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이 비상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급식실 종사자들도 확진과 자가격리가 늘어나면서 대체인력난에 빠졌고, 정상급식과 대체식 또는 간편식 제공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급식실 종사자들은 당장 과다한 업무가중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당국은 대체인력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응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재량권을 가진 학교장이나 학부모들이 정상급식을 원하는 이유 때문에 급식실 종사자들과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경남 학교급식실 대체인력 투입 “저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지난 13일 긴급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남에서 확진자가 생겨 급식실 종사자 대체인력이 투입된 학교 비율은 10곳 중 3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을 포함한 전체 1264개 학교 중 인근 학교끼리 통합급식을 하거나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 등을 고려하면 급식실 운영 학교 수는 모두 965곳이다. 이 가운데 13일을 기준으로 설문에 응답한 종사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873곳이었고,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는 392곳으로 46.8%에 달했다.
조사 결과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들 가운데 급식실 대체인력을 충당한 경우가 130곳으로 33.2%에 그쳤다. 나머지 262개(66.8%) 학교의 급식실 종사자들은 확진자가 발생해 결원이 생겨도 대체인력 없이 업무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인력도 직접 구해”
“급식실 인원 7명 중 4명이 확진돼 3명만 일을 계속 했어요. 학교에서는 급식을 강행하라고 했고 빵으로 대체하자고 하니 (주문한) 식품재료 취소가 안 되니 무조건 하라고 하더군요.”
“도교육청은 교직원이 확진될 경우를 대비해 대체교사와 강사 등을 확보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급식인력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남아 있는 인원들이 확진자 동료의 몫까지 일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경남학비노조는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4일 경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인력풀제’ 시행과 현장에 맞는 ‘비상급식지침’을 당장 마련하고 일선 학교에 통보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학교 급식실은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배식을 여러 차례로 나눠서 하고 있다. 또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제공해야 하는 위생관리 원칙 때문에 조리도 여러 번 나눠서 해야 한다. 따라서 업무강도 자체가 늘었는데 확진자 결원마저 제대로 대체되지 않아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경남학비노조의 설명이다.
저녁식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고교 급식실의 경우 고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대체인력을 자력으로 구하더라도 주휴수당에 따른 인건비 문제로 행정실이 거부하거나 학부모들의 항의를 이유로 정상적인 급식이 어려운 상황마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학비노조 임채정 노동안전위원장은 “현장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남교육청은 학교장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으로 공문을 내려 보낸 뒤 제대로 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대체인력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해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사용자인 교육청이 해야 하는 일을 급식실 종사자들이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대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것은 협의를 통해 대체인력 공급체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제도화하고 정착화하자는 것”이라며 “경남교육청도 교육지원청 별로 대체인력을 확보해서 대응하고 있는 강원교육청과 충북교육청처럼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인력 확보 어려움 있어…계속 노력”
경남교육청은 간편식과 대체식에 대한 기준을 공문으로 일선 학교에 전달했고 대체인력풀제도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미정 급식2담당 업무총괄은 “새 학기 이전인 지난 2월부터 관련 공문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조리종사자 일부 격리일 경우 덮밥이나 비빔밥 등 간편식으로 식단을 조정하고 전체 격리 땐 빵과 우유 등 대체식으로 급식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원이 발생한 만큼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급식종사자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준을 정한 것도 그런 측면인데, 일부 학교에서는 정상급식을 강제해 불만이 생기고 있고,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급식을 원해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체인력 확보에 대해서는 대기자가 드물어 보충에 차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확보된 대체인력은 도내 전체로 167명이다”며 “교육공무직인 조리종사자의 경우 대기자가 드물어 인력 변동성이 크고 지역별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군지역으로 갈수록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성인력개발센터와도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쪽도 정규직 채용을 원하는 입장이어서 힘든 점이 있다”며 “경남교육청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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