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들었다. 27일(현지 시각) TV 연설에서 "핵 억제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 국가들이 강력한 경제제재에 돌입하고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저항에 나서면서 푸틴의 속전속결 전략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또 벨라루스 모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앞두고 핵 위협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에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푸틴의 핵전쟁 위협의 이면에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일 수 있다'는 '미친 자의 이론(madman's theory)'이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푸틴의 무모하고도 위험한 책략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노골적인 핵 위협을 가한 바 있다. 그러나 북베트남은 핵 위협에 굴복하기보다는 결사항전에 나섰고 결국 미국은 사실상 패퇴하고 말았다.
푸틴은 이러한 역사적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핵무기가 '절멸의 무기'라고 하지만 울분으로 가득한 저항 의지마저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푸틴이 호출해야 할 역사적 교훈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소련의 몰락을 "2세기 최악이 지정학적 사건"이라고 했지만, 이는 외부의 안보 위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소련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한 경제문제와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경직된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푸틴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우크라이나 곳곳에 계속 미사일을 퍼붓고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고 강력한 경제제재와 국제적 고립은 러시아 경제의 날개 없는 추락을 가속화할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러시아도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즉각 공격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와 진지한 협상에 나서는 데에 있다. 폭격과 진군은 우크라이나의 저항 의지 및 국제적 제재와 규탄을 키울 뿐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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