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골령골· 두 번째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다
웃고 울었던 얼굴, 식구들을 본 눈
앞집, 옆집 마실 간 발, 가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뛰었을 심장
꿈틀거리고 있는 마음
해거름에 밥상에 앉은 웃음
아직 마르지 않았다
시간을 돌린다
뼈에 살이 붙고, 머리카락이 손톱이
자리를 잡는다
음식이 들어간다
귀가 들리고 입이 열린다
엄마를 열고 나온 첫 울음이 나온다
말문이 트인다
"보고 싶었다!"
눈망울이 그렁거린다
꽃이 나무가 바람이 햇살이 들고 간 시간이
핀다
봄이었다 여름이었다 가을이다
겨울도 왔다 갔다
계절마다 옷을 입고 싶은데
추위도 더위도 건너갔다
땅속에 살기 때문이다
몸으로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
한 줌 재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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