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사이로, 봄은 무거운 겨울을 딛고 사뿐사뿐 걸어옵니다.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트레킹 전문가. 여행작가)는 3월, 오랜만에 문을 열고, 산뜻한 봄맞이로 서울 근교의 ‘천상의 화원’ 천마산을 찾아갑니다. 그때쯤이면 산빛이 화사한 변신을 준비하고, 봄의 전령인 복수초, 너도바람꽃, 앉은부채 등은 예고도 기척도 없이 언 땅을 녹이고 은밀하게 피어나는데요. 봄을 즐기기에는 야생화 트레킹이 제격입니다. 정상 등산이 아니라 편하고 무난한 천마산 자락과 계곡의 오솔길을 걷는 하루, 봄꽃들을 감상하고 심신을 호흡하며 봄의 생명력을 듬뿍 받아보십시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2022년 3월 19일(토)에 찾아가는 <천마산 ‘천상의 화원’ 트레킹>에 대해 들어봅니다.
야생화 천국, 어디인가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란 뜻의 천마산(812m, 경기도 남양주시)은 서울 근교의 대표적 명산이다. 최근에는 야생화 산행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야생화 천국답게 봄철이 가장 아름답다.
천마산 야생화 트레킹의 출발점은 호평동 천마산주차장이다. 호평동은 천마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버스정류장과 주차장이 있고, 여러 식당이 자리하지만 번잡하지 않다.
수진사 갈림길을 지나 천마산계곡으로 들어서면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새는 지저귀고, 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야생화를 찾아가는 길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길섶에서 생강나무 노란 꽃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가까이 다가서니 알싸한 냄새를 풍긴다. 천마산관리사무소와 상명대 천마산수련원을 지나니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는다. 천마의집까지 포장된 임도가 이어져 있는데, 여기서 차량 출입을 막는다. 바리케이드 옆으로 계곡길이 이어진다.
천마산은 여러 계곡마다 수량이 풍부하다. 식생이 워낙 좋아 사철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계곡 주변에 하나둘 야생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노루귀와 샛노란 복수초가 반갑다. 하지만 계곡 주변의 야생화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운동시설이 설치된 쉼터 주변에는 잣나무가 울창하다. 잣나무 아래 벤치 아래서 책을 읽는 어느 주민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벤치를 지나자 점현호색, 큰괭이밥, 꿩의바람꽃 등이 눈에 들어온다. 현호색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천마산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점현호색이 많다. 꽃이 이쁘고 점이 박힌 잎이 신비롭다. 계곡길이 끝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200m쯤 가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벤치가 있어 쉬는 사람도 많다. 이곳이 사거리인 천마의집(천마산야영교육장)으로 천마산 등산로의 중심 지역이다. 정상, 팔현계곡, ‘천상의 화원’과 돌핀샘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아쉽게도 이정표는 정상 코스에만 있다. 그러나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는 여러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으니 이를 참조하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천상의 화원’에 핀 야생화들
‘천마산 정상 1.24㎞’라 쓰인 이정목이 눈에 띈다. 이정목 바로 왼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여기가 팔현계곡 가는 길이다. 나중에 팔현계곡에서 이 길로 올라올 것이다. 이정목에서 30m쯤 가면 오른쪽으로 쉼터 벤치가 보이고, 왼쪽으로 울창한 낙엽송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낙엽송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그곳이 ‘천상의 화원’과 돌핀샘으로 가는 길이다. 두 곳 모두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낙엽송 숲길로 들어서면 호젓한 숲길에 휘파람이 절로 난다. 나무 사이를 굽이굽이 걷다 보면 마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 같다. 15분쯤 가면 ‘노랑앉은부채꽃’을 보호하자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천남성과에 속하는 앉은부채꽃은 땅바닥에 바투 붙어 자라고, 부채와 비슷한 꽃 덮개가 둥근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꽃대를 감싸고 있어 특이하다. 꽃 덮개가 외부로부터의 추위를 막아주어 다른 꽃보다 일찍 핀다. 꽃이 시들 무렵인 4월에는 잎이 배추만큼 크게 자란다. 앉은부채꽃은 다른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천마산에는 흔했다. 팔현계곡 일대에 많았는데, 예전에 비해 개체 수가 줄어 안타깝다. 노랑앉은부채꽃은 더욱 귀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노랑앉은부채꽃 안내판에서 다시 호젓한 숲길을 따르다가 올괴불나무를 만났다. 사람 키 정도의 올괴불나무의 꽃은 가지에 거꾸로 매달리는데, 꽃술 끝이 마치 보라색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토슈즈 신은 발레리나’란 별명이 붙었고, 발레리나들이 춤추는 듯하다.
노랑앉은부채꽃 안내판에서 호젓한 숲길과 능선을 두루 거쳐 약 40분쯤 가면 팔현계곡 갈림길이 나온다. 팔현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여기서 ‘천상의 화원’은 10분쯤 더 올라가야 한다. ‘천상의 화원’ 위치는 돌핀샘 아래로 200~300미터쯤 아래 지점이다. 제법 넓은 산비탈이고 볕이 잘 든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서성거린다면, 그곳에 꽃이 있다는 뜻이다. 하나둘 보이던 너도바람꽃과 복수초가 점점 많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피는 바람꽃, 너도바람꽃
대세는 너도바람꽃이다. 바람꽃은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다양하다. 꽃 색깔은 모두 눈처럼 희다. 바람꽃 종류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너도바람꽃은 10cm 안팎의 작은 키에 손톱만 한 흰 꽃이 피는데, 꽃잎에 작은 구슬 같은 노란 꿀샘이 앙증맞게 달려있다. 3월 중순쯤 ‘천상의 화원’에는 너도바람꽃이 압도적으로 많고, 복수초도 제법 많다.
실컷 꽃구경 했으면, 팔현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야생화를 찾아보자. 거칠어 보이는 계곡 상류는 내려갈수록 수량이 많아지고, 계곡 풍광도 수려해진다. 군데군데 핀 꿩의바람꽃, 현호색, 만주바람꽃, 처녀치마, 미치광이풀, 금괭이눈, 앉은부채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밌는 건 꽃들이 대개 계곡 주변에서 핀다는 점이다.
천마산의 숨은 보석, 작은 계곡길
팔현계곡을 거의 다 내려와 처음 만나는 농장 앞에서 길이 갈린다. 우리는 잠깐 내려가 다래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올라오면 고맙게도 ‘호평동 3.05㎞’ 이정목이 보인다. 이정목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숨어 있는 작은 계곡이 나온다. 부드럽고 완만한 이 계곡길이 천마산의 숨은 보석이다. 시종일관 완만해 오르막길이라 걷기 부담이 없다. 졸졸 물소리 들으면서 30분쯤 걸으면 천마의집 사거리에 올라선다.
이제 쉬운 하산길만 남았다. 벤치에 앉아 쉬는데 오늘 봤던 어여쁜 꽃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새삼 봄의 생명력과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산자락에 꽃을 찾아다니는 이런 멋진 봄날이 또 있을까.
두발로학교가 3월 19일(토) 걷는 제74강 <천마산 ‘천상의 화원’ 트레킹> 꽃길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카페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두발로학교 기사(3월)를 확인 바랍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참가자는 자신과 동행자의 건강을 위해 최종 백신접종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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