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외관계에 대한 구상을 드러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뜻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윤 당선인은 14일자(현지시간)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현 정부가 일정 수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압력 캠페인에 참여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단호한 존중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러 제재·압박에 대한 동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윤 당선인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했지만,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시 상황인 관계로 세부적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김은혜 당시 대변인)고만 했었다.
윤 당선인의 사실상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던 박진 의원도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한미 양측은 우크라이나 사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주권·독립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사드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보기에는 완전히 불공정한 행동"이라며 "중국의 일방적 제재 수단이 우리 경제를 일정 수준 손상시킬 수 있지만, 나는 중국도 그런 불공정 행위가 중국 측에도 이득이 되지 않으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헌법이나 가치 지향이 완전히 다를 뿐더러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과 동맹관계라는 점을 지적하며 한중관계는 이같은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 도발 위험성을 지적하며 "주적"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 사용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약화된 한일관계는 한미일 협력의 아킬레스건"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관계는 잘 풀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의) 지도부는 한일관계를 깨지기 쉬운 유리병처럼 다루는 대신 터프하게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관계를 다룰 때는 그런 태도는 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과의 외교적 관여 방안을 찾는 데 있어 국내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는 한일 양국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했고 서로의 나라로 주말 여행을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WP 인터뷰에서는 국제관계 외의 현안으로는 이례적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유일하게 다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지난 대선 기간 같은 신문사 인터뷰 서면 답변에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했다가 이 표현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일도 있었다.
WP는 "젠더가 대선에서 큰 이슈였음을 알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다. 한국은 선진국 중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활동 참여가 최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한국사회의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윤 당선인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집단적 구조적 차별에 직면하지 않고 성장했다"는 주장을 한 것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2월 7일자 <한국일보> 인터뷰)는 기존의 인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해당 질문에 대한 윤 당선인의 답변 전문(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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