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푸틴은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등의 문제가 악화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결의가 약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국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헤인즈 국장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선에서 공격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달 동안 러시아의 행동이 격화되고 예측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질질 끌고 싶어하는 이유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의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세계 밀과 해바라기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와 석유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 사이의 전쟁은 이미 세계 식량 가격과 에너지 가격,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헤인즈는 러시아가 몰도바도 침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군대가 이미 '평화유지군'이란 명분으로 수십년째 주둔하고 있는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확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러시아 중부군 부사령관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2014년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흑해까지 육상 회랑을 건설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국경지역에 있는 몰도바의 도시인 트란스니트리아를 침공하겠다는 것이다.
헤인즈는 또 푸틴이 러시아에 계엄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헤인즈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이 러시아에 대한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감지할 경우에만 핵무기 사용을 허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베리에 국방정보국(Director of Defense Intelligence Agency) 국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기지 못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이며, 약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장기전'에 대한 우려는 전날 2차 대전 전승기념일(5월 9일) 연설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은 서방의 위협"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제기됐다. 당초 이날 푸틴이 종전 선언 혹은 확전 선언 등 이번 전쟁의 분기점이 될만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이날 마리우폴 점령 등 전쟁 성과에 대해 강조하며 전쟁을 수습하려는 양상을 보이지도 않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선포 등 확전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