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를 활용해 수업을 하다 육종암에 걸린 세 명의 교사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5000여 명의 교사가 인사혁신처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육종암은 인구 10만 명당 1명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암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는 8일 세종 인사혁신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D프린터를 활용한지 5년만인 2018년 2월 육종암 진단을 받고 숨진 경기과학고 전 교사 고 서울 씨를 포함해 세 명의 교사가 2021년 2월 3일 인사혁신처에 공무상 재해 신청을 했다"며 "직업성 암 재해인정 처리 평균 기간인 355일이 넘었지만 재해보상정책관은 조사 중이라는 말뿐"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재해 인정이 이렇게 늦어지면 재해자와 유족의 아픔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목숨을 잃은 서울 씨의 아버지는 1년이 넘게 거리에서 호소하고 있다"며 "탄원 서명에 함께한 5000여 명의 교사와 함께 3D프린터를 활용하다 육종암에 걸린 교사들의 공무상 재해 인정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로 인구 10만 명당 1명 정도가 걸리고 전체 암 중 비중이 1% 미만인 육종암이 같은 작업조건을 가진 교사 세 명에게서 발병한 점을 들었다. 희귀질환의 특정사업장 발병율이 높을 경우 이를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보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삼성 LCD 공장 다발성 경화증'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3D프린터의 위험성에 대해 단체들은 "2013년 해외 의학저널에 '3D프린터 작동 시 많은 양의 초미세입자와 VOC(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돼 심각한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논문이 실린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또 다른 논문에서는 (3D 프린터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심혈관과 미세혈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됐다"며 "2019년에는 북미 최대 규모의 3D 프린터 박람회에서도 유명 안전인증 기업이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함께한 서울 씨의 아버지 서정균 씨는 투병 중이던 아들이 새벽에 자신의 방에 들어와 손을 잡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 살고 싶어요"라고 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던 일을 회상한 뒤 "아들의 죽음 이후 같은 학교 교사와 경남의 한 과학고 교사가 같은 육종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모두 3D 프린터로 수업을 많이 한 교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서정균 씨는 "아들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정부는 다른 두 분 선생님에 대해서도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과학 수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체들은 5000여 명의 교사가 작성한 공무상 재해 인정 촉구 탄원서명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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