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당선인사 연설에서 국정 구상의 대강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정의'와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과학기술 혁신과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이 새 정부 중점 사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성평등 관련 질문에는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다", "개별적 불공정 사안 대응이 중요하다"며 후보 때와 변하지 않은 인식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당선사례를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를 시작한 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왜 국민이 저를 불러냈는지 생각했다"며 "공직자가 권력에 굴복하면 정의가 죽고 힘없는 국민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고 자신이 승리한 이번 대선의 의미를 규정했다.
장제원 의원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후보는 "당선자 비서실은 인수위를 출범시키고 지원하는 일을 두 달 간 하는데, 소규모로 효율적으로 빨리 조직해서 인수위를 지원하고 중요한 인사를 검증하는 초기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수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데 대해서는 "아직 인수위원회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빠른 시일 내 구상해서 국민들 보시기에 불안하지 않도록 빨리 출범시키겠다"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원래 이런 것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준비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사정상 그러지는 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안 대표의 역할'을 재차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일단은 신속한 합당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안 대표는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尹의 국정 구상은…정치분야에선 통합·협치·소통 강조, 성평등 인식은 '글쎄'
윤 당선인은 회견 모두발언에서 각 분야별 국정 운영 구상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했다. 정치 분야 의제로는 통합과 함께 협치를 제시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책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한 기자가 묻자 "국민들을 위해서, 국익을 생각해서 하는 일인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일하러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 국가에서 여소야대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삼권분립이라는 것도 어느 당이 대통령, 행정부를 맡게 되면 다른 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는 것이 크게 이상할 일이 없다"며 "그런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며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소통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주 갖겠다",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 좋은 질문을 제게 많이 던져 달라"고 웃음을 섞어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또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전날에 이어 통합의 메시지도 강조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질의응답에서 '득표율 격차가 생각보다 적었는데, 젠더 갈라치기 전략의 역풍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저는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며 "그리고 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다만 남녀의 양성의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어느 정도 (평등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서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 왔다"고 했다. 대선후보 시절 신문 인터뷰에서 내놓은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이라는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식으로 오해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할 이유가 뭐 있겠느냐. 그런 것 없으니 오해하지 말라"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호남 득표율이 기대에 못 미쳤는데 지역 화합에 대한 구상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모든 지역이 공정하게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원론적 답만 했다.
경제성장 전략은 '과학 주도 성장?'…"인수위에 코로나 대응조직 구성"
경제 분야 의제로는 성장과 복지에 대한 개괄적 생각을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초 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해 공공 의사결정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과학적·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 실행에 대해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민생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고, 미래 준비도 철저히 하겠다"며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팬데믹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 개혁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제적 손실 보상과 긴급 구제를 포함해서 방역과 확진자들에 대한 치료 문제에 대해 바로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검토에 들어갈 생각"이라며 "코로나와 관련된 경제··방역·의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인수위 내 조직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복지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해야 가능하다"며 "따뜻한 복지도 성장이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성장의 결실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고 원칙적 언급만 했다.
사회 분야 의제와 관련해서는,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당선인답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대장동 수사 관련 입장을 묻자 윤 당선인은 "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답을 피하며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 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尹, 바이든과 통화…바이든 "한미일 삼국, 대북정책 관련 긴밀 조율 중요"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 구축", "북한의 불합리한 행동에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둘 것", "한미동맹 재건과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등 모두발언에선 주로 원칙적 언급만을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히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에 빠른 시일 내 만나 한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논의를 (하기) 기대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측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별도로 설명 자료를 내어, 통화는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이뤄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끈 데 대해 축하드리며, 이번 당선을 계기로 앞으로 한미 양국이 안보와 번영의 핵심 축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는데 대해 경의를 표했고,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 또한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이 '북한이 연초부터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바, 더욱 굳건한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도 한반도 사안에 대해 더욱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윤 당선인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답은 "미국은 북한 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었다고 윤 당선인 측은 밝혔다. 윤 당선인이 '한미공조'를 강조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답은 '한미일 조율'이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한일관계 구상에 대한 일본 언론의 질문에는 "다른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한일관계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우리가 잘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를 향해 공동의 협력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과거 부분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서로가 정리하고 해결할 문제들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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