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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민심'은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동시에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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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민심'은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동시에 원했다

역대급 '신승', 웃을 수 없는 정권교체

특수통 검사 출신 '0선 초보 정치인'이 새정부를 이끌어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득표율 차이가 0.7%포인트에 그친 역대급 신승이다.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여실히 투영된 취약한 정권교체다. 압승을 낙관했던 윤 당선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무거운 출발선에서 정부 운영권을 넘겨받게 됐다.

정권교체 자초한 집권세력의 위선

대선국면 내내 압도적이던 정권교체론은 현실이 됐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반복돼 온 '10년 주기' 정권교체 패턴은 이로써 깨졌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정권교체를 견인했다. 정권재창출 여부가 정부 성패의 주요 기준이라는 점에서 현 여권은 적지 않은 내상을 입게 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 '평등, 공정, 정의' 가치를 크게 훼손한 '조국 사태' 파장이 컸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서로를 향한 분노와 증오가 타올랐다. 법무-검찰 갈등에 기름을 붓고 진영을 갈라친 여권의 자해적 대응법이 '정치인 윤석열' 등판의 토대로 작용했다.

조국 사태를 거쳐 일상이 된 '지지자 정치' 행태는 여권이 더이상 사회경제적 모순을 해결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각성을 일깨웠다. 28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동산값 폭등에 불쏘시개가 됐다.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인사들이 속출하고, 권력형 성추행 사건도 줄을 이었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 국정농단 세력보다 낫다는, '민주세력'의 심리적 안전판에 금이 갔다.

정치 전략도 역행했다. 촛불을 독점한 청와대는 집권 시작부터 협치를 외면했다. 민주당 역시 대안 출현이 가능한 다당제보다 탄핵세력을 파트너로 삼는 손쉬운 양당정치의 길을 택했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승리에 비례해 독점욕이 상승했다. 총선용 위성정당 창당은 여권의 무한팽창 권력욕을 여실히 드러냈다.

친문 지지층에 의존하는 민주당 내 권력 동심원에서 이재명 후보는 아웃사이더였다. 의정 경험 없는 '변방의 장수'가 기성정치에 대항하는 말과 행동으로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관록의 당내 경쟁자들을 제치고 아웃사이더의 반란을 이끌어낸 동력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세는 대장동 앞에서 꺾였다. 주변 인사들이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대장동 의혹이 대선기간 내내 이 후보의 확장성을 가로막았다. 정서적 용인 범위를 넘어선 배우자의 과잉 의전, 법인카드 사용 논란까지 겹쳤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이 후보에게 중도층과 진보층도 지지를 망설였다.

현정부 심판을 요체로 하는 회고투표 기류가 새시대를 향한 전망투표로 전환되지 못한 배경에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후보의 방향성 없는 정책도 작용했다. 재원 마련 대책에 의심을 사는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증세는 없다"고 선언했다. 친기업적 경제 정책, 감세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선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과 구분점이 모호했다.

이 후보는 인물론과 정치교체론를 내세워 반전을 모색했으나, 결국 '부패 대 무능'으로 압축된 네거티브 대결의 패자로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순항할까?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집권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의 앞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정권교체를 실현하면서도 윤 당선인에게 흔쾌히 정부를 맡기지 못하는 민심이 박빙의 득표율 격차로 확인됐다. 정치의 요체인 타협에 익숙하지 않은 '검찰주의자' 대통령, '가족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아 도덕적 결함을 내포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유권자들의 경고장이다. 선거캠페인 내내 윤 당선인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준비 부족 상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탄핵 정부에 대한 반성, 보수의 혁신과 갈등 통합보다 갈라치기 식의 세대 포위 전략을 구사한 국민의힘도 집권여당으로서의 신뢰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젠더 갈등을 부추긴 '이대남 쫒기'는 패착으로 드러났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 유권자 58%가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선거 캠페인을 분노와 증오로 일관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172석에 달하는 비토권을 가진 민주당을 상대로 협치의 묘를 살릴 수 있느냐가 새정부 연착륙에 관건이 됐다.

윤 당선인은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차례 "더불어민주당의 양식 있는 분들과 협치를 하겠다", "나라가 잘되려면 정부와 대통령, 여야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협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진영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발짝도 진척을 이룰 수 없는 여소야대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은 승리의 전리품을 나누는 일이다. 승자독식을 보장하는 제도를 뛰어넘어 이를 실행한 전례가 없어 실현 가능성에 의심을 산다. 윤 당선인은 정치개혁 과제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분권형 개헌,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적용과 위성정당 방지 대책 마련,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정치개혁안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과거 선거법 개정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선도했던 국민의힘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대선 후 합당까지 합의함으로써 다당제 요구에 역행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성가족부 폐지, 좌파 척결과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시사한 윤 당선인의 대결적 의식도 통합에 역행하는 복병으로 꼽힌다. 아울러 대장동 몸통 논란과 연관된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배우자 김건희 씨의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윤석열 정부의 위기 요인으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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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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