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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韓 시장 떠난다…지난달 외국인 자금 33.9억 달러 순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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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韓 시장 떠난다…지난달 외국인 자금 33.9억 달러 순유출

Fed 기준금리 인상 기조 부담…한은 기준금리 공격적 인상 불가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진하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시장 이탈이 뚜렷해지고 그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세도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39억3000만 달러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작년 8월(44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입 규모는 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직전월 34억9000만 달러 순매수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29억5000만 달러 급감했다. 아울러 이 같은 순매수 규모는 2020년 12월(1억7000만 달러 순매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증권과 채권을 합산한 외국인의 지난달 국내 증권 투자 자금은 33억9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1월과 2월에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입됐으나 지난달 들어 순유출로 전환했다.

한은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 원인으로 "3월 중 미 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 우크라이나 사태, 유가 급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는 최근 이어지는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200~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240원 선을 넘을 정도로 치솟았다가 이후 다소 상승폭이 둔화됐으나, 이달 들어 미 연준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오는 금리 인상 신호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사태 등이 부각된 후 재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외국인 자금의 국내 시장 이탈-원화 약세 현상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2월(8.9%) 이후 무려 4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식료품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8.8% 상승했고 에너지 가격은 무려 32%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미국 소비자 시장을 파국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인플레 기조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은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연방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밝혔다. 당장 다음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정해진 가운데, 이제는 25bp가 아닌 50bp(0.50%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연준이 연방기준금리를 25bp 올리면서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매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씩 끌어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을 전제할 경우,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 현재 0.25~0.50%인 연방기준금리를 10회에 걸쳐 끌어올려야 달성 가능한 조건이다.

올해 말 연준의 예상기준금리 1.9% 달성을 위해서는 올해 남은 6번의 회의에서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달성 가능하다. 이 같은 인상 기조도 충분히 '매파적'이지만, 당장 다음 FOMC에서 한꺼번에 50bp 인상설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인플레 현상이 심각하다.

이는 국내 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훨씬 높게 전망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었는데 여태 지켜본 환율 수준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한국은행에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내 미국 채권가격이 할인되는데 국채 가격이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출이 더 가속화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장기간 급등한 부동산 시장과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부채의 덫'에 빠진 국내 가계의 부채 부담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에 심각한 복병이 등장한 셈이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같은 입장을 서면으로 답했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속도 안정화는 시급한 정책 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아울러 "낮은 이자율에 편승해 주택구입에 나선 가구와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저소득자의 상환능력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경고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규모는 186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2000조 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도 정부가 부채 규모를 늘리는 대신 가계부채를 늘리며 위기에 대응했다. 그 결과 정부 채무 수준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지만, 대신 가계의 부담이 커졌다. 한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면 그에 따라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 명약관화한 상태다.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다음달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 부의장에 내정된 상태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0.77포인트 높은 2,677.53로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07포인트(0.23%) 오른 915.89으로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7원 내린 달러당 1,229.5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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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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