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는 세금 수억원을 투입해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를 맡겼지만,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는 유기동물보호비를 부정 수급하는 비리를 저질렀다.
군산보호소는 구조하지도 않은 유기동물을 마치 보호 중인 것처럼 허위로 공고하는 방식으로 유기동물보호비를 부정 수급했다. 이때 군산보호소 운영진이 내부 직원에게 부정한 방법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군산보호소가 이미 보호 중인 개체를 중복해서 공고하는 방식으로 유기동물보호비를 수차례 부정 수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이 기억하는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공익제보자 A씨는 2019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군산보호소에서 사는 유기동물 중 건강이 안 좋은 고양이 12마리를 집에서 돌봤다. 해당 개체들은 건강상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했다. 뒷다리 절단 등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 2마리도 2021년 1월경에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군산보호소 퇴사 직전인 2021년 2월께, 집에서 돌보던 고양이 총 14마리를 정식 입양하길 원했다. 군산시에서 지원해주는 입양지원금(마리당 최대 25만 원)도 신청할 계획이었다. A씨 군산보호소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리턴 측에 고양이 14마리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해주길 요청했다.
문OO 사무장은 이를 승낙하면서 이상한 지시를 했다.
문 사무장은 공익제보자 B씨에게도 같은 지시를 했다.
군산시는 월 100두 이상의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조건으로 군산보호소에 월정액 2000만 원의 유기동물보호비를 지급한다. 유기동물을 구조하면 한 마리당 5만7000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A씨는 사무장의 제안에 따라 고양이-개 총 31마리 사진을 보냈다. 길고양이와 유기견 사진까지 포함한 것으로, 실제 유기동물을 구조한 건 아니다.
리턴 측은 이중 고양이 10마리, 개 5마리 사진을 선별한 뒤, 이를 '보호 중인 개체'처럼 허위로 꾸며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에 공고를 올렸다. 이후 마리당 5만7000원씩, 유기동물보호비를 군산시에 청구했다. 군산시는 해당 비용을 지급했다.
공익제보자가 주장한 내용은 군산시청 감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군산시청은 A씨가 허위공고로 제보한 개체 중 고양이 6마리와 강아지 5마리를 부정수급으로 인정했다.
군산시청 감사담당관은 2021년 6월 공개한 조사결과보고서에 "해당 제보는 사실로 인정되어 부정수급한 보호비 62만7000원(1두당 5만7000원)을 회수하는 게 타당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군산시청은 감사 결과에 단서를 달아 리턴 측에 면죄부를 줬다.
A씨와 함께 부당한 지시를 받은 B씨도 "군산보호소는 중복 공고로 유기동물보호비를 수차례 부정 수급했다"고 증언했다. 그가 지목한 사례는 총 22건(총 44마리)에 이른다.
우선, 같은 개체 사진을 활용해 중복 공고한 사례를 보자. 유기견 ‘그루‘는 2018년 3월 2017년생-백구에 공고번호 ‘군산-2018-25’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에 올라갔다가, 2020년 6월 2018년생-브라운에 공고번호 2020-816로 다시 공고됐다.
유기견 백구(이름 없음)는 2018년 3월 2일 2017년생-몸무게 25kg에 공고번호 ‘군산-2018-28’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에 올라갔다가, 며칠 뒤인 3월 6일엔 2018년생-몸무게 22kg에 공고번호 2018-36로 또 공고됐다.
군산시청 감사당담관은 해당 사례 중 제보를 받은 7건(14마리)만 중복공고를 통한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에 해당하는지 조사했다. 군산시청 이런 결론을 내렸다.
B씨는 군산시청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B씨는 "군산시는 개체관리카드나 입양확인서 등 서류만 보고 중복공고 문제를 확인했다"면서 "입양확인서에 나온 입양자한테 진짜로 입양을 갔는지 등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군산시청 감사 결과 입양간 걸로 확인된 ‘동일견 의심 개체 4번‘(공고번호: 군산-2020-734)은 올해 10월 31일 ‘자연사‘로 처리결과가 변경됐다. <셜록> 취재에 따르면, 처리 사유는 "일치하는 개체 미확인"이다. 입양조작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셈이다.
B씨는 ‘동일견 의심 개체 4번’ 처럼 "입양으로 처리됐지만, 실제로는 자연사한 개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기견 2마리 덕호(공고번호:군산-2020-574), 덕진(공고번호:군산-2020-575)을 지목하며, 그 증거로 사체 사진을 제시했다. 유기견이 멘 목줄에는 공고번호와 개체 이름(덕호, 덕진)이 명확하게 적혀 있다.
B씨는 "이번 군산보호소 조사 때 군산시청 감사담당관이 전수조사를 시행할 걸로 기대했는데, 제보자들이 짚어준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 사례만 조사했다"고 한탄했다.
리턴 측은 "감사 결과 밝혀진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등을 묻는 24일 기자의 질의에 명확한 답을 피했다.
기자는 리턴 소속 문 사무장에게 "구조 두수를 늘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구조하지도 않은 유기동물이나,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그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군산시청 감사담당관은 "2021년 실시한 군산보호소 조사결과는 군산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으로 답변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린 군산보호소에 지원된 지자체 보조금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억 원 상당이다.
<셜록>의 집중 보도 이후 불법 안락사, 개체관리 미흡, 고양이 분별 방사 의혹 등 군산보호소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공익제보자 A씨는 보호소에서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 14마리에 대한 입양지원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한편, 군산경찰서는 지난 10월경 군산보호소 관련 자료를 군산시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걸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달 30일 고발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유기동물보호비를 부정수급한 군산보호소 관계자를 사기 혐의로 군산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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