세금감면 등의 공급 중시 경제 등이 이 시대의 키워드였다.

결국 지나친 신자유주의 사상은 브레이크 없이 과속 질주하여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몰락의 징조를 드러냈다. 자본주의 4.0 시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시대이다. 정부의 방임적인 금융 규제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금융에 대한 정부의 규제적인 개입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아나톨 칼레츠키는 규제받는 소수의 통제된 시장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경쟁시장이 혼합된 모습의 자본주의 4.0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시장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벗어나 정부와 시장의 협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불확실하고 모순이 가득한 현실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의 이데올로기 갈등보다는 융합과 협조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가 내의 정부와 시장의 협조 외에 글로벌적인 금융위기, 무역 불균형,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권, 핵 확산 금지, 테러리즘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가 간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와 환경문제, 고령화에 따른 의료, 교육, 연금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주의 1.0 시대에서부터 자본주의 4.0 시대에 걸쳐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에서 봤듯이 정부와 시장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나라 전체 그리고 글로벌 공동체의 경제생활에 필요한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고, 정부와 시장의 영역이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시민의 역할이 크게 강조된다고 말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경제 사상을 지배하고 있는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자본주의 3.0 시대의 학자다.

자본주의 4.0은 현재 진행형이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새 정부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해야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 지속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지구의 환경문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고려되는 지금, 정부와 시장의 협조를 요구하는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대안적 경제발전과 조직 경영 모델에 대한 고민으로 ESG(환경, 사회적 책임, 올바른 경영 구조) 경영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용승 교수는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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