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란의 핵심에는 '안보 주권'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드 '3불 1한'이 중국의 부당한 주권 침해라는 주장이 국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동시에 3불 입장을 밝힌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안보 주권 포기'라는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앞선 글에서 '3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밝혔던 입장을 문재인 정부가 재확인한 것이고, '1한'은 주한미군 사령부가 자발적으로 천명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미국에 의한 한국의 안보 주권 침해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2017년에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오로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드 레이더를 '종말 모드'로만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 기류는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사드를 비롯해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방어체제(MD) 자산을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대응용으로도 활용할 뜻을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2월 8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방어체계가 북한, 중국(질문자는 중국을 특히 강조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전 미국 정부들은 한미 MD가 오로지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중국 및 러시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는 MD가 이들 나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또 위에서 소개한 커비의 발언은 한미 MD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MD의 핵심 자산이자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주목해야 할 까닭이다.
관건은 미국이 성주 사드 포대를 다른 MD 자산과 연동시켜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삼을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성주 레이더를 미국 본토의 전략사령부와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omm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s, C2BMC)과 연동시킬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C2BMC는 글로벌 MD의 '두뇌'이다. 이에 따라 성주 레이더가 이와 연동되면 한국은 미국 글로벌 MD의 최전방 기지가 되고 만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및 러시아와도 가장 가까운 곳에 최첨단 레이더를 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성주 레이더를 C2BMC와 이미 연동시켰는지, 혹은 앞으로 그럴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존 힐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은 작년 8월에 MD 업그레이드가 세계 곳곳에 배치된 패트리엇, 사드, 이지스함, 레이더 등 센서, 지휘통제 시스템 등을 "모두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MD"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올해 3월 28일 기자회견에서도 사드를 비롯해 전 세계에 배치된 MD 자산이 "C2BMC에 모두 연동되어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성주 레이더를 C2BMC를 매개로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이미 연동시켰거나 앞으로 그렇게 하면, 한국의 안보 주권은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미국 국방부가 밝힌 것처럼, MD 업그레이드 계획이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고도의 전투 능력 보유국에 대응하기 위한 펜타곤의 핵심 교리와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이는 미중 군사 충돌시 한국이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성주에 있는 사드 포대를 중국 대응용으로 활용하면 중국도 어떠한 형태로든 보복에 나서려고 할 것이기 있기 때문이다. 사드를 둘러싼 주권 논란의 본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다.
펜타곤도 밝힌 것처럼, 사드 업그레이드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시스템의 일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정치적 선택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사드 3불 철회와 추가 배치, 그리고 미국 MD 참여를 시사한 바 있다.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매우 우려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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