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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권력의 애완견처럼 구는 부끄러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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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권력의 애완견처럼 구는 부끄러운 언론

<‘김건희 슬리퍼’ 하루 만에 품절...SNS도 공개, 그때도 입은 그 후드티, 그 슬리퍼…김건희식 ‘돌려입기 패션’, ‘품절 대란’을 부른 김 대표의 3만원대 흰색 슬리퍼, “벌써 품절됐다” 김건희가 신은 슬리퍼, 의외의 가격, 김건희 ‘완판녀’ 됐다…하루만에 품절된 슬리퍼 가격 ‘깜짝’, ‘완판녀’로 등극한 김건희…품절 ‘3만원 슬리퍼’ 뭐길래, “나도 집사람 사주고 싶다”…‘김건희 슬리퍼’ 순식간에 완판 등 사진 속 슬리퍼 가격에 대한 기사만 수십여 개가 쏟아졌다.

김씨의 패션에 대해 평가하며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과 비교한 전여옥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전여옥 “김건희 ‘옷걸이’ 좋아, 김정숙 ‘졸부 부인’ 적당히 했어야”, 전여옥 “김건희 여사, 시장표 패션 선도하길…김정숙 여사 반대로만” 등의 기사도 등장했다.

심지어 김건희씨의 안경테는 국산이고, 김정숙 여사는 프랑스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라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 [단독]김건희와 김정숙의 안경까지 나왔다. 또 자주색 후드티가 지난 2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났을 때와 동일한 복장인 것을 강조하는 “김건희 ‘자주색 후드티’도 재활용 패션이야?” ‘완판 슬리퍼’ 이어 주목, 자주색 후드티, 그때 그 옷인데?… 김건희 여사 의외의 ‘최애템’ 등의 기사도 눈에 띄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후드티에 맨발의 슬리퍼 김건희 여사...팬카페 “순수 그 자체”, ‘완판녀’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숨은 코드 처럼 아예 팬카페 의견을 전하며 김씨를 띄워주는 기사도 있었다. 한마디로 창피할 따름이다. 왜 언론이 이 모양이 됐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다. 이게 언론이 맞는지 심각한 의문과 회의감마저 든다.

이렇게 몇 달만 더 가면 "김건희, 한국경제를 살리다, 김건희 여사, 경제 활성화에 톡톡한 일조 같은 이런 기사도 나올까 겁날 지경이다. 어쩌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황당해졌나 싶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제 그만들 하시라. 스스로 낯부끄러운 짓거리는 그만하길 바란다.

미디어학에서 전통적으로 미디어는 ‘개’에 비유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감시견과 애완견이다. 감시견으로서의 언론은 이른바 제4부의 역할을 맡아 입법, 사법, 행정의 3부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시민사회에 복무한다는 것이다.

애완견 언론은 말 그대로, 주인의 무릎에 앉아 귀여움을 받는 강아지처럼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 등 지배 엘리트층에 충성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적·경제적 지배계급의 현상 유지를 위해 이용되는 도구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입을 가진 어떤 개인가가 중요하다. 펫독(애완견)인지, 워치독(감시견)인지가 중요하고, 정확하게 짖을 때 짖고 물때 물어야 훌륭한 입을 가진 개다. 언론을 개에 비유하면 감시견(Watchdog), 애완견(Lapdog), 경비견(Guard dog) 잠자는 개 (Sleeping dog) 넷으로 나눈다.

1. 감시견 워치독(Watchdog)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로 미국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말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만 정부 또한 건강해지는 법이다. 워싱턴 포스트 지의 워터게이트사건 보도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만든 예는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이 바로 언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2. 애완견 랩독(Lapdog)

랩독은 언론이 권력의 애완견이 되어 버림을 비판하는 단어다. 주인의 무릎 위에 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달콤한 간식을 받아먹는 안락함에 취한 언론을 비판하는 말로 요즘 이들을 ‘기레기’라고 부른다.

3. 경비견 가드독(Guard dog)

요즘 나온 유형으로 언론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어서 권력화 되어,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을 지키려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언론이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에게 공격적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

4. 잠자는개 슬리핑독 (Sleeping dog)

매우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으로 권력이 두려워 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겁쟁이 언론들에게 이 말이 쓰인다.

가장 이상적인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이며, 최악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든지 물어뜯겠다고 하는 ‘경비견’이다. 권력에 길들어진 ‘애완견’과 진실을 외면하는 ‘잠자는 개’ 역시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은 손석희의 태블릿PC 보도로 시작됐다. 어젠다 키핑을 통해 경비견의 역할을 JTBC에서 한 것이다. 당시 정부를 향해 그런 비판적인 목소리를 몇 달에 걸쳐서 내는 언론이 처음이라 낯설었던 거 같지만 그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로 공인이 된 김건희씨에게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주색 후드티, 청바지, 슬리퍼가 아니라 대선 전부터 줄곧 제기된 ‘논문표절’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이런 의혹은 현재까지도 걷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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