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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통과시킨 홍대 관광특구, 건물주와 업자만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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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이 통과시킨 홍대 관광특구, 건물주와 업자만 배불린다"

[인터뷰] 정문식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지난 2일, 홍대 일대(서교·상수·합정동 등 홍대지역 1.02㎢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마포구청이 서울시에 관광특구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를 서울시가 타당성 연구용역을 거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문화체육부와 서울시로부터 관광객 유치 증진을 위해 숙박시설, 상가시설 등에 대한 관광진흥개발기금 보조금이 나온다. 대규모 호텔시설에 외국인 대상의 카지노업도 허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심야영업과 옥외 영업 제한도 완화된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색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관광의 주요목적으로 꼽는 지금의 관광 트랜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개발과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지금도 높은 마포의 지가가 또다시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식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결국, 건물주와 개발업자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관광특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이사는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 준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아래 정문식 이사와의 인터뷰 내용.

▲ 홍대 관광특구 구역.  ⓒ마포구

"박원순이 반대한 관광특구, 오세훈은 진행했다"

프레시안 : 지난 2일, 홍대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어떤 과정으로 지정됐는지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정문식 : 2020년 12월에 마포구청이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에서는 올해 7월께 최종 보고서를 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한 뒤, 12월 2일 최종 특구 지정 결정을 내렸다.

프레시안 : 일사천리로 1년 만에 결론이 난 듯하다.

정문식 : 구색을 맞춰놓고 단계를 밟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려면 △ 외국인 관광객 수가 최근 1년간 50만 명 이상이어야 하고, △ 안내, 숙박 등 관광인프라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 비관광 목적의 토지가 10%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을 기준으로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방문객을 집계한 것이다. 지금 외국관광객이 이정도일까. 전혀 아니다. 그리고 비관광 목적의 토지, 즉 관광목적의 토지가 90% 이상 있어야 관광특구로 지정될 수 있는데, 홍대 일대는 대다수가 빌라 등 주거지역이다. 그런데, 이 주거지역도 관광목적의 토지로 판단했다. 주거지역에 있는 빌라나 주택 1층에서 카페나 숙박업 등 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프레시안 :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서 근거를 제시하는 모양새다.

정문식 : 사실 관광특구는 2016년에도 말이 나왔다. 당시 마포구청에서 홍대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준비했다.

프레시안 : 그때는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문식 : 당시 서울시는 박원순 씨가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홍대 일대에 관광특구를 지정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구청에서 준비한 사업이었으나, 시장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니 무산된 것이다. 그러다가 서울시장이 오세훈으로 바뀌면서 일사천리로 특구지정이 진행됐다.

프레시안 : 특구로 지정되면 그 지역에는 무슨 혜택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정문식 : 이번 관광특구 지정에 따라 구는 서울시의 관광특구 활성화 보조금을 최대 1억 원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관광진흥법 및 기타 관련 법령에 따른 특례도 주어진다. 그에 따라 특급호텔 외국인 카지노 영업 허가, 50층(150m) 이상 집합건물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배제, 차 없는 거리,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옥외광고물 허가기준 등 완화 조치를 받을 수 있다.

▲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 거리를 지나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기존 31개 관광특구 중 요건 못 갖춘 곳이 16개나 된다"

프레시안 : 차 없는 거리 등은 이미 홍대 일대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시에서 받는 보조금이 1억 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무슨 활성화를 할지 모르겠다.

정문식 : 서울에서 관광특구는 총 6개다. 1997년 이태원이 서울시 최초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2000년 명동‧남대문‧북창동, 2002년 동대문, 2006년 종로‧청계, 2012년 잠실, 2014년 강남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프레시안 : 홍대 관광특구는 일곱 번째로 7년 만의 지정인 듯하다.

정문식 : 다른 지자체에서는 관광특구를 신청하지 않는다. 대부분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지원한다.(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문화 자산을 활용해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실현하고, 도시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 자치구 중에는 영등포, 성북 등이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사업의 특징은 지역 주민들과 거버넌스(governance)를 해서 각기 그 지역에 맞는 문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자체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 어떤 곳은 인문학 도시를 하는 곳도 있고, 제주 서귀포는 노지 문화를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그렇게 그 지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니 사람들이 찾아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관광특구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독특한 문화와 볼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젊은 층과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정문식 :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들 알아서 좋은 곳을 찾아가는 식이다. 관에서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니 이곳으로 오세요'라고 한다고 가겠는가. 실제 현재 법에 의해 지정된 관광특구는 2019년까지 31개소인데, 이 중에서 관광객 방문수가 줄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특구가 16개나 된다.

프레시안 : 그렇지만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그 지역 상인들에게도 많은 혜택을 준다고 들었다. 지원금 1억 원을 준다고 하던데.

정문식 : 서울시 전체 관광특구 보조금이 6~7억 정도 한다. 이제 특구가 7개가 됐으니 그것을 나눠서 준다면 1억이 채 안 되는 금액을 지급받을 확률이 높다. 최대로 잡아도 1년에 특구 1개당 1억 원의 지원금이 나오는 것이다.

▲ 정문식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프레시안

"건설 자본들과 지주들에게만 큰 수익 준다"

프레시안 : 고작 그 정도 지원금을 혜택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듯하다.

정문식 : 물론, 특구 지역에서 중앙 정부 사업비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 사업 추진에 찬성했던 서울시의원이 예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사업 보고서를 보니, 특구 진흥사업에 5년간 소용되는 총 투자비는 159억7200만 원으로 계획됐다. '체류형 관광인프라 업그레이드', '홍대 관광안내체계 2.0', '관광객 야외휴게시설 확충'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정문식 : 보고서에는 특구 지역 내에서 32개의 세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돼 있다. 그런데 여기에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게 없다. 단지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 등을 적극 유치하겠다고만 명시돼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왜 특구가 혜택이 된다고 하는 건가.

정문식 : 특구로 지정되면, 그 지역에서는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있다. 홍대 지역보다 먼저 특구로 지정된 명동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그곳이 어떻게 됐는가. 매우 큰 건물들이 들어섰다. 용적률도 완화되고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게 된다. 그리고 관광특구 사업 재원 조달을 위해 민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민간의 개발자본들이 호재라고 여기지 않겠는가? 이 기회를 틈타 홍대 앞 저층 건물들을 허물고 높은 건물들을 지어 올리는 개발사업들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식으로 또다시 개발이 진행되면 건설 자본들과 지주들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자영업자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높은 건물로 들어가는 건, 높은 월세 부담으로 어렵다. 결국, 부동산 업자와 건설업자, 그리고 건물주만 배불리는 식이 될 게 뻔하다. 

또한, 특급호텔에 외국인 카지노 영업을 허가해준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개발의 끝판왕이다. 사행성 도박장이 가진 폐해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자본주의의 폐해라 할 수 있는 시설을 허가해준다는 것만 봐도 관광특구 제도가 가진 모순은 쉽게 확인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기존 관광특구 사례를 봤을 때 나오는 지극히 상식적인 추측이다.

프레시안 : 그래도 특구로 지정되면, 해외 관광객들이 오면서 지역 상권이 살아날 수 있지 않나.

정문식 : 정치인들이 관광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아무 특색 없이 일관되게 특구로 지정해놓으면 사람들이 몰릴까. 일본의 경우, 관광객이 많이 가는 이유는 지역마다 다 다른 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잘 설계해 놓았다. 그런데 우리는 구역 지정만 하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한, 홍대 앞의 경우 이미 자생적인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니 현재의 자원에 대한 지원만 잘 이루어져도 문화지구건, 관광특구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구보고서나 구청의 계획서를 보면 기존의 활동은 무시하고 새로운 대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만 있다. 

그렇게 세운 계획의 내용 또한 원래 홍대 앞이 가진 문화적 특색과는 아무 관계없는 '셰프대결이 벌어지는 먹거리 축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계획이 과연 홍대 앞 문화예술을 함께 지원하는 관광특구 계획이라 할 수 있는가. 오히려 홍대 앞을 다른 지역들처럼 획일화시킬 수 있는 계획이 아니냐는 말이다.

프레시안 : 관광특구 보고서를 보면, 이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긴 하다. 여러 사업을 언급하면서, 무조건 추진한다고 하는 식이다. 과거 주먹구구식 행정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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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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