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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명가수 열전의 교훈, 그리고 2022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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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명가수 열전의 교훈, 그리고 2022년 대선

모 방송사에서 진행했던 무명가수 열전이 끝났다. 시즌1을 제대로 사수하지 않았기에 기존 우승자들의 면면만 알고 있었을 뿐인데, 우연히 시즌2 첫 방송을 보게 되면서 마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팬덤’으로 마지막 방송까지 실시간 시청자가 됐다.

노래방 문화가 대한민국 국민의 노래 실력을 세계 톱 수준으로 올려놓았으니 K-POP의 현실적 지위는 당연한 귀결이라고들 한다. 그 결과는 너무도 많은 ‘실력파 가수들’이 흔해져 밑천이 됐다는 것이고, 무수한 일상의 가수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음악적 수준을 보다 높여 놓는 역할로 이어졌다는 것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코로나19 상황을 2년이 넘게 함께하면서 상실해버린 일상이 ‘2차는 노래방’이라는 보편적 국민 여가생활에 대한 강압적 저지로 이어진 점은 다소 안타까운 점이다. 이렇게 새로운 생활방식이 모든 것을 바꿔놓게 되면 ‘전국노래자랑’에 뿌리를 둔 대한민국의 노래 실력 또한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걱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축적된 국민적 가창력과 음악적 이해력은 거부할 수 없는 수준급으로 탄탄해졌고, 이는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고 믿고 싶다. 이를 양질전화의 법칙이 잘 작동한 예로 삼아도 무방할 듯하다.

무명가수 열전의 결과는 당연한듯하면서도 의외였다. 당연한 이유는 결과가 그럴 것이란 개인적 기대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의외였다는 것은 최종 우승자의 자질과 실력이 본인마저 의심했던 대중성에 대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걸걸하다 못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목소리를 가진 가수 김기태는 의심했다고 한다. 그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게 맞는지, 청중은 좋아해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괴로웠다고.

그를 시즌2 방송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적잖이 놀랐다. 그의 고백처럼 똑같은 지점에서 의심이 들었으므로.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뿐만 아니라 팬이 된 한 사람조차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온 몸의 작은 세포 하나까지 반응하는 경험과 놀라움, 스며듦 때문이었다. 이를 진정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방송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의 짙고 호소력 깊은 목소리는 낯설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은 악기처럼 다가왔다. 이 생소한 악기는 매순간 감성을 건드렸고 기성 가수의 노래를 색다르게 연주할 때마다 온전히 그의 노래로 새로워졌다.

그는 결국 정상에 섰다. 그리고 노래를 향한 그의 진정한 노력과 예의, 겸손함은 응원했던 팬으로서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전혀 어색함이나 의구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게 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곧 정치로 이어졌다. 대선이 코앞인데 후보들은, 그들을 사력으로 뒷받침하는 정당은, 지지자들은, 지켜보는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심정일까.

무명가수에서 이름을 가진, 세상이 알아주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해주며 함께 공감해주기를 바란 수많은 경연자들은 속이지 않았다. 자신의 열정과 삶을 제대로 노래에 담아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것이 오롯이 되지 않을까봐 늘 힘들어했다.

서로 격려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속에서도 경쟁은 지속됐지만, 그들은 모두가 하나였다. 노래로 소통하고 다름으로 하나가 되려는 화음 속에서 지극히도 인간적이며 상호 존중하는 존재로서의 아름다운 미학을 선사했다.

견주자면, 정치는 아직 멀었다. 아름다움이 없다. 화음도 없다. 존중도 없고 격려나 소통, 진정성 따위의 보편적인 국민정서나 도덕성과도 멀다. 헐뜯고 들춰내고 상처를 주며 비교우위보다는 비교열위를 알리려는 데 급급하다.

수많은 정치적 언어와 술수들만 난무하니 보고 있는 국민들은 속이 상한다. 노래는 위안이고 격려인데 정치는 상처만 부풀린다. 불신을 확장하고 불안을 증폭하며 분열을 심화시킨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는 대단히 하수다. 퇴보했다. 때문에 감동은 고사하고 소통이나 공감마저 일으키지 못하는 사상초유의 이번 대선정국은 분명한 흥행실패이다.

쏟아지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도 기법의 과학성을 떠나 그 흔한 보편적 신뢰성마저 잃은 지 오래인 듯하다. 개입과 조작이라는 의심으로부터도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불온한 의도가 있다면, 이마저도 성공을 장담하기란 요원할 것이 뻔하다. 정치를 혐오한 국민들이 진정성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세상을 통찰하듯, 노래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삶을 기원하듯, 정치인들과 정치집단들도, 정치를 기회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집단들도 궁극의 인간미와 도덕성으로 돌아가길. 다만,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기대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나 희망과 미래는 오롯이 ‘국민’으로부터 보장되고,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절대 권력자인 ‘개인’의 몫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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