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2차 협상 당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적 통로를 열어두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피난민들에게도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차 협상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어, 향후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쪽에 위치한 외곽 마을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인해 사망한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르핀은 최근까지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뤄졌던 지역이다. 이에 상당수의 주민들이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길에 올랐는데, 대피를 위한 안전 통로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마리우폴에서도 이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기와 식수, 난방 공급이 중단된 마리우폴에 대해 공격을 가하고 있는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 통로도 열어두지 않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주민 40만 명 가운데 일부가 이날 정오부터 대피를 시작할 예정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이를 위해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임시 휴전을 갖기로 결정했지만 러시아의 포격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러시아가 사실상 민간인들을 볼모로 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리우폴에서의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및 '중립화'를 군사·외교 등 방식에 상관없이 이뤄낼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AFP>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꺾지 않고 군사 행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을 방문 중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현재 유럽 동맹들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양쪽 시장에 충분한 원유 공급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매일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미국 방송 <NBC>, <CBS> 등과도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도 있을 것이라며 우회적인 군사 지원을 시사했다.
앞서 5일 <CNN> 등은 폴란드의 러시아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미국이 폴란드에 미국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백악관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폴란드는 6일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내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공항 이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전투기 제공으로 인한 전력 공백 및 전장 확대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이 전투기 전력 공백을 메꿔준다는 확실한 방안이 있다면 실제 폴란드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 "실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폴란드 전투기) 공백을 우리가 어떻게 메꿀지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투기 지원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 의원들과 이뤄진 화상 통화애서 "폴란드는 전투기를 보내줄 준비가 됐다. 미국의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내가 살아있는 것을 보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의 즉각적인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핵발전소를 확보하면서 핵안전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간 3자 회담 개최에 동의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체르노빌에서 회담하자는 IAEA의 제안을 거부하며 제3국이나 온라인에서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7일(현지 시각) 오전 10시를 기해 인도적 통로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군 사령부가 키이우와 마리우폴, 하르키우, 수미 시에 탈출을 위한 인도적 통로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키예프, 마리우폴, 하르키우, 수미 시의 재앙적인 인도적 상황 및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 등을 감안해 러시아 군 사령부는 3월 7일 오전 10시부터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방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의 이같은 방침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에도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통로 개방 및 임시휴전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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