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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무용론 확산 우려…방역정책 소송만으로 해결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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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역패스 무용론 확산 우려…방역정책 소송만으로 해결 곤란"

정부 소통 문제라는 지적도…정부는 재차 "방역패스 유럽서도 다 쓴다" 강조

행정법원이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대상으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진한 방역패스 확대 적용에 집행정지 인용을 결정했다. 정부는 재차 방역패스 확대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으나 정부 정책에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사법부 판정으로 인해 방역패스 무용론이 확산하거나 백신 효용성이 없다는 잘못된 해석이 사회에 횡행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나왔다. 사법부가 방역 정책 열쇠를 지니면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사법부 시각과는 별개로, 정부의 대국민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정부의 소통 능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부는 현재의 방역상황을 안정화시키고 다시 일상회복의 재개를 위해서는 방역패스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고 성실하게 본안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이번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역패스 확대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재차 밝혔다.

손 반장은 "현재 미접종자는 접종완료자에 비해 확진자 발생 2.4배, 중환자 발생 5배, 사망자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접종자는 18세 이상의 6%에 불과한 소수이지만, 지난 8주간 12세 이상 확진자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환자의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중환자실의 절반 이상을 미접종자 치료에 할애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유행이 확산해 의료체계 여력이 한계에 달하는 위기상황에서는 미접종자 감염 최소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즉, 미접종자 감염을 줄여야만 중환자 치료 부담이 줄어들어 사망 피해도 줄일 수 있으며, 그래야만 의료체계 여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필수불가결한 대응책이라는 게 정부 시각이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적용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연합뉴스

정부 "유럽도 다 방역패스…방역패스 안 쓰는 나라 중국 유일"

손 반장은 "방역패스는 단순히 접종률 제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첫째, 중증화 사망위험이 큰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하고 "둘째, 이들로 인한 의료체계 소모를 줄여 여력을 확보하고 일상회복을 지속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손 반장은 작년 12월 의료체계 마비 당시를 거론하며 "당시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며 중환자실이 한계상황에 처했"는데 "미접종자 감염이 현재처럼 확진자의 30%가 아니라 인구비율대로 6~7% 수준으로 억제됐다면 (중환자 치료 여력을 보존할 수 있어) 하루 1만 명 정도의 확진자도 견딜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브리핑에서 정부는 방역패스의 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방역전략 차원에서 지니는 의미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보였다.

손 반장은 "일상회복 과정에서 (지금처럼) 유행이 증가할 수 있고 의료체계가 압박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일차적 대응은 거리두기 강화가 아니"라 "방역패스 확대 적용이 일차적인 대응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즉, 현재 취해진 거리두기 강화 조치는 사안이 급박하고 방역패스가 널리 적용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지, 앞으로 일상회복 재개 과정에서 취해야 할 최우선 대응전략은 (거리두기 강화 회귀 이전) 방역패스라는 설명이다.

손 반장은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을 보면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기를 맞이한 거의 모든 국가가 일차적인 대응전략으로 방역패스를 대폭 확대"했다며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싱가포르 등 거의 모든 나라가 공통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로 치면 '일상회복' 혹은 '위드 코로나'라고 선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한국 방역패스와 유사한) 이러한 형태의 백신패스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때에는 대다수 국가들이 방역패스 대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유럽을 보면 처음 설정했던 방역패스 대상보다 그 범위를 굉장히 확대해서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과 공공시설에 적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직장에까지 적용을 확대하는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방역패스 제재 수위가 다른 나라보다 낮은 만큼, 정부 정책에 정합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미접종자 감염을 줄여 의료체계 부담을 완화하고, 거리두기 회귀를 최대한 피하면서 일상회복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역패스는 세계적으로 대체로 합의된 대책이라는 뜻이다.

손 반장은 "이 조치(방역패스 확대 적용)로도 도저히 의료체계의 붕괴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그때 영업제한이나 모임 ·행사 제한, 외출금지 등과 같은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 수순이라며 "우리 역시 계속 방역패스를 확대하며 (지금의 위기에) 대응하였으나 위기가 해소되지 않자 거리두기를 최종적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는 결국 방역패스 효력이 떨어진다는 전날 사법부 판단과 일부 전문가 집단의 판단, 자영업자들의 입장은 방역대응 조치에 관한 오해라는 의견으로 귀결된다.

손 반장은 "위기상황은 미접종자와 고령층의 감염증가에 따라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이들에 집중해 방역패스 확대와 같은 국소적인 방역조치를 먼저 강화해 위기를 넘기는 것이 (대대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거리두기 강화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갔기 때문에 방역패스가 이제 필요 없다거나 해지해야 한다는 제안은 타당하지 않다"고 손 반장은 덧붙였다.

아울러 손 반장은 방역패스 적용 대신 위기 발생 후 곧바로 영업제한이나 모임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에 들어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중국의 경우 (위드 코로나가 아니라)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행이 조금만 증가하는 경향이 보여도 전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조치로 바로 들어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법원이 정책 결정 우려…정부 소통 노력 부족 지적도

한편 전날 행정법원이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의 중요 근거로 기본권 침해 요소를 든 데 관해 정부는 "기본권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진자 같은 예외조항을 두고 불가피한 사유의 접종 불가자, 18세 이하 등의 예외를 설정해 운영하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조치로 공공의 안녕과 개인의 기본권 간 최대한의 타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손 반장은 다만 "불가피한 접종 예외 사유 등 일정 부분 혼선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법원 결정에 따라 당장 독서실 등에 방역패스 적용이 무력화된 데 관해 중수본은 이들 시설을 대상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방역조치를 임시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역패스 적용 전 일상회복 과정에서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는 좌석 한칸 띄우기 등의 밀집도 제한 조치가 적용됐다. 방역패스 적용과 동시에 정부는 이 같은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손 반장은 법원 판정에 따라 "밀집도를 다시 강화해 한시적으로 (제한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속히 결론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번 법원 판정에 따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응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불가피해졌다. 의료계는 법원 판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모습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3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여부는 시급하지도 않은데 이번 가처분신청으로 정부 정책 시행 자체를 막은 건 문제"라며 "앞으로 비슷한 반발이 나올 때마다 결국 모든 게 법원에서 소송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대책에서 정책 적용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거리두기 상향 조치가 위급한 상황에 바로 취해지지 못하고 가처분신청으로 인해 (확진자 폭증이 나온 후) 한두 달 지나서 적용된다면 정책 실효성이 없다"며 "시급한 문제마다 정책을 적시에 적용하지 못하고 법원 판정을 기다려야 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법원 판정을 두고 "결정문을 보면 마치 백신이 효과 없다거나 방역패스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이번 판정이 사회의 감염병 대응에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을 경계했다. 

정 교수는 다만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 적용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 필요는 있다"며 정부의 대국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보완할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소리다. 결국 방역이 사회 전체적 자원을 동원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히 과학의 차원으로만 이해하고 정책 필요성을 밀어붙이는 건 무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결정을 둘러싼 정부의 대국민 소통에 문제가 있어 이 같은 사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연구소 소장)는 "방역은 단순히 의학적 측면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입장이 모두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과학적으로 (방역패스가) 맞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정부 정책을 둘러싼 소통 논란은 계속됐다. 방역이 과학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라며 "어렵겠지만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답답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 한 학원가에 방역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그동안 논란을 빚은 청소년 방역패스를 시행을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로 1개월 미뤘다. 3월부터는 만 12∼18세 청소년도 학원 등 청소년 밀집시설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이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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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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