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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력 무장 폭동'으로 시작해 '코로나 기록 갱신'으로 저무는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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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력 무장 폭동'으로 시작해 '코로나 기록 갱신'으로 저무는 2021년

[워싱턴 주간 브리핑] 2021년 미국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 5가지

2021년이 시작될 때 많은 이들은 2020년을 규정했던 문제의 해결 방법들이 윤곽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패배 불복으로 촉발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2020년 미국 전역에서 폭발했던 인종차별 철폐운동(Black Lives Matter)이 재각성시킨 제도화된 인종주의 등에 대한 진전과 성과를 많은 이들이 희망했다.

그러나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지지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국 의사당 무장 폭동 사건은 이런 기대가 얼마나 난망한 일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2022년을 목전에 두고 2021년을 냉정히 평가해보면 오히려 이런 문제들이 악화된 한해였다.

'2021년의 미국'은 역사책에 어떤 한해로 기록될까? 미국 언론에 소개된 미국 정치학자, 역사학자 등의 의견을 종합해 5가지 이슈로 정리해보았다.

1. 1월 6일 의회 폭동과 민주주의의 위기, 글로벌 리더십까지 잃어버린 미국

2021년 1월 6일 백주대낮에 발생한 의회 폭동은 전 세계인들에게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날 워싱턴DC로 모여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의 연설을 듣고 의회로 행진해 의사당 건물을 부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려고 했다. 결정적으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이 계획에 협조하지 않아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고, 바이든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 1월 21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데이비드 브라이트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29일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일상적 쿠데타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대선 도둑질" 주장은 초기에는 공화당 내에서도 루디 줄리아니, 로저 스톤, 스티브 배넌 등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만이 동조하는 '소수 의견'이었지만, 2021년 말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60% 이상이 동의하는 '다수 의견'이 됐다. 이 과정에는 <폭스뉴스> 등 친(親) 트럼프 언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실체적 진실에 눈감아 버린 절대 다수의 공화당 정치인들, 트럼프 정권에서 완성된 보수 절대 우위의 연방대법원을 포함한 정치화된 사법체계 등이 역할을 했다. 브라이트 교수는 "현대사의 가장 한심하지만 성공적인 '거짓말'에 심취한 공화당은 '네오 파시즘'에 굴복했다"면서 "이념 노선을 따라 완전히 분리된 정보 유통 시스템 사이에서 정치적 양극화는 새로운 종류의 '내전'으로 변형됐고 미국인들은 '국가'의 의미를 꾸준히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던 미국 정치 시스템 붕괴 조짐은 글로벌 리더십의 붕괴도 야기하고 있다. 마크 마저워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는 "미국은 지난 세기에 걸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제도와 규범을 확립했다. 그러나 중도 보수주의가 붕괴한 미국의 현 상황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끌었던 독일과 현저하게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6년간 집권한 메르켈은 독일을 유럽의 실질적인 리더로 만든 뒤 67세라는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물러났다. 이는 바이든 취임 첫해의 나이(78세)보다 10년 이상 어린 나이였다"며 "올해 말 바이든 정부가 소집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재확인한 것일까, 아니면 그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데이비드 레니 이코노미스트 베이징 지국장은 27일 <이코노미스트> 보도에서 "중국은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실패를 더 대조적으로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확인된 국가주의의 장점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경제회복을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내년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면 정치적으로 '식물' 상태에 빠지면서 더 어려움에 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자행된 1월 6일 의회 무장 폭동.ⓒCNN 화면 갈무리

2.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절반의 실패

바이든의 취임은 미국 민주주의의 '탈선'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트럼프)이 가담한 쿠데타(대선 결과 전복)가 다행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취임이 곧 '정상으로 복귀'를 담보하지는 못했다. 정권 교체만으로 노정된 문제를 해결할 추진력을 얻기엔 이미 문제들이 곪을 대로 곪은 상태였다. 

트럼프의 '유산'을 넘겨 받은 바이든 정부가 설정한 '방향'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크게 없다. 멕 제이콥스 프린스턴대 공공정책학 교수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2021년은 레이거니즘이 끝난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바이든이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로 계속된 '작은 정부'라는 지향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의 입법 성과는 코로나19 구제책에서부터 1.2조 달러의 대규모 인프라 법안까지 FDR(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견줄 만한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가 출신인 데이비드 프럼 정치평론가는 지난 22일 <애틀랜틱> 칼럼에서 "바이든은 나쁜 패로 크게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구제법안, 인프라 법안 통과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 정부는 의회에서 가진 힘에 비해  뛰어난 성공을 거두었다"며 "바이든은 또 75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다수가 이민 개혁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트럼프보다 두 배 많은 40여명의 연방판사들에 대한 인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핵심 공약의 또 한축인 1.75조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법안(Build Back Better), 투표권 보장 법안 등은 여전히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 내 보수성향의 상원의원들(조 멘친, 커스틴 시네마)이 BBB 법안을 반대하면서 민주당 내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멘친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지난 22일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BBB에 찬성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된 미국 정치 환경에서 바이든 정부는 실질적 성과와는 무관하게 고정된 '당파성'에 따라 평가 받는다. 여기에 예상보다 팬데믹이 오래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까지 가중되면서 바이든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는 트럼프 다음으로 취임 첫해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갤럽 조사 43%)이다.

데이비드 케네디 스탠퍼드대 교수는 "전례 없이 빠른 백신 개발과 배포는 연방정부의 재정적, 인적, 과학적 자원 확보 능력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유익하게 계몽된 정책들조차도 낡은 비합리성이 얼마나 어그러뜨릴 수 있는지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3. 팬데믹의 지속,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시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2월 28일 기준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6만542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의 기록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되면서 지난 2주 사이 2배 넘게 증가한 숫자다. 29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300만 명, 사망자 수는 82만 명 이상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7월 독립기념일(7월 4일)에 '코로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기를 원했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집단 면역을 달성해 팬데믹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최우선적인 국정 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는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등도 정치화 시켰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접종 회피로 '독립기념일 이전 성인 인구의 70%의 백신 접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변이들이 출연했고, 코로나19와 싸움은 지구적 차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진 팬데믹은 사회, 경제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 A&M 대학 부교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일어난 대규모 노동자 이탈 현상에 대해 '대퇴사'라는 용어를 붙였다. 영미권 언론은 1930년대가 '대공황'의 시대였다면, 1960-80년대의 '대압착'의 시대를 지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퇴사'의 시대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올해 8월까지 430만 명이 일자리를 떠났다(전체 노동인구의 약 3%에 해당)고 밝혔다. 제이 자고르스키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전임 강사는 지난 11월 20일 BBC와 인터뷰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고 인정을 받지 못하다고 느끼는 등 직장에 진저리가 나서 그만 두고 있다"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퇴사'를 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기존 일자리의 열악한 노동조건, 팬데믹으로 인한 가족 돌봄 노동의 증가, 직업과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퇴사' 현상은 노동운동이 전멸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에서 아마존, 스타벅스 등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과 고용주들의 더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 제공 약속 등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지만, 여성들의 전통적인 역할로의 회귀, 빈곤 문제의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누가, 왜, 일자리를 떠나는가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계층, 인종, 성별 등에 얼마나 불균등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4. 아시안 혐오범죄 등 인종주의...또 다른 전염병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종주의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더 악화됐다. 특히 이 기간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들은 '증오범죄'라는 가중된 인종차별 문제를 직면해야만 했다.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 '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총 1만370건의 증오범죄가 신고됐다.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아시안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알렸다. 21세의 백인 남성이 저지른 이 사건의 사망 피해자 8명 중 6명이 아시안계 여성, 특히 4명이 한국계 여성들이었다. 

브렌다 스티븐슨 옥스포드대 존즈 칼리지 교수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아시안이 팬더믹의 '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인해 증오범죄가 본격화 됐고, 이는 다른 인종, 성소수자, 이민자, 노인 등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증오범죄를 '또 다른 전염병'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비뚤어진 질병이 여전히 창궐했으며, 이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미국의 '정상'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 지난 3월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 직후 아시안 여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찾았다. ⓒAP=연합뉴스

5. 아프간 철군, "영원한 전쟁"의 종식?

9.11 테러를 이유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올해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조 바이든은 지난 8월 31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군 철군을 완료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아프간 철군은 전임인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약속한 일이며,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상과 또 한번의 테러 공격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하면서 비난이 쏟아졌고, 바이든의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본격화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존 가즈비니언 펜실베이니아대 중동센터 이사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에서의 패배는 더 큰 변화의 상징"이라며 "미국은 마침내 중동을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이 이 전쟁을 끝낸 것은 중국, 러시아 등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적'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컸지만, 아프간 전쟁은 미국 입장에서도 너무 큰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전쟁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지속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약 92만900명이 사망했다. 미군은 7052명 사망한 반면 이라크, 아프간, 예멘,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33만500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전쟁 난민은 약 3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미국이 9.11 이후 전쟁으로 소모한 돈은 총 2.2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는 참전용사에 대한 의료비, 복지비, 전쟁비용 이자 등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해, 오는 2050년에는 총 8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철군이 바이든 정부의 주장처럼 "영원한 전쟁"의 종식인지는 의문이다. 스테파니 사벨 왓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9월 8일 <복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85개국에서 대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에는 전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위산업체들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많은 그늘진 방법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 공항으로 모여든 미국인들과 아프간인들 때문에 카불 공항은 대혼란을 빚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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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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